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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배의 신빨’, 두배의 재미 - ‘품행제로’ 최우수 작품상 <월남보살> 김근호 감독

“유쾌하지만 날 선 젊은 감각의 코미디영화를 만들고 싶다.” 김근호 감독의 포부는 올해 미쟝센영화제 ‘품행제로’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월남보살>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월남보살>은 디아스포라와 무속신앙을 결합한 코미디영화다.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의 10대 소녀 수연(권유경)은 신병을 앓다가 신내림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신은 한국 신이 아니라 베트남 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수연은 난데없이 찾아온 베트남 신이 원망스럽다. 하여 친구들과 ‘셀프 내림굿’을 통해 한국 신을 불러낼 계획을 세운다. “기존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 중에 우울한 톤 앤드 매너의 작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반드시 우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장르적 문법 안에서 유쾌하게 풀어낼 때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근호 감독의 말처럼 <월남보살>은 운명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운명을 선택하는 소녀의 유쾌한 소동극을 통해 포용의 미덕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영화의 ‘셀프 내림굿’ 장면은 감독의 영리한 장르 활용과 메시지가 맞물린 결과다. 실제로 셀프 내림굿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속 자문을 받았는데, 실제로 신어머니 없이 신내림을 받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 현실에선 말이 안되는 설정일지 몰라도 내림굿의 과정을 정체성과 관련지어 풀어보고 싶었다. ‘내가 받을 신은 내가 선택한다’는 태도가 중요했다.” 그래서 수연은 ‘신이 내게로 온다’가 아니라 ‘내가 신에게 간다’는 주체적인 자세로 친구들과 독서실에서 어설픈 내림굿을 강행한다. 그리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신을 모두 받아들임으로써 ‘두배의 신빨’을 가진 삶을 개척한다.

수연의 반쪽 정체성이 베트남인 이유는 한국의 가장 많은 다문화가정이 한국-베트남이기도 했고, “분단과 식민의 경험 등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두 나라가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감독은 두 문화의 대비를 “이미지적으로 설득력 있게” 연출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빨강, 노랑, 초록 등 선명한 원색을 활용해 이국적 요소의 충돌과 융합을 표현하는데, 소도시의 촌스러움과 이국적 화려함 사이에서 흥미로운 이미지들이 만들어진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샛노란 참외와 망고는 각각 한국과 베트남을 상징하는 과일로,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두 문화 혹은 두개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쓰인다. 참외와 망고를 품에 안고 앞으로 걸어가는 수연의 모습은 두 정체성을 수용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은유다.

촬영 중 “신령님들의 가호”를 받은 적도 있다. 무당과 함께 신내림 굿 장면을 찍을 때였다. “굿 장면이라 출연하는 인원도 많고 국악 하는 분들도 따로 불렀는데, 그날 비가 왔다. 촬영을 못하면 제작비가 더 드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점심시간이 지나자 비가 그쳤다. 신령님들의 가호가 있었다. (웃음)” 신령들이 바빴는지 이후로는 ‘신빨’을 느낄 수 없었지만, “제일 원했던 미쟝센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했으니 <월남보살>에 좋은 기운이 흐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전문사에 재학 중인 그의 꿈은 대중과 폭넓게 접선하는 “천만 감독”이 되는 것. 그가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처럼 “폭발력과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김근호 감독. 그만의 날 선 감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