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굳은살이 박여 큰 외부 자극이나 타인으로부터 심각한 타격, 예상하지 못했던 나쁜 일에 휘말려도 어릴 때만큼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고 자신할 때가 있었다. 이른바 매사에 무덤덤해진 것인데,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이 생겨서 이제 상처를 쉽게 받지 않게 된 것이라고 착각했었다. 그런데 나쁜 자극에만 무덤덤해진 것이 아니라 좋은 자극에도 무덤덤해졌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다. 낯선 여행지에 가서도 좋지도, 싫지도 않고 과거와 달리 감탄사를 내뱉지도 않는 나를 발견하고는 그 역시 어른이 된 증거인 줄 알았다. 우연히 만난 명상 전문가는 ‘슬픔도 분노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는 위험한 것이지 성숙해진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기쁨, 환호, 설렘과 같이 긍정적인 감정들은 분노, 슬픔, 좌절과 같은 감정과도 연결돼 있어 나쁜 감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면 좋은 감정 역시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이는 ‘안전한’ 상태가 아니라 우울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 조절>에는 이러한 감정들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함께 감정을 분류하고 나누어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내 마음인데도 내 뜻대로 조절할 수 없어 모두가 답답한 가운데 <감정 조절>의 미더운 점은 슬픔과 분노와 같은 감정들이 일으키는 부정적인 사회적 문제들을 개인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이 느끼는 불안감은 많은 경우 생존과 안전에 위협을 느낄 때 조성되고, 특히 한국 사회는 과도한 경쟁과 상대평가로 인해 개개인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때 아이유의 감정 조절법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아이유는 우울한 감정이 들 때 “이 기분은 절대 영원하지 않고, 내가 5분 안에 바꿀 수 있다”고 마음먹고 나쁜 감정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고 밝혔다. 5분 안에 자신의 감정을 바꿀 수 있다니! 세상에서 가장 맘대로 안되는 게 내 맘 같을 때, 내 감정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안전지대로 자신을 데려갈 수 있을지,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하다. 상담가이자 정신분석가인 작가는 자신의 내담자들의 여러 사례를 들어 ‘섣불리 아는 척하지 않고 이해하고 들어주었던’ 경험들을 공유한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며 다중적이며 우리 내면의 다양하고 복잡한 목소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고개를 드는 나쁜 감각은 당신이 잘하고 있다는 신호라고도 알려준다. 사실 우리는 무수한 자기 계발서와 상담 영상, 성공한 멘토들의 강의를 통해 지나치게 많은 심리 콘텐츠들을 접해왔다. 이 책이 그 조언들과 다른 것은 답을 하나로 내지 않고, 여러 사례와 감정의 분류를 통해 자기 안에 원래 있던 마음 지도를 찾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누가 자기를 무시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누군가 자기를 떠나가도 이런 사건과 사고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반영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런 사건, 사고를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부정적인 요소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으며, 사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문제를 잘 처리하고 또 빨리 회복할 수 있다. /33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