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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는 ‘인종간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영화’로 국내외 관객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크래쉬>에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신의 관점’에서 인종간의 충돌을 조감하면서, 인종문제를 마치 타인종에게 혐오를 느끼는 인간본성의 문제로 그린다는 점, 둘째, 편견을 없애고 ‘신의 사랑’ 안에서 화해를 간구하자는 해결책 속에, 그 ‘신’이 다름 아닌 ‘백인-남성-기독교인의 신’임이 은폐된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인종문제를 탈역사적이고 탈정치적인 문제, 즉 본질론적이며 종교적인 문제로 위장하면서, ‘백인 > 흑인 > 아시아인’의 위계와 편견을 반복할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위, 배타적인 기독교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한다. 이를 <히든>과 비교하면 더욱 명료해진다. <히든>은 철저하게 백인 남성 지식인의 시점으로 영화를 전개하며, 인종문제가 역사적 연원과 정치경제학적 이해(利害)를 지닌 문제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기
답습과 각성, <크래쉬>와 <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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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전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이야기 혹은 하소연. 나는 김기덕 감독을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밤 11시 반에 파라다이스호텔 맞은편에 있는 작은 클럽에서 한 영화사가 연 미드 나이트 파티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만났다. 아직 열세 번째 영화를 찍기 전의 일이다. 그때 그에게 다음 영화를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슬프게 말했다. “영화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걸 보여드리는 건 힘든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제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시키는 일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사를 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만일 누군가 내 영화를 개봉시키고 싶다면 이제는 그걸 수입하면 됩니다. 저는 개봉 여부에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누군가 내 영화가 보고 싶다면 외국에 출시된 DVD를 주문해서 보시면 됩니다. 저로서는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말을 빈정거리면 안 된다. 나는 지난해 그의 열두 번째 영화 <활&g
반복 안에서 찾은 새로움, 김기덕 감독의 신작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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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녀는 일찌감치 섹스를 하게 된 여자였지,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자는 아니었다. 외부적으로는 남자친구에 의해 교환 양도되기도 하고, 스스로도 이긴 남자와 섹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만큼(“니가 이겼다며?”) 남성 중심의 성관계를 내면화한다.”
황진미에게 영화의 질은, 영화 속 대사의 정치성과 겉으로 보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주체적 행사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다. 위의 구절은 황진미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비판한 논지 가운데 하나다. 황진미가 세운 영화의 척도가 문제가 아니라, 척도 따로 영화 속 현실 따로라는 게 문제다. ‘그녀’는 이긴 남자와 섹스하는 게 아니라, ‘니가 이겼다며?’라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영화는 ‘누가 이겼는지’ 확인해주지 않는다. 그걸 여전히 확인하고 싶다면 아직 성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말로 자고 싶은 남자를 고르는, 현실과 자유를 중재할 줄 아는, 남성 중심 성관계를 역이용하는 영리한 여자다.
무한한 자기긍정? 엇나간 과잉해석! <달콤, 살벌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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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현장 제작인력의 90% 이상이 비정규직(단속적 계약직), 오락문화운동 서비스업의 69%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비율.
-제작사와 직접 고용은 40%에 불과, 도급계약이 41%, 개별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급형태 18%.
-연간 평균 참여 작품 수는 1.24편, 연간 6.32개월만 취업 상태.
-영화스탭의 작품당 평균 수입은 540만원, 환산된 평균 연봉은 640만원. 이는 비정규직 평균 연봉 1236만원의 51.3%.
-1일 평균 촬영시간: 8시간 1.3%, 13∼16시간 39.4%, 16시간 이상 34.8%.
-4대 보험에 모두 가입된 영화산업 종사자 비율은 1.43%에 불과, 4대 보험의 혜택을 전혀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54.8%.
한국 영화산업의 고용 실태, ‘영화산업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 중에서
영화노조가 움직인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은 지난 4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영화산업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영화노동
주급 정액제와 전문 스탭제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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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시절, 김형균(24)씨는 책 한권을 읽었다. 제목은 <할리우드의 영화전략>.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수익률이 갈수록 저하하면서 메이저 스튜디오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블록버스터 제작에 안간힘을 쓰고, 이것은 다시 제작비 상승을 초래해 수익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논지의 책이었다. 결론은, 현재의 영화전략대로라면 할리우드는 자멸한다는 것. 김형균씨는 책을 읽고 받은 인상을 마음에 담았다.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1년 반쯤 흘렀다. 올해 2월, 그는 뉴욕에 2주 정도 머물러 있으면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움직이는 회화’를 보았다. 그림 자체를 움직여서 내러티브를 만들어낸 예술작품이었다. 다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할리우드의 영화전략’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수단을 찾아냈다고.
<A Hollywood Blockbuster>는 영화와 관객을 등장시킨 2분짜리 단편영화다. 상영관 안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서 관객은 환호
<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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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 할리우드에는 영화 같은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일명, ‘펠리카노 케이스’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1920년대 패티 알버클 사건 이후 1993년 하이디 플리스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방탕한’ 할리우드의 스캔들은 그 스케일도 남다르다. ‘빅 원'이 한번 터졌다 하면 난다 긴다 하는 할리우드 스타뿐 아니라 그들의 후광을 좌지우지하는 영화계 실세들이 줄줄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누아르판’ 스캔들이다.
할리우드의 음지에서 일해온 일급 사설탐정 앤서니 펠리카노. <LA 컨피덴셜>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듯한 이 61살의 노탐정이 누아르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20년간 헤집고 다닌 발자취는 가히 영화감이다. 죄목은 불법 도청, 증인 협박, 경찰 뇌물 매수, 개인 정보 판매 등 해결사 전문의 범죄들. 고객이자 동시에 피해자들은 할리우드의 톱스타, 감독, 에이전트, 할리우드에 터를 둔 백만장자, 스튜디오 대표들과
[LA] ‘누아르판’ 할리우드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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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좋은 개살구: 화려하지만 실속없는 직종, 스파이
이던: 사실 스파이가 빛좋은 개살구야. 몇 천억원대 사기를 벌이는 악당을 쫓아다녀도 인센티브가 있길 하나. 위험수당이 있길 하나. “대원들이 체포되거나 살해당할 시엔 언제나처럼 정부는 자네의 모든 활동을 부인할 것”이라고 매번 협박이나 하지. 비정규직도 이렇게 천대받는 비정규직이 없어.
오스틴: 이던 팀은 메시지 보내고 5초 만에 불태우는 테이프만 재활용해도 노후는 걱정없을 텐데. 어허허허허허허.
존: 그렇게 힘들다면서 불가능한 두 번째 임무에서 오토바이는 왜 허공에서 터트리고 난리야. 하긴 처음엔 헬기도 폭파했지. 완전 오버액션맨이야.
이던: 다들 알다시피 그거 국방부 협찬이잖아. 처음 작전 나갈 때만 해도 흠집이라도 날까봐 조심스럽게 몰다가 내가 죽을 뻔한 적도 많아.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열받더라. 작전 끝나면 냉큼 뺏어가는 협찬사도 얄밉고 해서 오토바이는 일부러 터트렸어. 왜 떫어? (느닷없이) 그리고 제이슨
21세기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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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은 끝났다. 좌우를 넘나들며 신바람을 내던 스파이들의 넓은 놀이터는 부조리한 기업이나 내부 배신자의 응징 같은 심부름센터 수준으로 오그라들었다. 그들이 <순풍산부인과>의 가족들처럼 한 집에 살면 어떨까. <미션 임파서블>의 클래식한 첩보원 이던 헌트, <본 아이덴티티>의 기억상실증에 걸린 음울한 킬러 제이슨 본, <오스틴 파워>의 야누스 오스틴 파워, <미스터& 미세스 스미스>의 섹시하고 살벌한 스미스 부부가 한지붕 아래 모였다. 007를 ‘냉전의 화석’이라 비웃던 M이 그들을 초대한 호스트다. 총을 내려놓은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바야흐로 개봉박두!
알프스 산기슭 외롭게 자리잡은 중세풍의 허름한 성. ‘M하우스-Top Secret’이라는 간판이 바람에 덜컹거린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거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원탁이 놓여 있다.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이던 헌트(톰 크루즈). 그 옆에는 우울한 표
21세기 스파이들의 신세한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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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시청각적 융합물
인도영화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샤티야지트 레이는 리트윅 가탁이 생전에 남긴 글과 인터뷰를 모은 소책자 <영화와 나>의 서문에서 그에게 다음과 같은 존경어린 찬사를 바친 바 있다. “리트윅 가탁은 이 나라가 배출한 소수의 진정 독창적인 재능의 소유자 가운데 하나였다… 서사시적 스타일 속에서 그가 창조해낸 강력한 이미지들은 사실상 인도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로 작고한 지 꼭 30주년이 되는 인도 영화감독 리트윅 가탁은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작가로 남아 있는 듯하다. 심지어 영화광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그에 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영화의 정치학과 시학을 동시에 고민한 위대한 작가들- 예컨대 로베르토 로셀리니, 장 뤽 고다르,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글라우버 로샤,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오시마 나기사 등- 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화사의 거목이 이런 식으로 잊혀져가고 있다는 건 진정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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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김순명, 김학성을 소개합니다
1945년 이전 한국 영화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일제 식민지라는 정치·사회적 상황이 절대적 이유다. 필름과 관련 자료 등이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대량 유출됐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후 발굴이나 복원 또한 미진했다. 그 시기에 나온 창작물에는 어김없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폄하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해방 이전 4편의 한국영화를 발굴, 상영했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무지와 편견을 부수기 위한 섹션을 마련했다. ‘특별상영: 재일한국영화인의 발견’에서 상영되는 5편의 작품들은 이병우(이노우에 간), 김순명(우베 다카시) 같은 한국 영화사에서 누락된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려는 안간힘이다.
이병우 감독은 전주 출신으로 1928년 소비에트영화에 영향을 받아 프롤레타리아 집단인 프로키노에 참여하고, 이후 일본 유성영화예술연구소, 아트프로덕션 등에서 활동하면서 일본에서 촬영감독으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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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신나게 놀아볼깝쇼?
육갑이 형님, 대체 방금 본 영화 줄거리는 뭐람유? 졸음만 쏟아지는 게 이젠 머리까지 아프당께. 뭔 놈의 영화가 논어, 맹자보다 어렵댜? 놀려고 왔건만 지쳐서 가겠네. 칠득이 형님은 볼려고 노력이라도 했소? 지는 그냥 자빠져 잤당께요. 야들아, 그래서 이제 재미난 거 보러 가지 않냐. 우리 노는 거 마냥 웃기기도 하고 감동도 있다니까, 한번 믿어보자고. 왕을 갖고 노는 것만큼 재밌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판 놀아볼깝쇼?
오프사이드 Offside
자파르 파나히/ 이란/ 2006년/ 88분/ 개막작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이 관습법에 의해 금지된 이란. 남장을 한 소녀가 광적인 축구팬으로 가득한 버스를 타고 국립 경기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축구장 진입을 시도하던 소녀는 군인한테 발각되어 다른 소녀들과 함께 경기장 주위의 임시 울타리 속에 갇히고 만다. 경기장에서는 흥분한 관중의 열광이 들려오고, 동참하고픈 소녀들은 군인들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울타리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