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를 통해 알려진 자폐스펙트럼은 보통 서번트증후군과 공존한다. 다섯살 때 법전을 외워 보인 천재 변호사 우영우(<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렇고 엄청난 기억력을 지닌 <레인맨> 속 찰리의 형도 그렇다. 사실 이런 설정은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이고, 현실에서 자폐스펙트럼을 접하면 알게 된다. 천재적 재능을 지닌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힘겨운 노력을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익히는 목적은, 훗날 돌봐주는 이 없어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이렇게 쓰고 보니 여느 사람들과 아주 다르지는 않은 듯도 하다. 다만 그 노력의 절대량이 다를 뿐.
자폐스펙트럼에 강박장애와 실행증(목적 있는 동작을 수행하기 어려운 증상)까지 있는 저자 박주환의 <빛과 소리를 만져보면>은 자폐의 세계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저자 같은 사람은 빛과 소리를 너무 섬세하게 느끼다 보니 일상 세계가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글씨 쓰기 연습을 할 때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이 너무 많아 앞이 흐릿하게 보인단다. 자폐스펙트럼의 경우 흔히 여러 감각이 조화롭게 작동하지 않다 보니 손과 눈의 협응이 어렵다. 그래서 선 하나 긋는 일만 해도 매일매일 연습해야 하는 과제가 된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소통을 위해 필담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학교생활만 해도, 강박장애 때문에 시야에 들어오는 사물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신경 쓰인다. 교실 문이 조금 열려 있거나 칠판에 얼룩이 있으면 견디기 어렵다. 이런 과도한 자극 때문에 흥분상태가 되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게 된다. 그래서 주위 친구들의 시선을 받고 보조 선생님의 주의를 받는다.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다듬는 일도 드라이기 소음과 가위질 소리, 가운의 감촉을 참으며 의자에 앉아 버티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르다고 해서 함께 어울릴 수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저자에게는, 처음에는 어색해도 이내 마음을 열어준 친구들이 있었고 기회를 주고 천천히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연습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격려하는 엄마와 아빠가 있었다.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자신이 남들 눈에 어색한 행동을 할 때, 관심을 주지 말고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주면 좋겠다고 한다.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알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주변 환경이라는 건 사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들 조금씩 다르고, 몇 가지 약점이 있는 존재들이니까.
그 친절이 내가 특별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못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면 좋겠다. /20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