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씨네21 추천도서 -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남은주 지음 창비 펴냄

기자가 쓴 책을 믿는 편이다. 적어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문장과 글의 함량, 그리고 필력을 신뢰한다는 말이다. 현직 기자가 쓴 책은 대개 사회문제의 시의성을 담고 있고, 전직 기자라면 거기에 자신의 시선이라는 프리즘을 거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어젠다를 던진다는 점에서 믿고 읽는다. 물론 모든 기자의 책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를 읽으면서는 생각한다. 아, 역시 믿을 수 있다. <한겨레>에서 18년간 기자 생활을 한 저자는 난민 정책을 배우기 위해 독일로 연수를 떠나고, 아예 베를린 이주를 마음먹는다. 나이 오십에 직장을 그만두고 언어도 서툰 다른 나라로의 이주를 선택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년, 여성, 아시안 정체성을 가지고 미성년 딸과 함께 독일로 이주하기를 선택한 저자는 독일 대학에 진학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한다.

처음엔 독일에 저자의 이주를 도울 정착민 가족이 있거나, 그가 유창한 독일어를 할 수 있기에 이러한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모두 아니었다. 왜 사회복지를 선택했는지 역시 학업과 취업 과정에서 저자가 반복적으로 마주한 질문이었는데 그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은 없다. 대신 작가 프레데리크 발랭이 쓴 <돌봄 일지>에서 복지기관 노동자로 일한 발랭의 답을 경유해 자기의 상황과 나란히 놓는다. 왜 요양보호사가 됐냐는 질문에 발랭은 “그냥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저자 역시 직업 선택의 이유로 이렇게 답한다. “그냥요.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었거든요.”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한국에서의 기자의 삶은 기득권층으로 안정적이다. 보증된 모국에서의 생활을 내려놓고 독일에서 이주민이자 약자이자 여성, 그리고 엄마로 살면서 접한 것, 그리고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인턴으로 일하며 기록한 것들이 이 책에 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기록은 그가 기자로 장기간 일하며 트레이닝됐을 기자의 눈과 손이 있었기에 글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선진화에 이르지 못한 한국의 복지정책을 지적할 때 다수의 학자들은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의 복지를 예시로 드는데 저자는 소외층과 피난민에 대한 독일의 실제 정책을 쓰면서도, 그러한 정책이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본다. 무엇보다 정책 밖 이중, 삼중으로 차별과 배제가 스며들어 있는 사회 분위기도 전한다. 또한 복지정책을 단단히 만들어두었음에도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피난민 혐오와 정치의 우민화가 독일 사회에서도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여기에 한국의 모습을 비추어보게도 한다.

“어떻게 사람이 수십년 동안 독일에 살면서 독일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독일인들이 언제까지 게으르고 무능한 이주자들을 참아줘야 하느냐며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질문이었다. 이 말은 SNS를 타고 퍼지면서 피난자들을 공격하는 대표 질문이 됐다. /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