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다 산에서 길을 잃고 고립된 세 친구, 그리고 우연히 만난 비슷한 처지의 낯선 남자. 네명이 동굴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죽음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에게 숨긴 비밀을 하나씩 공유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입을 연 낯선 남자 백산이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요”라고 말해버린다. 예상대로 죽음이 닥친다면 별일 없이 일이 끝나겠지만 이 사건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네 사람은 구조견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고, 정신을 차린 세 친구는 살인 경험을 고백한 그 남자가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다.
알아서는 안되는 타인의 비밀을 조난 상황에서 알아버린 도입부를 보면 일본 만화이자 영화로도 나온 <고백>이 생각나는데, 산장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고백>과 달리 <무덤까지 비밀이야>는 인물들이 일상으로 돌아온다.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세 친구는 고민에 사로잡히고, 무얼 믿어야 할지 모르는 가운데 선택에 떠밀린다. 백산은 정말 자기가 고백한 대로 연쇄살인마일까? 정말 연쇄살인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은 일단 양심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자수하는 내용을 녹취해보려고도 한다. 그렇지만 백산은 좀처럼 쉽게 넘어오지 않고, 도리어 세 친구의 신경을 긁어대며 주변을 포위하듯 다가온다. 봉사활동하는 곳에 슬쩍 나타나는가 하면, SNS 계정에 세 친구의 활동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저격하는 게시물을 올린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이는 심리 게임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편하고 불안한 사건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양심이 있고 적당한 욕망을 품은 흔한 인간의 모습을 보인 세 친구도 점차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나올 법한 의외의 행동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안온한 세계에 어느 날 갑자기 살인과 시체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고 정체 모를 적을 찾아 수색하고 추격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낯선 타인의 어둠만이 아니라 착하고 멀끔한 인간인 줄 알았던 내 친구들, 심지어 나의 내면에 숨겨진 일그러진 어둠을 발견하고야 마는 이야기. 나는 얼마나 선량할 수 있을까.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정의롭지 않은 현실 속에서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 져야 할까. 소설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긴장감 어린 추격이며 쉬는 법 없이 내달리는 이야기가 <끝까지 간다> 같은 영화를 연상케 한다. 길지 않은 분량 때문이겠지만, 처치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 일이 손쉽게 휙휙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곰곰이 따져보니 건장한 성인 남성이 불의의 사고로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경우는 수두룩했다. 4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