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로 강세인 영화의 장르가 다 다르듯, 각각의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홀드백 제도도 다종다양하다. 프랑스처럼 법적으로 홀드백을 규정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미국과 같이 시장 내 사업자간의 협약이 주효하게 작동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영화계가 홀드백 이슈로 뜨거운 지금 프랑스, 미국, 일본, 이탈리아, 인도 등 여러 국가들의 홀드백을 들여다본다. 이 나라들이 한편의 영화가 극장을 거쳐 IPTV, 스트리밍서비스로 옮겨가는 시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한국영화계의 홀드백 논의도 더 새롭고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주요 국가별 홀드백 정책
프랑스
프랑스는 극장 문화가 강한 나라다. 코로나 팬데믹 전 프랑스의 정기 구독형(SVOD) 홀드백은 3년에 달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강한 규제였다. 프랑스 홀드백의 정식 명칭은 ‘미디어 연속성 협약’(Chronologie des médias)으로, 프랑스 영화청이 이를 감독한다. 미디어 연속성 협약은 법률이 아닌 정부와 영화계간 협약이지만 실질적인 법적 효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제정된 미디어 연속성 협약에 따라 스트리밍 플랫폼은 극장 개봉 후 17개월이 흐른 뒤에 영화를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서비스되는 플랫폼별로 들여다보면 9개월부터 17개월까지 세분화돼 있다. 각각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프랑스 및 유럽 영화에 투자하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받는 홀드백 기간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넷플릭스는 2022년 3년간 프랑스영화계 투자를 약속하면서 홀드백을 기존 17개월보다 단축한 15개월로 확정했다. 디즈니+는 2025년부터 3년간 프랑스 영화 단체들과 자국 내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홀드백을 9개월로 대폭 줄였다. 디즈니+가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연간 순수익의 25%를 유럽 및 프랑스 작품에 투자, 구체적으로 “최소 70편의 영화”를 약속한 결과였다. 9~17개월까지의 홀드백 기간도 그렇지만, 프랑스영화계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3년 정도를 주기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상을 벌이고 지켜나가는 모습은 한국영화계가 분명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미국
미국은 홀드백이 철저히 시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나라다. 프랑스 영화청과 같은 국가기관이 홀드백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며, 홀드백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극장사와 스튜디오간의 계약과 협상으로 결정된다. 팬데믹 이전에 대형 스튜디오들이 만드는 상업영화의 홀드백은 2개월 반에서 3개월 사이로 유지되는 게 관행이었다. 일수로 따지면 75~90일 수준이었으며, 영화가 흥행할 경우 90일 넘어서도 유지되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극장과 같은 하나의 장소에 모이는 것이 금지되고 극장에 와야 할 관객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국 극장가의 홀드백은 급속도로 짧아졌다. 2020년 4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영화 <트롤: 월드 투어>가 극장과 온라인에 동시에 공개되면서 드림웍스를 소유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미국 극장간의 갈등이 증폭되었다. 유니 버설 스튜디오는 개봉 17일 후에 프리미엄 VOD로 작품을 개별 구매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시도를 벌였다. 그리고 2020년 연말 워너브러더스는 이듬해 공개할 17편의 영화를 극장과 자사의 OTT 플랫폼인 HBO 맥스에 동시에 공개하겠다고 밝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공개 서한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20년 넘는 워너브러더스와 크리스토퍼 놀런의 협업 관계는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일련의 거친 파도를 넘은 끝에 미국 대형 스튜디오들은 현재 ‘45일 홀드백’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일본
영화가 6개월간 극장에서 상영되는 건 물론이고 최대 1년까지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존재할 만큼 일본영화계의 홀드백은 강력하다. 특이한 점은 홀드백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나 제약이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홀드백이 잘 지켜진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일본 특유의 영화 관람 문화가 숨어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관람 문화가 급격히 바뀌기보다 DVD나 블루레이 등 물리적인 매체를 통한 관람이 여전히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물리매체 홈 비디오 시장의 규모 역시 크다. 일본의 물리적 홈 비디오 시장은 한때 3천억엔을 웃돌 만큼 규모가 컸으며 지금은 그 크기가 1천억엔(약 8500억원)으로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본의 배급사와 극장사들은 영화와 극장을 보호하기 위해 홀드백을 장기간 유지하는 관행을 지켜나가고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홀드백 6개월을 법률로 규제하는 방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법적 규제 없이도 극장 상영을 오래 유지하는 일본의 사례는 홀드백을 논의할 때 영화가 OTT에 언제 풀리느냐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한 영화가 얼마나 오래 극장에서 상영되느냐도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탈리아, 인도…
이탈리아의 홀드백은 프랑스와 유사한 형태로 평가받는다. 프랑스가 법적 효력을 갖는 협상을 중심으로 홀드백을 짠다면, 이탈리아는 아예 법률로 홀드백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지금과 같은 홀드백 기틀을 갖추게 된 건 팬데믹 이전인 2016년이었다. ‘영화 및 시청각 부문 규율 및 지원에 관한 법률’(Legge Cinema e Audiovisivo) 제정과 문화부의 시행령을 통해 홀드백이 90일로 명문화됐다. 다만 모든 영화가 이 규정을 따르는 건 아니고 국고보조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영화에 한해서만 90일 홀드백이 적용된다. 더구나 성적이 저조한 영화의 경우 홀드백을 60일로 단축하는 예외 조항도 있다.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인도영화계의 홀드백은 ‘8주’(56일)로 간단히 요약된다. 법적인 규정이나 정부 기관이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인도영화계에서는 관행적으로 8주의 홀드백이 지켜지고 있다. 팬데믹 이전부터 인도에서는 극장 상영 후 8주 뒤에 온라인에 공개되는 게 관행이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인도의 홀드백이 4주(28)로까지 단축된 적 있으나 2022년 이후 극장가의 요구로 다시 8주 룰이 부활했다. 2024년에는 인도멀티플렉스협회가 8주 홀드백을 어긴 작품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서 8주 룰을 공고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