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6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서울시 공공 시네마·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긴급 포럼’이 열렸다. “서울영화센터 파행 조성 및 공공 시네마테크의 상실”을 비롯해 서울시 영화·영상·미디어 정책의 문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 미디액트, 문화연대 등 영화·문화계 현장의 주체들이 참여해 네개의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중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서울영화센터 건을 포함한 오세훈 시장 체제의 서울시 문화정책이 지닌 구조적 문제를 두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첫째, 정책 목적의 전도다. 본래 문화정책의 목표인 ‘시민의 문화적 삶과 접근성 향상’이 희미해지고, 도시 브랜드·관광·경제 성과 중심의 개발 논리가 우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세훈 시장의 문화 분야 공약 24개를 분석하며, 기본적 공약보다 자본에 잠식된 판단 구조가 문화정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생활문화, 지역문화, 시민 창작 활동 등 일상의 문화가 우선순위에서 배제된 가운데, 서울영화센터 논란이 이러한 정책기조의 결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됐다. 김재상 사무처장은 “시민을 단순 소비자로 규정한 채 공급형 시설 확충에만 주력하는 2000년대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미 한계가 드러난 시대착오적 패러다임의 재생산”이라고 비판했다.
둘째는 공공성과 절차적 정당성의 붕괴다. 서울영화센터의 용도 변경과 운영 구조 재편 과정에서 공청회 등 시민과의 합의 절차가 부재했고, 행정 독점의 구조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협의와 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할 행정이 권위적으로 작동하며 시민과 현장을 잇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김재상 사무처장은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문화행정의 개선 없이는 시민의 문화적 삶과 지역 생태계 강화는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포럼 진행을 맡은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등 문화공간의 연쇄적인 폐쇄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서울시 미디어 정책의 구조적 방향과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왼쪽부터).
김숙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은 20년간 이어져온 시네마테크 전용관 추진 과정을 소개하며, 공공 시네마테크가 비상업 영화 문화의 공동 자산임을 역설했다. 서울영화센터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긴 영화 공동체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박수려 대표는 “지역성과 역사성은 물론 기본적인 규모 차이조차 고려하지 않는 행정이 공동의 기억과 자원을 단절”시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처럼 서울영화센터 논란은 한 공간의 용도 변경 문제를 넘어 서울시의 문화정책이 얼마나 부조리한 원리와 절차 위에서 운영되는지를 논하는 담론으로 확장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