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나를 – 배우 송운화

송운화가 글로벌OTT어워즈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다시 찾았다. <나의 소녀시대>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처음 부산을 찾은 것이 11년 전이다. 레드카펫이 어색하던 신인은 그동안 부지런히 활동했고 이제는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는 배우가 됐다. 심사 경험을 전할 때는 연륜의 깊이마저 느껴졌다. “다양한 국가의 시리즈를 보며 각 나라의 문화와 사회문제를 배웠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배우로서도 얻은 게 많다.”

한국·대만 합작영화 <아무도 모르는 집>에 출연한 적 있는 송운화는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라는 한국어 대사를 또박또박 읊으며 금세 표정을 밝게 바꿨다. “괴물 같은 존재로부터 형제자매를 지키려는 인물”을 맡아 큰 감정 에너지를 쏟아야 했지만, 작품은 그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한국에서 한국 스태프들과 작업하는 게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두가 신경 써줬다. 언어가 달라도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영화 현장만의 힘인 것 같다.”

사실 송운화에게 해외 작품 출연은 낯선 일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찍은 <포 마이 컨트리>(2022)에서는 영어 연기에 도전했고, <마이 헤븐리 시티>(2023)는 뉴욕이 배경이었다. 그는 “최근 2~3년 동안 의도적으로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났을 때 생기는 스파크가 있다. 그게 내게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준다. 물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96분>

송운화의 필모그래피는 장르적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96분>(2025)에서는 폭발물이 설치된 고속열차 안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경찰 황신 역을 맡아 뜨거운 연기를 펼쳤다. 한정된 공간에서 전개되는 재난 스릴러에서 그가 오래 고민한 건 뜻밖에도 캐릭터의 내면이었다. “황신은 열차에 탄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 앞에 놓인다.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 준비하면서 황신의 결정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96분>은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액션, 범죄 장르의 매력도 강렬히 느꼈다. “대만에서는 흔치 않은 장르라 대본을 봤을 때부터 매료됐다. 촬영 중에는 모두가 긴박한 분위기에 몰입하다가도 컷 소리가 나면 금세 긴장을 풀고 장난을 치곤 했다. 그런 반전이 좋았다. 이제는 더 잘할 수 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

공백기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송운화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시리즈 <침묵의 심판>이다. <96분>처럼 폭발 사건이 등장하지만 이 작품의 중심에는 비극을 겪은 세 가족의 20년이 놓여 있다. “초현실적인 면이 있는 심리 스릴러라는 점이 독특하다. 내가 맡은 인물 역시 평범하지 않다. 부유한 집안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반대다. 마음이 무너지기 직전의 바비 인형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현재 송운화는 또 다른 가능성을 직접 찾기 위해 LA에 거주 중이다. “1년 반쯤에 건너와 연기 수업도 듣고 오디션도 열심히 보고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초심의 열정을 되찾았다.” 끝인사로 요즘 배운다는 철권 동작을 선보이는 그에게서 미래의 액션 스타가 겹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