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지닌 오스카 트로피만 도합 9개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시네마틱한 체험을 선사할지 기대를 모으는 세 거장이 2026년 각기 다른 신작으로 6월, 7월 그리고 9월 우리를 찾을 예정이다.
<디거>
톰 크루즈,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왼쪽부터). SHUTTERSTOCK
<씨네21>은 1530호 특집기사로 워너브러더스의 2025년을 다루었고, 워너브러더스의 공동 의장 겸 CEO 패멀라 앱디와 마이클 드 루카의 수완에 주목했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지 <퍽>의 보도에 따르면 앱디와 드 루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탑건: 매버릭>으로 전 세계 극장가에 숨통을 틔운 톰 크루즈에게 감사 서한을 보냈다. 이후 워너브러더스는 톰 크루즈와 몇 차례 미팅 끝에 퍼스트 룩 계약(제작사가 개발하는 작품의 시놉시스를 가장 먼저 검토하고 투자하거나 배급할 수 있는 권리.-편집자)을 따냈다. 이들의 성과가 바로 2026년 9월 개봉예정인 영화 <디거>다. 메가폰을 잡은 자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그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이후로 10년 만에 영어영화를 연출한다. 이냐리투와의 협업으로 2년 연속 오스카 촬영상(<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을 거머쥔 에마누엘 루베스키도 또 한번 카메라의 신공을 발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디거>는 톰 크루즈에게 남다른 영화일 것이다. 톰 크루즈가 <아메리칸 메이드>(2017) 이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비(非)프랜차이즈 영화이고, <락 오브 에이지>(2012) 이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비(非)액션영화다. 어쩌면 <디거>는 <7월 4일생><매그놀리아>에 이어 모처럼 배우 톰 크루즈의 ‘연기력’에 집중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톰 크루즈는 지난 수십년간 공중에서도 수중에서도 중력을 거스르던, 에단 헌트이자 매버릭이었다. 그런 그가 <디거>의 예고편에선 늙수그레한 외양을 한 채 삽을 들고 내내 춤을 춘다. 어느 때보다 파격적인 톰 크루즈의 모습이 관객들의 기대를 고양한다. /정재현
<오디세이>
“이 영화에는 모든 이야기가 담겼다.”(<엠파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신작 <오디세이>에 관한 다수 인터뷰에서 대서사시의 기운을 풍기며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뒤 인류 서사의 원형이라 할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선택한 행보에는 근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에게 돌아가려 하지만 고국에 닿기까지 10년이 걸린다. <오디세이>는 이 긴 여정 속 한 남자의 희비를 담아낸다. 놀런은 물과의 고된 동거를 거듭 언급하며 대작의 주무대가 바다임을 암시했다. “4개월 동안 바다에 나가 있었다. 항해하는 이들이 얼마나 힘든 여정을 겪었을지를 제대로 담아내고 싶었다.”(<엠파이어>) <오디세이>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전편 촬영된 최초의 장편 극영화로 이미 현대 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했다. 난제인 아이맥스 카메라의 극심한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고자 전용 케이스(블림프)까지 제작했다는 후문이다. 카메라가 가장 오래 머무는 얼굴은 맷 데이먼일 것이다. <인터스텔라>이후 놀런과 재회한 그는 감독이 오디세우스에게서 매료된 요소로 꼽은 천재성과 영리함, 창의성을 동시에 보여줄 것이다. 아내 페넬로페 역은 <인터스텔라>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출연한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다. 놀런 세계의 새로운 얼굴은 톰 홀랜드다. 21세기 스파이더맨인 그가 오디세우스의 선량한 아들이자 후계자인 텔레마코스란 걸맞은 역할을 맡았다. <미키 17>의 로버트 패틴슨의 합류 소식도 전해졌다. 페넬로페에게 달라붙는 구혼자들의 우두머리 안티노우스로 분해 로맨스와 액션 양쪽을 책임진다. 호이터 판호이테마 촬영감독, 루드비그 예란손 음악감독 등 키 스태프가 <오펜하이머>의 구성원들로 채워져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놀런의 13번째 장편영화 <오디세이>는 7월15일 개봉한다. /이유채
<디스클로저 데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원점으로 돌아간다. <파벨만스>(2022)로 자전적 성찰을 마친 뒤 선택한 다음 행선지는 감독의 커리어를 정의해온 바로 그 장소다. 1977년 <미지와의 조우>로 근대 외계인영화의 문법을 다시 썼고, 1982년 <E.T.>로 한 세대의 우주적 상상력을 길러낸 감독이 이번엔 한층 어두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면, 누군가가 당신에게 증명해 보인다면, 그게 당신을 두렵게 할까?” 6월10일 개봉을 앞둔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전 인류에게 공개되는 순간을 다룬다.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하는 캔자스시티의 기상캐스터가 생방송 중 알 수 없는 존재에 사로잡히는 장면이 시작점이다. 여기에 조시 오코너, 콜린 퍼스, 이브 휴슨, 콜먼 도밍고가 합류해 인류가 우주적 진실과 대면하는 순간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포착한다.
각본은 스필버그 오랜 협업자 데이비드 켑의 손에서 나왔다. <쥬라기 공원><우주전쟁><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함께 써낸 두 사람이 이번엔 스필버그가 직접 구상한 40여 페이지 분량의 트리트먼트를 바탕으로 작업했다. 음악은 당연하게도 스필버그와 서른 번째 협업하는 존 윌리엄스가 맡았다. <죠스><E.T.><쉰들러 리스트>를 함께 만든 두 사람의 반세기에 걸친 파트너십이 또 한번의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촬영은 <쉰들러 리스트>이래 스필버그의 분신과도 같은 야누시 카민스키가 맡아 영화의 시각적 기조를 책임진다. <미지와의 조우>가 낙관과 경이로 가득했다면, <우주전쟁>은 공포와 혼돈을 그렸고 <디스클로저 데이>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스필버그는 <우주전쟁>에서 9·11 이후 미국의 공포를 외계인 침공의 알레고리로 풀어낸 바 있다. 20년이 흘러 그가 다시 UFO 소재로 돌아온 지금, 미 의회의 미확인공중현상(UAP) 청문회가 잇따르고 정부의 은폐 의혹이 공론화된 시점이라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김소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