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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경쟁에 치중된 영화, 서울영화센터 개관식 현장

11월28일 오후 2시부터 서울영화센터 개관식이 열렸다. 제막식, 개막 행사, 개관 기념 상영작 관람, 영화인 교류 행사가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개막 행사엔 오세훈 서울시장, 임춘대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 김길성 중구청장, 어일선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이사 등의 공직자, 기관 관계자들과 배우 이정재, 장미희, 김한민, 윤제균 감독, 그리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한국영화인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소속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그간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을 지지해왔고, 현행 서울영화센터 체제에 반대하며 협력 거부를 밝힌 영화인들(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소속의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수입배급사협회 등)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영화센터의 운영 방향성을 두고 갈라진 영화계의 현황을 보여주는 모양새였다.

개막 행사에서 진행된 환영사에선 서울시가 생각하는 서울영화센터의 방향성을 엿들을 수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 한국영화는 플랫폼의 급격한 확장, 기술의 변화 그리고 산업 기반의 약화라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서울은 이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맞추어서 OTT 그리고 AI 기반의 실무 교육과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영화센터의 중심 가치를 영화문화의 보존이라는 시네마테크의 의의보다, 산업 지향적인 방향성에 두겠다는 쪽에 가까웠다. 현재 서울영화센터는 서울시 경제실 경제정책과 소관이다. 담당 부처의 배정에서도 영화를 문화예술보다 하나의 산업적 수단으로 고려한다는 서울시의 의식이 뚜렷해 보인다.

더불어 임춘대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영화는 충무로, 퇴계로가 거의 주도했으니 이제 부산을 넘어서 서울이 세계를 이어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언급하고 그것을 넘어서겠다는 표현은 영화와 영화제 등의 문화예술 기반을 상업적 경쟁의 범주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운영 관계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다른 가치관을 지닐 순 있더라도, 현행 서울영화센터가 시네마테크의 유산을 우선으로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만은 뚜렷했다. “짓는 것만큼 유지가 중요하다는 자세로 책임 있게 운영”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시정의 말이 지켜지길 바란다.

개막 행사엔 여러 시행착오가 잇따랐다. 관계자 입장과 행사 진행이 예정된 시간을 넘겼고, 실내악 연주와 함께 <한국, 서울과 제물포항 풍경>(1910)이 영사될 땐 스크린 뒤의 조명이 한동안 꺼지질 않았다. 축하 영상이 재생될 땐 소리가 나오지 않아 몇 차례 상영이 지연되기도 했다. 특정 행사에서의 기술적 문제들로 공간 운영 전체를 판단할 순 없지만, 영화관에서 열린 행사의 영화·영상 상영에 결함이 있었단 점은 서울영화센터의 전문성에 의문부호를 떠올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서울영화센터 4층 기획전시실에선 개관 특별 전시 <서울을 영화 속에, 영화를 캔버스에 담았습니다>가 진행되고 있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내 머리 속의 지우개><올드보이> 등 한국영화 9편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작품과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