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나와 함께 털어보겠소?” - 김태휘 감독, 배우 정애화·기주봉이 말하는 로드 로맨스 <빈집의 연인들>

바로 여기, 사람 없는 텅 빈 집을 허락 없이 유랑하는 두 사람이 있다. 이들은 몇푼 되지도 않는 지폐와 동전을 탐하는 건 물론 벽 위에 오랫동안 당연하다는 듯 걸려 있던 가족사진과 결혼사진까지 훔쳐낸다. 누군가의 빛바랜 초상을 보며 그 안에 담긴 시간을 가늠하는 노년의 남녀는 놀랍게도 이제 막 밀고 당기기에 접어든 것처럼 티격태격하다 웃고, 옥신각신하면서도 붙어 있는다. 이들이 만나게 된 계기 또한 요상하게도 빈집 털이 때문이다. 틱틱거리는 말투로 마을에서 외톨이처럼 지내는 은자(정애화)는 어느 새벽녘 제집을 마음대로 침입한 빈집 털이범 팔복(기주봉)을 마주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서워할 상황이지만 무법지대 은자는 그를 꽁꽁 묶어 겁박해버린다. 그런 박력에 반한 것일까. 팔복이 말한다. “나와 함께 가지 않겠소?”

그렇게 둘은 털거덕거리는 고물상 봉고차에 몸을 싣고 주인이 자리를 비운 빈집을 찾아 떠난다. 엉뚱한 로드무비처럼 펼쳐지는 <빈집의 연인들>은 외딴섬 같았던 두 사람이 빈집 털이라는 황당무계하고도 공허한 행위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어딘가 하나씩 이상한 인물들을 따뜻한 노인의 얼굴로 발전시킨 시도는 다양성 측면에서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던 은자와 팔복처럼, 영화의 시간을 되짚기 위해 김태휘 감독, 배우 정애화·기주봉이 모였다. 인터뷰가 진행된 120분 내내 모두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좀처럼 대화의 굴곡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것이야말로 <빈집의 연인들>이었다.

*이어지는 글에서 김태휘 감독, 배우 정애화·기주봉과의 인터뷰와 전라북도를 담은 영화 속 장면들 소개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