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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반려인의 하루>

김영글, 안희제, 정우열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동물과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 행복에는 나보다 연약한 존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무거운 의무까지도 포함항목이다. 반려동물과 살면서 느끼는 충만한 행복과 책임감, 다 아는 얘기를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같이 살아 보기 전엔 그 진의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개와 고양이와 식물과 같이 사는 것을 선택하고 그들의 생애주기를 끝까지 감내해본 사람만이 그 무게를 온전히 알 수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해 말해보자.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도리스 레싱이 쓴 유명한 문장 뒤에 김영글 작가는 자신의 반려묘가 주는 행복감을 소개한다. 반려묘 모래가 자신의 몸 위에 살며시 올라와 앞발로 꾹꾹 배를 누를 때, 녹두의 부드러운 뱃살을 만질 때, 요다의 사뿐한 걸음걸이와 앞발을 살짝 꼬리로 감싸는 아름다운 곡선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얼마나 충만하게 차오르는지 모른다고. 자기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쓰는 일을 열줄 미만으로 그치다니, 열장은 쓸 수 있음에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이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대부분의 집사들은 자신의 반려동물 자랑대회를 하지 못해 안달이 나 유튜브를, SNS를 개설하기도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자신의 반려 동식물의 자랑 따위가 아니다(물론 자랑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일은 필연적으로 상실을 준비하는 일임을, 자신의 반려 존재를 사랑하는 일로 시작했을 뿐인데 어느덧 다른 생명을 살피고 전 지구적인 돌봄과 상생까지 고민하게 됐음을 김영글, 안희제, 정우열 작가는 조심스레 써내려간다. 자신을 고양이 집사라고 불러도 좋을지, 자신이 고양이의 엄마인지 보호자인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도 끌어안는 ‘반려인’의 많은 머뭇거림이 이 책을 온화하게 만 든다.

내 강아지, 내 식물, 내 고양이의 예쁜 모습에 대한 몽글몽글한 묘사와 그들과 함께 살며 완벽하게 행복한 반려인의 보람찬 하루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이 책에는 다소 먹먹한 슬픔이 곳곳에 얼룩져 있다.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이건 어딘가 잘못된 결론이라고.”(353쪽) 왜 아니겠는가. 자신이 선택해 가족이 된 이 생명들은 필연적으로 자신과는 다른 생의 시간표를 받는다. 인간보다 더 빨리 병들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존재들을 사랑하고야 만다. 그 상실마저 사랑하겠다 다짐하면서, 막상 그 시간이 닥쳐오면 그 다짐이 얼마나 미련한 일이었는지 실감하면서. 우리는 같이 산다.

개가 떠나고 며칠 동안은 많이 울었다. 주로 개에게 자주 입혔던 옷을 끌어안고 울었고, 사진을 쓰다듬으면서 울었다. 고작 8킬로그램짜리, 그것도 마지막엔 조그맣게 누워 있기만 했던 개 한 마리가 사라졌을 뿐인데 집이 텅 빈 것처럼 황량하게 느껴졌다. 개가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개 휠체어가 그렇게 보기 싫었다. /3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