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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700년 전의 번개를 마주하다 – 김우형 촬영감독의 <오디세이> 촬영 분석

모든 면에서 화제인 <오디세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불러일으킨 대목은 촬영의 측면일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최초로 영화의 러닝타임 전체를 아이맥스 포맷으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말에 따르면 “아이맥스로 영화 전체를 찍는 것은 16살 무렵부터 품어온 꿈”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맥스에 매료됐던 감독의 소망이 수십년의 연구와 실천을 거쳐 실현된 셈이다. 이 꿈의 여파는 한국에까지 ‘용아맥’(CGV용산아이파크몰점의 아이맥스관을 일컫는 말) 예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씨네21>은 아이맥스를 포함한 <오디세이> 촬영의 의미를 들여다보기 위해 한명의 전문가를 초빙했다. 김우형 촬영감독이다.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 <거짓말> 등으로 한국영화의 촬영에 신기원을 불렀고, 이후 <해피엔드> <만추> <고지전> <암살> <1987> <어쩔수가없다> 등 30년 동안 여러 거장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찍어왔다. 김우형 촬영감독의 풀이에 더해,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호이터 판호이테마 촬영감독의 프로덕션 비하인드를 조금씩 덧붙인 <오디세이> 촬영 분석기를 전한다.

놀런의 필모그래피에서, <오디세이>의 1.43:1 비율 아이맥스 화면은 어떤 의미?

<오디세이> 촬영 현장의 크리스토퍼 놀런과 호이터 판호이테마 촬영감독.

“65mm 필름을 가로로 촬영하는 아이맥스 카메라의 오리지널 화면비가 1.43:1인 반면, 같은 필름을 세로로 촬영하는 일반 동시녹음용 카메라의 화면비는 2.2:1이다. 놀런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선 이 두 가지 화면비가 혼용된 탓에 상영 중에 레터박스가 끊임없이 출몰하곤 했다. 액션과 대화 장면에 따라 프레이밍이 요동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일반 와이드스크린에 담긴 대화 장면들이 중간중간 아이맥스가 주는 압도적인 감흥을 상쇄하고 있었다. 이는 결코 와이드스크린 포맷을 격하하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영화 <오디세이>만이 성취해낸 차별점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아무튼, 이제야 비로소 전체가 오리지널 아이맥스 화면비로 촬영된 ‘풀 아이맥스 극영화’가 사상 최초로 탄생한 것이다. 물론 상영관의 스펙에 따라 1.90:1로 리사이징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스크린의 비율이 영화 중간에 변하는 일은 이제 없다.”(김우형) 참고로 통상 <오디세이>의 아이맥스 필름을 70mm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사운드 등 5mm를 포함한 상영용 필름 프린트를 설명하는 것이다. 촬영용 카메라 네거티브필름은 65mm다.

아이맥스 카메라는 어떻게,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오디세이> 촬영 현장. 블림프가 씌어진 거대한 아이맥스 카메라가 트랙 위를 움직인다.

<오디세이>는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를 보여주는 편은 아니다. 대신 빠른 컷 전환을 통해 화면의 속도감을 키우는 쪽에 가깝다. 이러한 결과물에 대해 김우형 촬영감독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일반 영화와 다름없는 평범한 핸드헬드숏임에도, 스크린이 거대해진 만큼 카메라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증폭되어 다가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자막을 읽기 위해 쉼 없이 시선을 상하로 옮기다보니 정작 배우의 얼굴을 놓치기 일쑤였다. 영화 감상을 통째로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러닝타임 초반에 적잖이 당황하고 내심 불편함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동시녹음용 블림프를 뒤집어쓴 아이맥스 카메라의 물리적 크기를 고려할 때, 역동적이거나 과격한 무빙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일반 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기교적이고 미학적인 접근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내게는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오직 카메라의 시선만으로 스토리를 진전시킨다는 영화 기본의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스펙터클을 과시하려 하지 않고, 카메라의 크기와 무게에 짓눌리지도 않은 채, 그저 상황을 정직하게 관조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어느 순간에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을 잊은 채, 그 세계에 통째로 빨려 들어가 현장을 체험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맥스 화면이 선사하는 효과일 것이다. 영화 초창기에 극장에 모인 관객들이 느꼈던 감동과 전율도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김우형)

‘블림프’란 놀런 감독이 <테넷>을 준비하며 아이맥스 엔지니어들과 함께 개발한 아이맥스 카메라용 방음 장치다. 여전히 소음 문제는 심했으나, 놀런의 집착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더 키글리’라 불리는 신세대 아이맥스 카메라가 발명됐고, 이를 <오디세이>에 쓸 수 있었다. 다만 블림프에 감싸인 아이맥스 카메라의 무게가 약 136kg(300파운드)에 달했기에 카메라를 자유롭게 움직일 순 없었다고 한다.

왜 아이맥스는 통용되지 않을까?

<오디세이> 촬영 현장. 아이맥스 카메라를 옮기기 위한 6명의 전담 팀이 운영됐다.

“예전의 영화 제작자들은 아이맥스 스크린에 인물의 클로즈업이 담기면 배우의 잡티나 주름은 물론 모공까지 드러나 관객들이 오히려 불쾌해할 것이라 여겼다. 이 때문에 아이맥스로 극영화를 제작할 일은 없으리라고 모두가 은연중에 생각해왔다. 그런 고정관념에 맞서기 위해서는 놀런 감독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여러 자료를 보고 추측해보건대, 필름 구입부터 카메라 대여, 현상 및 스캔 비용 등 모든 영역에서 일반 영화보다 예산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카메라가 무거운 만큼 현장의 모든 공정이 느려지고 기술 인력도 추가로 필요하다. 결국 촬영 일정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예산도 계속해서 상승하게 된다.”(김우형) 실제로 <오디세이>의 순제작비(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한 제작비)는 2억5천만달러(약 3700억원 내외)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중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더하여 김우형 촬영감독은 작금 아이맥스 포맷의 가능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1940~50년대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극장 관객이 크게 감소했다. 당시 영화계는 집안의 4:3 화면과 차별화되는 시각적 경험이 필요했고, 그 결과 영화에 와이드스크린이 도입되었다. 시네마스코프나 비스타비전 같은 포맷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오늘날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홈TV 화면이 점점 커지면서, 과거와 유사한 위기가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버튼 하나로 영화를 보는 것과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스크린을 체험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즐거움을 영원히 잃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아이맥스가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유일한 유인책이 되어서는 곤란하겠지만, 집의 TV와 경쟁해야 하는 현대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힌트를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오디세이>의 얕은 심도에 관하여

<오펜하이머> 촬영장에서 아이맥스 카메라를 조정 중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과 호이터 판호이테마 촬영감독은 전작 <오펜하이머>부터 극도로 얕은 심도의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초점이 맞는 피사체 외의 화면은 거의 블러 처리된 것처럼 흐리게 보인다. <오펜하이머> 때는 파라노이아 렌즈로 불리는 특수 제작 40mm 렌즈를 활용하여, 렌즈 왜곡을 줄인 클로즈업을 적극 기용했다. 이에 주인공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얼굴은 영화의 핵심적인 이미지로 활용됐다. <오디세이>도 무척 얕은 심도의 클로즈업 촬영이 자주 반복됐다. 이러한 촬영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펜하이머>

“예전 아이맥스 영화는 십중팔구 헬기를 이용해 스쳐 지나가는 거대한 풍경을 촬영하곤 했다. 그때 쓰던 렌즈로 인물의 클로즈업을 찍기 위해, 왜곡을 줄이고 최단 초점거리를 짧게 개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대한 가까운 곳에 포커스를 두고 촬영하면 심도는 자연스럽게 얕아진다. <오펜하이머>의 클로즈업을 보면서, 마치 3D 입체 카메라 리그로 촬영한 얼굴을 3D 상영관에서 보는 듯한 입체감을 느꼈다. 멀리서 망원렌즈로 당겨 찍은 얼굴보다 훨씬 입체적이었다. 끝없이 의심하고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오펜하이머>를 통해 아이맥스 클로즈업의 효과를 확인했기에, <오디세이>에서 더 많은 클로즈업이 사용된 것은 자연스럽다. 화면의 얕은 심도는 아이맥스를 사용하면서도, 배경보다는 결국 인물이 중요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만 영화 전반의 심도가 워낙 얕다보니, 보는 내내 포커스가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 이는 얕은 심도의 룩을 가진,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만의 특징으로 이해된다. 디지털카메라를 쓸 때는 포커스 풀러들이 고화질 모니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작업하기 때문에, 포커스가 조금만 어긋나도 곧바로 바로잡을 수 있다. 반면 필름카메라는 비디오 어시스트 모니터의 화질이 낮아 이토록 예민한 포커스를 촬영 현장에서 완벽히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포커스가 정확히 맞았는지는 촬영을 마치고 현상까지 끝난 뒤에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오디세이>는 클로즈업뿐만 아니라 촬영 전반의 심도가 전체적으로 얕다. 기본적으로 필름 면이 커지면 심도가 얕아지는데, 이를 극복하고 초점이 맞는 범위를 넓히려면 생각보다 많은 양의 조명이 필요하다. 물량이 부족해 심도가 낮은 화면이 되었을 리는 없고, 감독과 촬영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촬영 여건을 통제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벗어나 여러 나라의 로케이션에서 현지 촬영을 감행하겠다는 선택, 인위적인 연출을 줄이고 인공조명의 느낌을 최소화하겠다는 결정이 모여 <오디세이>의 거칠고 사실적인 룩이 완성된 셈이다. 이처럼 과감한 선택들 역시 아이맥스 포맷이 가진 힘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김우형)

예를 들어 <오디세이>의 트로이 함락 장면은 야간에 촬영됐으므로 더욱더 많은 조명 기기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놀런 감독과 판호이테마 촬영감독은 인공조명을 최소화하고 실제 불의 빛에 가까운 효과를 내려 했다. 그 결과 ‘파이라헤드론’이라 불리는 장치를 개발했다. 삼각형 회로기판에 육각형 배열의 LED 셀을 촘촘히 배치해, 실제 불빛의 색감과 움직임을 재현하도록 설계된 발명품이었다.

<오디세이>의 풍경과 사실적인 질감

<오디세이> 촬영 현장.

<오디세이>엔 클로즈업만 있지 않다. 초원과 대양의 풍광을 담는 장면도 등장한다. “일반 영화의 풀숏이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몸과 액션에 집중하게 만든다면, 아이맥스는 프레임 상하 배경을 더 넓게 담아냄으로써 그 인물이 공간에 존재하는 방식까지 전달한다. 관객이 그 사건에 직접 참여하거나 목격하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오디세우스가 머물던 그 섬의 하늘과 모래, 그리고 바다의 파도를 함께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게다가 아이맥스의 풀숏은 배우의 미세한 얼굴 표정까지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다.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겠나?”(김우형)

이 커다란 화면에서 <오디세이>는 스크린의 선명함 역시 잃지 않는다. “현존하는 가장 큰 영화용 네거티브필름(65mm)을 가장 넓은 주행 방식(아이맥스)으로 촬영한 것이니, 지금 우리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선명한 화면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극장 상영 포맷 DCP의 국제 표준이 2K 해상도인 점을 고려하면, 필름 아이맥스가 지닌 18K 수준의 해상도는 실로 압도적인 화질인 셈이다. 참고로 디지털카메라 중 가장 큰 센서를 장착한 아리 알렉사 65의 해상도조차 6.5K 수준에 머무른다.”(김우형)

즉 <오디세이>는 아이맥스 포맷의 영화적 감흥뿐 아니라 시대극에 어울리는 사실적 질감까지 얻어냈다. “영화에서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디세이>는 실제 장소에서 사실적인 세팅을 갖추고 정직하게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놀런 감독이 계속 강조해온 ‘CG 최소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공 광원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적 배경의 영향도 크겠지만, 인위적인 조명 느낌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극단적으로 사실적인 룩을 구현했다. 특히 밤바다에서 번개가 치는 장면은 지금까지 극장에서 본 그 어떤 장면보다도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눈이 아찔할 만큼 불편했지만, 도리어 그 덕분에 2700년 전의 칠흑 같은 어둠 속 바다 위에서 직접 번개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김우형)

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