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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영화 홀드백 어디까지 왔나 - '홀드백 150일안'의 실효성과 향후 전망

사진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의하는 홀드백 운영 방안이 예정된 8월을 넘기고도 발표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5월 말부터 극장, 제작사, 배급사, OTT, IPTV 등 영화산업 관계자들 22인과 함께 ‘한국 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이하 민관협의체)를 발족하고 홀드백 운영 방안을 논의해왔다. 5월29일 첫 회의를 시작한 민관협의체는 3개월간 4차 회의를 열었으나 결국 총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민관협의체에 정부기관과 영화산업의 중요한 사업체들과 단체들이 모였으나 협의안을 내지 못한 건 영화계는 물론 소비자단체까지 비판하는 목소리와 9월7일 열리는 ‘뤼미에르 서밋’으로 문체부 인사들의 출장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뤼미에르 서밋은 영화와 영상 콘텐츠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되는 최초의 국제 정상회의로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맡는다. 현재 문체부 담당자들은 뤼미에르 서밋을 위해 프랑스로 출국했고, 출장에서 돌아와 민관협의체 회의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에 따르면, 8월 말까지 ‘홀드백 150일안’이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홀드백 150일안은 한편의 영화를 개봉 후 5개월이 지나야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월정액 주문형 비디오)에서 볼 수 있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문화체육관광위 간사)이 2025년 9월에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규정하는 홀드백 6개월보다 1개월 단축한 방향이다. 영화계는 홀드백이 150일로 정해지면 영화산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화인 A씨는 “일반인들은 ‘5개월 동안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홀드백 150일’이란 5개월 극장 상영 보장을 뜻하는 게 아니라 한편의 영화가 극장에서 SVOD으로 가는 기간을 5개월로 묶어두면서 극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극장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오래 상영해봤자 1~2개월이면 영화를 내리고, 예술영화의 경우는 1~2주 만에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홀드백을 5개월로 묶어두더라도 극장에서 그만큼 길게 영화를 상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그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영화인 A씨는 이를 “5개월 홀드백은 시장 전체가 아니라 극장만 생각하면 좋은 논리”라며 “극장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안 좋을 경우 ‘작품을 주면 1억원을 더 주겠다’라는 OTT들의 제안에 배급사가 협상을 시작할 수 있지만, 홀드백으로 5개월 내내 묶이면 그 영화는 갈 데가 없고 관심을 받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홀드백을 150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향한 소비자단체들의 반발도 있었다. 민관협의체가 데드라인으로 삼은 8월 말에 가까운 8월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민관협의체의 홀드백 논의에 반대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극장만 배불리는 홀드백 논의 중단하라”, “홀드백 자율협약 소비자·시민단체 참여 보장하라”, “소비자·영화계 함께 사는 방안 협약에 포함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발언에 나선 추은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문체부를 향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홀드백 자율협약만 속도를 내고 있다”라며 “홀드백 협약은 극장의 수익만 보장하는 반쪽짜리 협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민관협의체를 두고 “밀실 합의”라고 표현했다.

민관협의체에 의사결정자인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도 이날 공동기자회견에 참여해 비판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현행 홀드백 조정 방향은 제작·배급사에는 수익 손실을 초래하고 관객에게는 선택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라면서 “한국영화의 미래 발전을 위한다고 하지만,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온라인 시장에 대한 판매만 제한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제작·배급사에는 또 다른 시련이 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플러스엠 중앙과 메가박스의 회생 신청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홀드백이란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 난관에 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화배 대표는 “현재 다수의 제작·배급사는 기업 회생에 들어간 대형 멀티플렉스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상영권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기간으로 따지면 한달 보름치의 영화상영권료가 미수금으로 묶여 있고, 회생 법원의 허락 없이 단시간 내 회수할 수 없거나 장기간에 걸쳐서 회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은 홀드백 제도를 논의하기 전에 극장 3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주호 팀장은 “홀드백 제도가 영화산업의 글로벌 OTT 종속을 막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사의 시장 독과점과 티켓 가격 폭리, 객단가 후려치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홀드백 제도만 도입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라고 말했다. 8월24일 열린 민변과 참여연대 등의 공동기자회견 사흘 뒤인 27일 민관협의체 임시회의가 열렸다. 영화계에 따르면, 민관협의체는 사회단체의 이의 제기에 대한 묘안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당초 민관협의체가 홀드백 운영 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8월이 다 지나가고 9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5~6개월 셈법 어디서 나왔고, 문제는 무엇인가

홀드백 일수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나온 건 20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5년 9월 임오경 의원이 영비법 일부를 개정하여 홀드백을 6개월로 규정하는 법률안을 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나 ‘홀드백 6개월’이란 화두가 던져지면서 국회 토론회와 영화인들의 기자회견 등이 잇따라 열렸다. 우선 2026년 2월 국회에서는 임오경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영화 산업의 선순환 구조 복원을 위한 홀드백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등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한국영화 시장은 붕괴 위기를 넘어 식물인간 상태”라며 “극장 개봉 이후 TVOD 시장으로 넘어가는 기간은 3~4개월, SVOD는 6개월, 지상파 등은 12개월 정도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홀드백 6개월’을 사실상 지지했다.

하지만 영화계 내부는 홀드백을 6개월로 정하는 방안을 향해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 4월에는 영화인 581인과 13개 영화단체가 ‘2026년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와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임오경 의원 안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2026년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와 대책’ 정책 제안자에는 봉준호, 김성훈, 윤가은 감독과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 제작자, <서울의 봄>의 김원국 제작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책 제안자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영화들이 극장에 머무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라면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는 물론이고 흥행한 영화들도 단기간에 상영이 종영되면서 극장에서의 홀드백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관객들은 굳이 개봉관을 찾지 않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TV로 혹은 PC나 모바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극장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극장들이 스스로 조기 종영을 고착한 결과 자멸해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581인의 정책 제안자들은 임오경 의원의 발의안에 관해 “글로벌 OTT의 공세를 막아 극장을 보호해주겠다는 취지는 알겠으나 스크린 몰아주기로 1개월 만에 1천만명 관객을 모으고 조기 종영하는 현재의 극장 운영하에 수많은 영화들의 상영 기회가 박탈되는 현실에서는 임오경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종영되어 극장 관람을 놓친 관객은 6개월간 이 영화를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다”는 게 그 근거였다.

581인의 영화인들은 소위 말하는 ‘블랫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영화계, 특히 배급업계에서는 극장에서도, IPTV에서도, OTT에서도 영화를 볼 수 없는 기간을 블랙아웃이라고 표현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기간은 늘리지 않고 홀드백만 강하게 정할 경우 극장에서 빠르게 영화를 내려버리면 관객은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보고자 해도 볼 수 없는 구간, 말 그대로 블랙아웃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581인의 영화인들은 “배급사는 6개월 후 다시 마케팅을 해 잊힌 영화를 알려야 하며, 투자된 제작비를 회수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회수액도 급격히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홀드백은 극장이 오래 상영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 적용하고 보호해주는 룰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영화인 A씨는 “현실에서는 실적만으로 단 일주일 상영 후 영화를 날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배급사로서는 IPTV를 가거나 OTT, 해외 개봉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홀드백이 규정되면 그 기간 동안 오롯이 극장에만 기대하며 깜깜이로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581인의 영화인들은 당시 대책으로 “극장이 홀드백으로 6개월간 독점적 지위를 달라고 주장하기 전에 최소한 1개월 이상, 하루 5회 이상으로 최소 상영 일수와 상영 회차 수를 확대하도록 표준계약서를 먼저 고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영화계에서 통용되는 상영표준계약서는 최소 상영 일수를 일주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마저도 일주일간 단 7차례 상영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극장이 상영할 의지 없이 일주일, 7번의 상영 이후 내리게 되는 영화들은 이대로 홀드백이 규정되면 다음 관객을 만나기 위해선 수개월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많은 영화인들이 극장에 강한 권한을 주는 홀드백을 논의하려면, 극장의 최소 상영 일수 확대를 반드시 함께 다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게다가 이번 민관협의체에서 TVOD 공개 일정은 제대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협의체에 참여한 이화배 대표는 취재에 “이번 논의에 TVOD는 아예 거론이 안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홀드백 구조 자체를 극장-TVOD-SVOD로 구성된 ‘3개의 층’으로 비유한다. “예를 들어 2개월 극장에서 틀다가 2개월 지나면 이제 TVOD로 팔고, 일정 기간이 또 지나면 SVOD에 들어간다. 이렇게 세개의 레이어가 쌓이는 것이다.” 하지만 민관협의체에서는 TVOD에 관한 논의는 제쳐두고 극장과 SVOD만 논의되고 있다. 기존 TVOD과 SVOD의 관계에 관해 이화배 대표는 “TVOD과 SVOD는 한국영화 온라인 시장 탄생 초기부터 이인삼각처럼 다리를 묶고 홀드백을 유지했다. TVOD 판매 이후 2.5개월 뒤 SVOD에 들어가는 걸로 15년 넘게 유지해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홀드백 논의로 SVOD가 뒤로 밀리면 TVOD도 자연스럽게 밀리는 것인지 세부 운영 방안에 귀추가 주목된다.

홀드백의 향방은?

사진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극장은 전통적으로 영화가 가장 먼저 관객에게 공개되는 첫 창구다. 그리고 관객이 가장 몰입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 역시 극장이다. 홀드백 논의에 대해 여러 우려를 표하지만 영화인 모두가 극장을 주요 파트너로 생각하며 활기를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신작 영화가 금방 OTT에 풀린다는 요즘의 통념이 옅어져야 관객이 극장을 찾는 발길도 늘 것이란 데도 동의한다. 하지만 영화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그와 동시에 다양한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문화 또한 정착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선 581인의 영화인과 13개의 영화단체들이 주장하는 최소 상영 일수나 최소 상영 회차수를 확대하는 안을 홀드백과 동시에 논의해야 하는 게 먼저다.

민관협의체에 참석해온 백재호 한국독립영협회 이사장은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는 “객단가 문제, 스크린 집중에 관해서 문체부에 계속 요구하고 있어 홀드백과 더불어 그에 관한 논의가 계속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라면서 “홀드백을 시작하기 전에 의견을 통일하려고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관협의체는 현재 홀드백 운영 방안에 들어갈 예외 조항과 기간 등을 서면으로 의견을 모으는 중이며, 문체부의 뤼미에르 서밋 해외 출장이 끝나고 나면 다시 논의를 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민관협의체가 도출하게 될 홀드백 운영방안은 법적 강제성은 없다. 말 그대로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영화산업의 상생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해 백재호 이사장은 “이번 운영 방안을 같이 논의한 주체들은 최소한 이를 지켜나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문체부와 영진위가 이 운영 방안이 지켜지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도 같이 논의하고 있어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OTT, IPTV 등 평소 논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업계 플레이어들이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의 이익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내놓겠다는 이야기도 능동적으로 나오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서로 소통하면서 협력하는 계기는 되리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민관협의체를 향한 우려와 홀드백이 한국영화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업계의 불안감은 공식 발표일로 거론됐던 8월을 넘겨 9월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리하게 하나의 방안이 도출되기보다는 한국영화계의 현실에 맞는 묘안이 도출되길 바란다. 다음 장부터는 한국형 홀드백에 영감을 줄 해외 국가들의 홀드백 사례들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홀드백 전략에 관한 기사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