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연애 상담소>의 제목에서 ‘죽여주는’은 상담을 정말 잘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주인공 보영은 커플 매칭 전문가로 결혼정보업체에서 승승장구하다 우연히 큰 사고를 겪고 퇴사를 결심, 친구 엄지선녀가 잠시 비운 한옥의 신방을 살피며 시간을 보낸다. 터는 좋다지만 집이 오래된 한옥이라 겨울에는 배관을 드라이기로 녹여줘야 하는 쉽지 않은 곳에서, 보영은 친구가 모시는 선녀님을 위해 상을 차리는데 ‘엠지’스럽게 마카롱을 상에 올리고 샤넬 넘버 파이브 향수를 칙칙 뿌리기도 한다. 이런 역술 업계의 모던한 풍경은 영화 <파묘> 이후로 익숙하게 다가온다. 귀신을 볼 줄 아는 여자주인공의 로맨스 이야기 또한 <오싹한 연애>나 <주군의 태양>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듯 스테디셀러가 된 장르다.
신방에서 지내다 보영이 귀신을 보는 능력을 얻게 되고, 애달픈 사연을 안고 온 귀신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일이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목을 뚝뚝 꺾으며 얼굴을 들이대는 무서운 귀신을 옆에 끼고 여기저기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은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모험물은 주인공이 타인을 위해 길을 떠나더라도 결국은 본인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모든 모험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고, 주인공에게는 고생한 만큼 깨달음이 주어진다. 보영은 연애 한번만 하고 싶다고 호소하는 귀신과 고백 한번만 하고 싶다고 몸부림치는 귀신의 사정을 들어주느라 종횡무진 다니는 한편, 사랑이 무엇인지 또 인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답을 찾아간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마카롱과 명품, 해외여행이 친숙한 선녀님의 모습이라든지 귀신에게 주식의 등락을 물어보는 보영의 모습을 보며 재미나게 독서를 하다가도 묘한 생각이 든다. 2020년대에 역술 산업이 이토록 발전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이 과거에 있었을까. 역술 업계에 뛰어드는 사람이 날로 늘어나고 패션잡지 한쪽에 무당으로 변신한 연예인의 인터뷰 기사가 등장하는 시대, 또 무당을 찾아가서 단타를 칠 종목을 묻는 손님이 늘어났다는 기사가 눈에 띄는 시대다. 이미 한참 전에 어느 재벌 회장이 무속인이라고 소문난 투자자에게 돈을 맡겼다가 큰 손실을 보고 말았다는 결말이 알려졌는데도 그렇다. 이 모든 흐름이 가리키는 답은 하나. 이 시대가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나 많고, 그래서 역술에 의지해서라도 확실한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답이 틀릴 가능성은, 확실히 틀렸다는 결말이 나올 때까지는 일단 덮어두자는 것 같다.
완전히 죽은 공간보다 욕망과 감정이 들끓고 기운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귀신도 사람도 돈도 붙기 마련이었다. /20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