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만은 않은 시를 예쁜 한지 위에 인쇄해 표지와 내지, 띠지와 면지를 만지면 누구나를 위한 예쁜 선물이 될 수 있는 시집이다. 은 2026년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젊은 시인 8명의 시를 네편씩 묶었다. 구윤재, 김사라, 봉주연, 송희지, 이다희, 이새해, 임유영, 조시현의 시다. 이들의 시는 하나의 결로 묶이지도 않고, 한번에 익숙한 언어로 와닿지도 않는다. 모두 진부함의 벽을 피해 새로 튼 인식의 틈새를 드나들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 뒤에는 시작 노트와 선정위원의 추천의 말이 한 묶음으로 붙어 이들의 시에 가닿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구윤재의 시를 추천한 김상혁 시인은 시어를 들어 광활한 상상력을 언급한다. “광활한 상상력이란 뭘까. 하얗고 부드러운 소동물의 ‘무게’나 원도심을 걷는 ‘보폭’을 통해, 미래라는 관념의 물리량을 구현해내는 역량일 것이다.” 이렇듯 시인이 시에 내세운 화자와 독자 사이에는 쉽게 길이 터지지 않고, 시인이 창조한 새로운 언어의 의미로 인해 독자가 새로운 상상을 하고 또 느끼도록 시어는 불친절하지만 투명하게 엮어져 있다.
김사라의 시에서 여자들은 소외되고 폭력으로 모멸감을 느끼지만 인물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송희지는 <금속음- 음경의 시>에서 남성성의 문제를 건드리는데, 아버지의 몸과 전쟁, 금속의 질감은 불경함과 껄끄러움을 주는데 그 불편함을 통해 남성성은 그다지 무겁지도 대단치도 않은 하찮은 존재로 무너져 내린다.
이새해의 시는 흔히 주변에서 보이는 일상의 물건들을 의심하고 전복한다. 그 의심은 화자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상하게 화자는 불안해하기 때문에 강한 존재가 된다. 그의 시 에서 ‘부자 된 기분으로 도박하고 게임하고 징그러운 표정으로 부자나 될까, 자기 집 가진 사람처럼’ 굴다가 송충이로 우수수 떨어지다가 아이스커피 얼음 사이에 은신한 무당벌레가 되는 식이다. 그리고 결국 이 시는 ‘산 채로 발견되기’와 같은 냉소적 뉘앙스로 마무리된다. 여덟 시인들의 시는 다른 방식으로 어렵고, 낯설고, 그래서 우리가 익히 잘 알던 세상을 재인식하게 만든다. “나를 깨트리고 싶어, 정신병 걸린 사람처럼 소리 지르면서 네가 뭔데 세상이 뭔데” 하고 소리 지르고 싶던 어느 날, 내게 남은 가능성이라곤 더 망한 내일밖에 없을 것 같은 날 예쁜 척 포장한 시집을 함께 읽으며 기이한 꿈이나 같이 꾸었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났는데 배 위에 무언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간신히 눈동자를 굴려 배 위에 올려진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았다
축축하고 미끄러운 하얀 솜털로 감싸여 있는 저것, 미래였다 /1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