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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인비인(人非人)>

성해나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아이돌을 닮은 외형의 중국 ‘반려 로봇’이 사전 주문만 1만대를 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가격인데 배터리가 네 시간을 넘지 못해 구매자들의 항의가 잇따른다는 내용이었지만, 아직은 가짜 티가 나는 로봇 사진을 보며 기분이 묘했다. 몇년 지나면 인간과 정말 비슷해질 것 같아서일까, 그 수준까지 밀어붙여 돈을 벌겠다는 회사들의 집요함 때문일까, 혹은 위로를 얻겠다는 고객의 열정 때문일까.

성해나 작가의 기담집 <인비인(人非人)>에는 ‘인간 아닌 인간’이 얼굴을 자주 내민다. 9편의 단편은 이야기의 시간대에 따라 ‘어제’, ‘오늘’, ‘내일’로 나뉘는데, ‘내일’에 등장하는 인간 아닌 인간이 로봇이다. 미래의 어느 날에는 <아미고>에서처럼 로봇이 영화 촬영장 스턴트맨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장은 로봇에게 외주를 주는 게 이득이니까. 로봇의 세계는 변수가 없고 매끈해 인간처럼 동전을 던져 운을 예측할 필요가 없다. 혹은 <고(蠱)>에서 펼쳐진 세계처럼, 의사와 한의사가 담당하던 일을 대부분 로봇에게 맡기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로봇 의사는 환자를 불편하게 하는 질문 따윈 없이 거의 정확하게 진단을 내려줄 테니까. 그렇지만 인간의 마음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반려 로봇도 그렇고 요즘 다들 LLM(대규모 언어 모델)에게 무엇이든 물어보는 모습도 그렇고, 사람은 쉽게 의지하고 쉽게 중독된다. 독충들을 바짝 괴롭혀 뽑아내는 독 ‘고’(蠱)를 쓰면 결국 화를 입는다는 <본초강목>의 예언 같은 말은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 불러올 비극을 가리킨 것이 아니었을까.

‘내일’의 로봇이 주는 기묘한 감각은, ‘어제’에 속한 동명의 단편 <인비인(人非人)> 속 정체불명의 덩어리 ‘가타마리’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털이 난 밀가루 반죽 같은 아기 괴물이 사료를 마구 먹어치우는 모습보다도 더욱 끔찍한 것은, 전범이라는 손가락질만은 피하고 싶다는 어느 평범한 죄인의 변명. 일제강점기 시기를 다룬 ‘어제’가 명예와 이득을 추구한 자들의 욕망을 파헤쳤다면, 현재를 다룬 ‘오늘’은 지금의 인생을 윤회라도 해서 바꾸고 싶은 평범하고도 쓸쓸한 욕망을 그린다. <윤회 (당한) 자들>은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황동만처럼 한때 유망주였으나 이젠 알아주는 이 없는 감독이 독특한 소재를 찾다 윤회 모임에 가게 된 이야기다. 모임 일원들은 지금은 불완전한 몸으로 윤회를 당했으나 완전한 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우유를 마시고 108배를 하고 열반을 꿈꾼다. 나약하고 소속 없는 인생을 벗어나 다른 생으로 건너뛰길 희망하는 강렬한 마음이 어떤 이상야릇한 결말을 맞이하는지 궁금하다면 얼른 이 기담집을 읽어보자.

산 자의 것도, 망자의 것도 아닌 그 기묘한 감각이 이익의 검지와 중지에 선연히 남아 있었다. /256쪽

찐따들이어도요, 모이면 단단해져요. /1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