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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 도서 - <이토록 서울>

김진애 지음 창비 펴냄

얼마 전 긴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를 만났다. 다이내믹한 여행 이야기나 들어보려던 내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외국 어딜 가도 한국만큼 재밌는 데가 없어. 특히 음식은 식음료는 서울이 최고야. 서울에 여행 온 사람들은 얼마나 재밌을까?” 어딜 가든 사람으로 넘쳐나서 기나긴 행렬에 줄 서야 하고, 출퇴근 교통난에 드높은 물가, 어딘가 화가 난 것 같은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치고 다니는 이 서울이 말이야? 의문이 들었지만 주문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그 말이 일부 이해가 됐다. 지금 서울은 확실히 상향평준화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도시다. 비단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혜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서울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관광지임에 틀림없다.

명실상부 도시전문가인 김진애 박사는 이미 1999년에 서울을 주인공으로 한 책 <서울성>을 쓴 바가 있다. 경기도에서 태어나 세살에 서울로 이사와 해외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 평생 서울에서 살아온 그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탄생하고 확장되고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한 과정을 <이토록 서울>에 맛깔나게 풀어낸다. 복닥거리며 서울에 살면서, 때론 지긋지긋해하고 때론 흥미롭게 도시 곳곳의 맛집과 카페를 다니면서도 여태 각 지역구 지명의 유래조차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며 겸연쩍어졌다. 나는 서울을 소비만 하고 있었구나. 부동산 강남 불패는 어쩌다 시작됐나, 대치동이 왜 사교육의 중심지가 되었는지, 부동산 투자 과열과 아파트 공화국이 세워지게 된 배경, 성수동은 언제부터 힙스터의 성지가 되었는지, ‘사대문 안’ 이른바 종로와 낙산 성곽과 광장시장, 명동의 과거와 현재 등을 저자는 기운차게 풀어낸다. 또한 서울 사람을 일컫는 ‘서울러’에 대해 되물으며 서울다움이란 무엇이고 서울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민선 서울시장 다섯명의 정책이 도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톺아본 것 역시 흥미로운 지점. 저자의 외국인 친구가 서울을 여행하고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서울에 와보니 김진애가 왜 김진애인지 알겠더라!” 드높은 산과 넓은 강이 도시 한가운데 흐르는 서울을 보니 거기에 사는 저자의 터프한 성격이 이해가 된다는 감탄이었다. 도시건축가의 전문적 시선과 서울에서 자란 이의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문장들은 술술 잘 읽힌다. 저자가 라디오에서 풀어내던 도시 이야기를 즐겨 듣던 이라면 이 책도 읽는 동안 저자의 활기찬 목소리가 귓가에 재생될 것이다.

서울러라는 말이 등장한 데에는 이 시대의 개인주의 문화와 여행과 스마트폰과 SNS 문화가 절묘하게 맞물린 트렌드가 작용했을 것이다. 맛집과 핫플과 특별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여행 문화를 즐기고, 이왕이면 잘 차려입고 독특한 분위기로 찍은 사진과 영향을 SNS와 브이로그로 자랑까지 할 수 있다니 환상적이 아닐 수 없다. 2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