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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천히, 더 멀리 - 배우 임정억

자리에 앉은 임정억은 곧바로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기자를 향해 몸을 완전히 돌리고 눈을 맞췄다. 인터뷰가 이어지는 내내 그랬다. 여기에 신중하게 고른 말을 전하는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까지 더해져 그에게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2000년생 배우. 왜 임정억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선택받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지난해 글로벌OTT어워즈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스타의 삶과 연예계의 현실을 담은 작품이라 공감한 부분이 많았겠다.

물론이다. 하지만 더 크게 와닿은 건 꿈을 좇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꿈과 선택은 누구나 공감할 주제라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 이 작품에서 신인배우 스아이마로 분했다. 선배를 함정에 빠뜨리거나 친구의 배역을 빼앗는 등 착하지 않은 캐릭터라 흥미로웠다. 캐릭터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야망을 숨기지 않는 점이 좋았다. 어느 사회에나 자신이 원하는 걸 전면에 드러내선 안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지 않나. 스아이마는 전개 내내 그 경계를 넘는다. 대가를 치르게 될 걸 알면서도 말이다. 현실적인 캐릭터에게 끌리는 내게 스아이마는 그 유형에 해당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

- 지난해 출연한 일본 드라마 <화성의 여왕>의 배경은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 중인 2125년이다. 100년 뒤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어땠나.

특히 재미있어한 부분이다. 그렇게 먼 미래에도 사람은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어려움을 겪는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점이 나를 안심시켰다.

-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릴리-E1102’로 발탁됐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지닌 채 화성에서 자랐고, 지구로 가기 위해 엄격한 훈련을 받는 인물이다. 준비할 것이 많은 역할인데 무엇부터 시작했나.

시각장애 공부에서 출발했다. 관객이 릴리를 볼 때 가장 먼저 인식하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타인을 바라볼 때의 시선 처리를 유심히 관찰했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해내다가 불쑥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릴리와 나는 비슷하다. 릴리는 극 중 다른 인물들에게, 나는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넘치는 지지를 받았다. 그래서 <화성의 여왕>은 내게 두배로 따뜻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 대학에서 외국어문학을 전공했다. 배우라는 직업에는 언제 관심이 생겼나.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정말 사랑했다. 추상적이나 이야기의 핵심에 가까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 열망과 마주할 용기가 대학을 졸업한 뒤에야 생겼다. 배우가 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쉼 없이 했다. 먼 곳에서 열리는 오디션도 마다하지 않았고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도 버텼다. 내일은 나를 찾는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내겐 있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도전적인 작품을 마치고 나면 부쩍 성장한 기분이 든다. 그 쾌감이 좋아 앞으로도 어려운 길을 가려 한다.

-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답변이다.

시대극 시리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인물을 맡았다. 열심히 준비한 작품인 만큼 한국 시청자와도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