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을 끝까지 읽으면 ‘작가의 말’이 기다리고 있다. “당신에게 주고 싶어 소중히 가져온 것이, 당신에게는 고양이가 물어온 작은 시체처럼 난처한 선물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많은 소설이, 아니 많은 책이 그렇지 않을까. 작가가 쓴 책은 독자가 기대한 내용이 아닐 수 있고, 그래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울림을 경험할 수도 있다.
<환호성>의 단편들은 “고양이가 물어온 작은 시체”처럼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넘길 이야기도 아니다. 크나큰 불행이 숨 고를 틈도 없이 쏟아진다. <요술 궁전>의 환은 시각장애인 선우와 함께 사는데, 그만 본인이 녹내장에 걸리고 만다. 의 은호는 성정체성을 아우팅당하고, 가영은 회사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한다. 그리고 은호의 제자 복현은 가정폭력을 오랫동안 당했다. <환호성>의 세경은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가난하고 차별받는 젊은 세대의 초상이라 할 수 있을 이들의 불행은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인데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게 전 세계적 분위기 같다. 세상은 거대한 솥이고 우리는 끓는 물에서 삶아지고 있다는 <환호성> 속 극단적 전단지의 주장을 쉽게 부정할 수가 없다.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불행 속에서 고통과 분노를 밖으로 터트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단편집의 젊은이들은 착하고 순수하며, 그렇기에 정의롭지 못한 세상 속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파한다. 선우는 녹음으로 감정을 기록하는데, ‘더럽고 치사하지만 참아야지’라는 생각과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동시에 한다. 은호는 불에 타죽거나 토막 살인으로 암매장되는 끔찍한 상황을 중독적으로 상상한다. 회사에서 매끈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광고를 만드는 <오토매틱 블루베리>의 지한은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가상 죽음과 다름없는 상태로 사는 방법을 택한다. 생크림케이크를 부수고 우유 팩을 터트리는, 작은 수준의 난동을 벌이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아예 세상을 터트리는 테러를 계획하는 인물도 있다. 그렇지만 이 거침없는 난폭함의 뒷면에는, 사실은 죽고 싶지 않고 일상을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비명 같은 진심이 있다. 모든 것을 부수고 터트리며 멸망을 갈망하는 마음 옆에는 소설을 읽고 비를 맞으며 산책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인생을 향한 마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녀는 어떠한 절망과 어떠한 폭력은 무난히 넘어갔지만 어떠한 절망과 어떠한 폭력 그리고 어떠한 사랑은 좀처럼 납득하지 못했다. /26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