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릭스 갈런드, 뤼크 베송, 리들리 스콧,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이름만 들어도 그들이 펼칠 영화 세계가 궁금해지는 감독들의 신작이 올해 대거 공개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소개한다.
<워페어>
감독 레이 멘도사, 앨릭스 갈런드 | 상영시간 95분 | 개봉 8월19일
<워페어>는 뮤직비디오 한편으로 시작한다. 2004년 에릭 프리즈의 <Call on Me>. 에어로빅 영상 앞에 모여 낄낄대는 젊은 남자들의 얼굴이 있다. 농담은 곧 끝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2006년 11월 이라크 라마디. 알카에다가 장악한 주거지역에 야간 침투한 미 해군 네이비실 소대가 2층 주택을 점거해 감시초소를 세운다. 그들은 바로 옆집이 반군의 거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몇 시간 뒤 저격수의 총안으로 수류탄이 날아들고, 부상자를 옮기려는 순간 건물 밖에서 급조폭발물이 터져 두 사람이 중상을 입는다. 영화는 그 이후의 시간을, 구조 차량이 도착할 때까지의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따라간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의 앨릭스 갈런드가 이번에는 진짜 전쟁의 민낯을 포착한다. 낭만으로 포장하지 않고 전장의 압박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재현. 앨릭스 갈런드와 레이 멘도사가 공동 각본과 연출을 맡은 <워페어>는 이라크전쟁 실화를 실시간으로 재현한 문제작이다. 16년을 복무한 네이비실 대원인 레이 멘도사가 그날 그 건물에서 통신병으로서 겪었던 경험을 생생히 전한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의 군사자문으로 갈런드를 만난 멘도사는 작전의 전개를 분 단위로 구술했고, 전우들을 일일이 인터뷰해 어긋나는 기억들을 맞춰나갔다. 두 사람은 극적 효과를 위해 사건을 지어내거나 순서를 바꾸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이 방식을 법의학적이라 불렀다.
<워페어>에는 회상도 내레이션도 음악도 없다. 처음과 끝에 놓인 두곡을 빼면 스코어는 한 소절도 흐르지 않는다. 대신 핸드헬드카메라 두대가 5분에서 15분에 이르는 롱테이크로, 런던 근교에 거리째 지어올린 세트를 유령처럼 배회한다. 출연하는 조셉 퀸, 코스모 자비스, 윌 폴터, 찰스 멜턴 등은 3주간 훈련을 받았고 촬영 중 무전 대사를 실제 회선으로 주고받았다. 멘도사는 말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 체험을 넘어, 전투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 입을 열게 해주는 훌륭한 소통의 다리다. 참전 용사나 현역군인들은 종종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그들의 가족들 역시 이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전장의 그 지독한 혼란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하며, 친구가 피 흘리고 다치는 모습을 어떻게 쉽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겠는가.” 이 영화는 그날 의식을 잃은 대원 엘리엇 밀러에게 바쳐졌다. 정작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설명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시간. 견디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시간. <워페어>는 한 사람이 잃어버린 하루를 그에게 돌려주는 일이 과연 영화의 몫인지 묻는다. 실화가 어떻게 영화가 되는지, 영화가 잊힌 사건을 어떻게 복원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길을 제시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송경원
<드라큘라: 러브 테일>
감독·각본 뤼크 베송 | 상영시간 129분 | 개봉 8월26일
뤼크 베송의 드라큘라에는 박쥐도 늑대도 없다. 감독은 초능력이 인물을 더 흥미롭게 만들지는 않는다며 원작에서 변신의 능력을 덜어냈다. 괴물을 걷어낸 자리에 남는 것은 한 남자다. 15세기 왈라키아. 영주 블라드는 전장에서 연인 엘리자베타를 잃고 신을 저주한다. 저주의 대가는 죽지 못하는 몸이었다. 그는 환생한 그녀를 찾아 수세기를 떠돌다 1889년 파리에 당도한다. 혁명 100주년의 만국박람회로 들끓던 도시, 400년의 기다림이 축제 한복판에서 끝난다.
출발점은 <도그맨> 촬영장이었다. 뤼크 베송은 케일럽 랜드리 존스에게 다음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고, 두 사람의 열광은 마침내 드라큘라에서 교차한다. 뤼크 베송 감독은 이 기획이 드라큘라가 아니라 그 배우에 대한 매혹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엘리자베타와 미나, 400년을 사이에 둔 두 여자는 신예 조이 블루가 1인2역으로 연기한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드라큘라는 목소리부터 시작한다. 더 낮게, 더 낮게. 루마니아 출신 코치와 억양을 다듬은 그는 촬영이 끝난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그 억양을 놓지 않았다. 물론 목소리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정교한 상상력으로 완성됐다. 28명의 분장팀이 200여개의 특수 보철물을 만들었고, 노쇠한 얼굴을 완성하는 데 매일 예닐곱 시간이 걸렸다. 다만 원칙은 뤼크 베송답게 과거의 것을 재현하고 답습하지 않는, 재창작에 있다.
화면은 고딕도 표현주의도 따르지 않는다. 플랑드르 회화의 명암에서 출발해 금빛과 구릿빛이 도는 바로크의 성을 세웠고, 인물마다 색을 하나씩 주었다. 드라큘라와 엘리자베타는 보라, 미나는 옅은 파랑, 뱀파이어 마리아는 버건디. 콩코르드광장의 오텔 드 라 마린과 인터컨티넨털 파리 르 그랑의 무도회장이 1889년의 도시를 대신했고, 코린 브루앙의 의상은 세자르상 후보에 올랐다. 대니 엘프먼은 잃어버린 사랑과 무도회와 전사를 위한 세개의 테마를 썼다.
드라큘라를 쫓는 사제는 크리스토프 발츠가 맡았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마주 서는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신을 버린 자와 신을 대리하는 자, 뤼크 베송은 그 대면을 마지막까지 아껴둔다. 대결이 미뤄지는 동안 영화가 붙드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그리움이다. 그러므로 <드라큘라: 러브 테일>은 호러가 아니라 애절한 러브 스토리의 재탄생이다. /송경원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감독 리들리 스콧 | 상영시간 100분 | 개봉 8월26일
세상이 끝장나버린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전염병으로 많은 이가 죽고 커피도 마트도 사라진 세계를 무대로 한다. 주인공 힉(제이컵 엘로디)은 전염병으로 아내를 잃고 반려견 제스퍼와 단둘이 살아남았다. 힉은 그가 일상처럼 누렸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자 과거의 존재들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와 함께 지내는 중년의 남성 뱅리(조시 브롤린)는 향수에 젖기보다 오직 생존에만 몰두한다. 뱅리는 힉에게 말한다. “세상은 죽이든가 죽든가 하나야.” 뱅리는 밤새 보초를 서고 낯선 존재가 다가오면 총구에 손을 올리며 다가올 위협을 처단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다면, 전염병을 겪고도 살아난 ‘생존자들’이다. 힉은 망루에서 생존자들이 다가오는지 감시하고 뱅리는 그들을 무참히 쏴죽인다. 그리고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그 몸들을 불에 태워버린다. 죽음과 생존으로만 점철되던 힉의 인생은 새로운 인물로 전환점을 맞는다. 젊은 여성 시마(마거릿 퀄리)는 “진짜 커피도 갖고 있는걸요. 전 음악이 그리워요”라면서, 생존자와 맞서는 동안 힉이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감각을 되살려준다.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피터 헬러의 베스트셀러 소설 <도그 스타>를 원작으로 삼았다. 저자는 아웃도어 스포츠 마니아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객원기자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매혹되는 동시에 글을 쓰는 사색가이다. 헬러는 세상이 끝나고 발전을 멈춘 다음에서야 진정으로 자연을 탐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유려하게 글로 옮기며 ‘이 시대의 잭 런던’이란 별칭을 얻었다.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속 초록빛 풍경은 이런 피터 헬러의 필치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페라리> <더 킬러> <맹크> 등에서 마이클 만,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합을 맞춘 에릭 메서슈미트 촬영감독이 종말 이후의 푸르름과 황량함을 포착한다.
세상의 끝에 살아남은 힉과 뱅리, 시마에게는 영화의 부제처럼 마지막 희망이 있는 걸까. 리들리 스콧 감독은 전작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처럼 관객을 끝없는 절망에 빠뜨릴 역량을 갖춘 거장일 뿐 아니라, <마션>처럼 희망의 끈을 끝내 잡아채는 순간을 감동적으로 그릴 줄 아는 연출자이기에 어느 쪽도 속단할 수 없다. 그 향방은 8월26일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자. /배동미
<디거>
감독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 개봉 10월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배우 톰 크루즈와 손잡고 올가을 <디거>로 돌아온다. <디거>는 석유 재벌 ‘디거’ 록웰(톰 크루즈)이 자신이 초래한 재앙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기 전, 스스로 인류의 구원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벌이는 기묘한 행각을 좇는 영화다. “모든 건 변해. 알아? 어느 날은 고양이였다가 아니면 왕이었다가 다음날엔 한줌의 재가 되지.” 지난 7월13일에 공개된 예고편에서 록웰은 말한다. 두둑하게 배가 나왔고, 얼마 남지 않은 그의 흰 머리카락은 민들레 홀씨처럼 나풀거린다. 그는 이제 인생무상을 매일 몸으로 느끼는, 텍사스 출신의 노년의 남성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라 록웰은 기르는 고양이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하면서 사랑을 퍼붓지만, 돈을 벌어다주는 석유 시추에 관한 한 냉혈한 그 자체다. 석유를 너무 뽑은 탓일까. 그린란드 빙하가 1.5m 움직이고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록웰은 10억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시추 시설을 폐쇄할 생각이 없다며 ‘록웰 유나이티드’ 직원을 몰아붙인다. 심지어 석유를 향한 끝없는 욕망 때문에 전세계에 대재앙이 불어닥치고 핵시설에 쓰나미가 불어닥치는데도 말이다.
영화 <디거>는 많은 힘을 지닌 자가 노욕을 부릴 때 인류에 어떤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상상하는 블랙코미디다. 록웰은 석유 시추를 멈추지 않을 뿐 아니라 말도 멈추지 않는다. 시종일관 떠들고 성내고 욕을 내뱉는다. <미션 임파서블> 속 선의를 행하는 젠틀한 정보요원 에단 헌트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오히려 톰 크루즈가 탈모 분장을 하고 욕설과 춤 연기를 파격적으로 시도했던 <트로픽 썬더> 속 레스 그로스만, <아메리칸 메이드>의 순진한 허당 마약 밀매꾼 배리 실이 록웰과 가까운 존재들일 것이다. 최근작 <탑건: 매버릭>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등에서 영웅적 이미지와 죽음의 그림자를 포개놓았다면, 이번 <디거>에서 그는 반영웅적이지만 삶의 활력으로 가득한 노인으로 분한다. 그 장단에 배우 존 굿맨은 눈을 감으면 영면에 빠질 듯한, 기력이 쇠한 미국 대통령을 연기하며 합을 맞춘다. 이외에도 잔드라 휠러, 리즈 아메드, 제시 플레먼스 등 지금 할리우드에서 연기 잘한다는 평을 받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메가폰을 잡은 이냐리투 감독은 전작 <버드맨>에서 롱테이크를 대담하게 시도하며 영화 형식과 서사가 서로 부딪치고 견인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그는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함께한 에마누엘 루베스키 촬영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의 이미지에 공을 들였다. <디거>의 모든 장면은 1950년대 카메라와 빈티지 렌즈를 활용해 비스타비전 포맷으로 촬영됐으며, 그 결과물은 오는 10월 아이맥스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동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