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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이중결함, 서울영화센터를 둘러싼 비판들

서울영화센터를 향해 제기되는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운영 체제의 불합리함이고, 둘째는 기능의 부실함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에 문제의 소지가 있단 뜻이다. 전자의 근간엔 서울영화센터가 다분히 관료주의적 행정으로 운영된다는 배경이 있다. 현재 서울영화센터의 관리 주체는 서울시 경제실 경제정책과다. 서울시 경제실은 서울경제진흥원(SBA)에 올해 2월부터 2027년까지 운영 대행을 맡겼다. 지난 9월 서울경제진흥원은 ‘서울영화센터 상영관 운영 용역’ 공모에서 한국영화인협회와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선정했고, 이들은 2026년 12월까지 서울영화센터 내 3개 상영관 운영을 맡는다. 상영관 용역업체가 상영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면 서울영화센터 운영위원회가 심의하여 진행을 결정한다. 즉 서울영화센터의 운영 체제는 관료주의적 ‘하청의 하청’ 형태다. 대행과 용역이라는 구조를 통해 공간 운영의 권리와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더군다나 서울영화센터가 왜 서울시 경제실 소관인지를 담당자들조차 명확히 알지 못하는 관료주의 행정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 경제실 관계자 A씨는 “원래 관련 업무는 서울시 문화본부 담당이었지만, 언제 어떻게 경제실로 업무가 이관됐는지는 모른다”라는 답변을 전했다.

서울시가 서울영화센터를 두고 “시네마테크가 지향해온 독립·예술·고전영화 상영과 시민교육 등 핵심 기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현행 운영 체제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지속성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울경제진흥원에 영화관 운영 경험과 전문 인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상영관 운영 용역업체인 역시 시네마테크를 운영해온 곳은 아니다. 한국영화인협회는 1955년 결성되어, 2024년 파산하며 운영을 맡던 대종상 개최권(업무표장)을 잃은 단체다. 지금의 인력 구조로는 시네마테크가 수행해야 할 영화 유산의 보존·열람·연구·교류와 시네마테크 의의에 적합한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영화센터의 운영 체제가 결함을 지니게 된 이유는 민관 협의 구조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파행되고 좌우된다는 현실 때문이다. 서울영화센터 건립은 2007년부터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등 시네마테크 운영에 전문성을 지닌 민간이 주도하여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네마테크를 세우자는 안건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2010년, 추진위원장 이명세 감독) 등을 꾸려 민관 협치 형태로 건립을 주도했고 2017년 서울시가 2021년까지 완공을 발표한 뒤에 2018년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준비위원회’(위원장 고영재)가 만들어졌다. 서울시 역시 2018년 건립준비위원회, 2023년 운영자문위원회를 통해 민간의 의견을 꾸준히 청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숙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은 “당시 건립준비위원회는 서울시의 별다른 논의 없이 해산 통보를 받았으며, 이후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꾸린 운영자문위원회가 만들어졌다”라며 민관의 소통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소통이 끊기고 새로운 운영자문위원회가 꾸려진 시기는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부임 무렵으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업의 연속성이 끊겼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 운영위원회를 민간의 전문가들로 구성했으니 민관 협치 모델엔 차질이 없다는 의견이다. 서울경제진흥원은 올해 초부터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계 관계자를 모아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8월 진행된 ‘서울영화센터 상영관 운영 용역’ 공모 진행에 영화계의 우려가 불거졌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서울영화센터의 시네마테크 원안 복구를 촉구하며 발표한 성명엔 단체 43곳과 류승완, 박찬욱, 봉준호, 이명세 감독 등 개인 1508명이 연명했고, 최용배 전 운영위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이 운영위원회에서 사퇴했다. 이후 서울경제진흥원은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계 단체를 추가 영입해 운영위원회 정원(10인)을 채우고 있다. 운영위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한국시네마테크협회 등 기존에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을 논의하던 민간단체들은 운영위원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요컨대 개관 이후에도 서울영화센터 운영 체제에 대한 민관의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것을 통합하기엔 좁다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는 시네마테크의 기능을 포함한 영화계와 시민 모두를 위한 영화문화산업의 거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계는 꾸준히 서울영화센터의 물리적, 기능적 한계를 꼬집고 있다. 서울영화센터가 운영자문위원회(2023년) 내의 논의를 통해 건물 내부의 용도를 변경하면서 시네마테크의 기본적인 시설이 미흡해졌다는 주장이다. 필름 상영 시 스크린을 영화 화면비에 맞춰 조절하는 마스킹 기능, 필름을 보존하는 수장고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 수장고가 한국영상자료원과 기능이 중복되어 용도를 변경했다고 밝혔지만, 한국영화만 보존하는 한국영상자료원과 달리 종합 시네마테크는 해외영화까지 수용해야 한다. 영화계의 계속되는 지적에 따라 서울영화센터는 개관 전후로 8층을 DVD 열람 공간, 9층을 필름 등을 보관하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복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물리적 공간의 한계, 필름 항온항습 시설의 부재 등으로 “필름 보존의 수요를 운영 중에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외부에 수장고 공간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을 고려”(서울경제진흥원 관계자 B씨) 중이다. 단점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정식 개관 이후에도 계속하여 공간의 보완 및 재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지금의 미흡함을 증명한다.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와 기능이 중복되는 여러 사업과 공간을 통합하며 서울영화센터를 “영화문화산업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을 없애고 인디서울, 독립영화 쇼케이스 등의 사업을 폐지하며 독립·예술 영화와 영화 문화 관련 사업을 줄여나가고 있다. 서울영화센터가 추구해야 할 시네마테크의 기능은 서울시가 폐지를 결정한 사업들과 근원적으로 다른 역할과 접근성을 수행하고 있다. ‘기능 중복’이라는 근거는 합당하지 않다.

만약 서울영화센터에 다양한 공간과 사업의 기능을 통합하고, 이곳을 복합적인 영화문화산업의 거점으로 운용하려 할지라도 그 현실성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를 시네마테크와 여타 영화 공간·사업의 기능을 흡수하는 동시에, 독립·예술·고전·상업 영화를 상영하며, 필름마켓과 비즈니스 미팅 등 관련 행사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개막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 주요 영화제들과도 연계하여 이곳을 중심으로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서울영화센터의 좌석 규모는 3개 상영관 내 총 312석이며, 연면적은 4806㎡다. 단적으로 비교했을 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영화의전당의 연면적은 5만4335㎡으로 서울영화센터의 11배가량이다. 영화의전당 중극장의 좌석수는 413개로 서울영화센터의 상영관 3곳을 합친 것보다 많고, 이외에도 4천석의 야외극장·841석의 하늘연극장·212석의 소극장과 시네마테크관을 운영 중이지만 영화제 기간엔 다른 상영관까지 추가 운용한다. 대규모 국제영화제와 비교하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다른 예를 들자면, 서울영화센터의 규모는 서울독립영화제가 한 회차 상영에 통상적으로 준비하는 좌석수의 3분의 1도 수용할 수 없는 정도다.

곳이 되지 못한다. 애초부터 서울영화센터가 시네마테크 전용 공간으로 설립되었던 곳이기 때문이며, 지금은 시네마테크의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서울영화센터는 현재의 과잉된 목표보다 본래의 의의로 돌아가야 마땅해 보인다.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도 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A씨는 “지금 서울영화센터의 기능이 완성됐다고 보지 않으므로 차후 영화계와 논의해가며 운영할 계획”이라 밝혔고, B씨도 “민간의 이야기를 청취하며 서울영화센터가 시민에게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서울영화센터에 관한 논의는 끊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