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지만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하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당시 테드 서랜도스는 워너브러더스 영화의 극장 상영 기간을 45일로 유지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45일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들이 자사 OTT의 독점성을 강조하며 내세운 홀드백(극장 독점 상영 기간)의 표준 수치다(팬데믹 이전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홀드백의 평균은 약 75일에서 90일 사이였다). 이들은 여전히 45일 상영 전략을 취할까? 자사 스트리밍서비스가 없는 소니픽처스를 제외한 4곳의 홀드백 전략을 정리해보았다.
워너브라더스
팬데믹 한중간에 있던 2021년 <고질라 VS. 콩>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듄>이 극장과 HBO 맥스의 동시개봉 전략을 취했던 때를 제외하면 워너브러더스는 늘 45일 이상의 홀드백을 유지했다. 2020년 5월27일 워너브러더스가 자사의 OTT 플랫폼인 HBO 맥스를 론칭한 이래, 워너브러더스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홀드백 기간을 두고 작품을 공개했다. 2022년 <더 배트맨>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45일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CEO 데이비드 재슬러브가 이 기간의 실효성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워너브러더스는 자사의 영화를 보다 긴 기간 상영관에 내거는 전략을 취했다. 2023년 <플래시>는 70일, 2024년 <듄: 파트2>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각각 81일과 84일의 홀드백을 거쳤다. 역대 최장 홀드백 기록은 의 147일인데, 이는 미국 내 <바비>의 장기 흥행에 따라 더 많은 관객을 극장에서 모객하려던 워너브러더스의 전략으로 보인다. 지금 워너브러더스의 홀드백 날짜는 77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키 17>과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물론 아카데미까지 노린 <씨너스: 죄인들> <웨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모두를 극장 개봉 이후 77일 만에 HBO 맥스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유니버설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의 모회사인 NBC유니버설은 2020년 자사 IP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자체 OTT 플랫폼 피콕을 출시했다. 이들 역시 플랫폼 초창기엔 45일 기조를 따랐다. 마찬가지로 NBC유니버설 산하의 포커스 피처스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역시 개봉 이후 피콕에서 관람할 수 있는 한계선이 45일이었다. 이후 유니버설 픽처스는 18개월 홀드백 분할 정책을 내놓았다. 처음 4개월은 피콕에서, 그다음 10개월은 유니버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프라임 비디오와 IMDb TV에서 그리고 마지막 4개월은 피콕이 영화를 다시 가져옴으로써 자사 영화로 추가적인 현금 수익을 확보하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팬데믹이 종식된 2023년부터 유니버설 픽처스는 극장의 최대 독점 상영 기간인 120일을 유지했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트롤: 밴드 투게더> <트위스터스> <와일드 로봇> 등이 개봉 이후 119일이 지나 피콕에서 서비스됐고, 이는 크리스토퍼 놀런이 100일의 극장 필수 상영을 요구한 <오펜하이머> 등의 대작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근래 유니버설 픽처스는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 출시 전 최소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2026년에는 5주 주말, 2027년에는 7주 주말로 연장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2021년 3월 파라마운트+를 론칭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극장 개봉 후 45일, <수퍼 소닉2>가 극장 개봉 이후 46일 만에 파라마운트+로 향했다. 2022년 연말에 공개된 <바빌론>, 지지난해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이나 <글래디에이터 Ⅱ>는 모두 60일의 홀드백을 유지한 이후 파라마운트+에 서비스됐다. 흥미로운 건 두편의 액션 블록버스터다. <탑건: 매버릭>은 2022년 5월27일 개봉해 209일이 지난 2022년 12월22일에,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2023년 7월12일 개봉해 197일이 지난 2024년 1월25일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두 작품은 톰 크루즈라는 교집합 이외에도 글로벌 흥행 성과가 두드러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극장 상영이 장기 흥행과 수익 극대화를 보장할 경우, 극장 중심 전략을 취하며 홀드백 기간을 의도적으로 연장한 것이다. 지금도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미국 내 다양한 극장 체인이 독점 계약을 연장한다는 기사를 연일 보도하는 등 스트리밍 영화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극장 개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올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회장 데이비드 엘리슨은 2026년 시네마콘에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극장용으로 최소 30편의 영화를 제작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파라마운트 픽처스 영화들에 대해 45일간의 홀드백을 보장할 것을 확언했다.
월트디즈니 픽처스의 자사 OTT인 디즈니+는 이미 국내에도 서비스 중이다. 팬데믹 초창기, 이들은 기존의 90일 홀드백을 포기하고 <뮬란> <소울> <크루엘라> <정글 크루즈> 등에 대해 추가 요금 지불 시 극장에서 상영 중인 작품을 디즈니+에서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어 액세스를 도입했다. 이때 스칼릿 조핸슨이 <블랙 위도우> 개봉 이후 디즈니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 위반 소송이 디즈니의 홀드백 정책에 큰 쟁점을 가져왔다. 조핸슨은 영화가 디즈니+에 동시 공개됨에 따라 “극장 수익이 잠식되어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에 따른 출연료 수익도 타격을 입었다”라고 주장했고, 이를 계기로 디즈니는 스트리밍 시대에 맞게 배우 및 창작자들의 보상 모델을 완전히 재편했다. 이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45일의 홀드백,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30일의 홀드백,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디즈니+에서만 공개하는 등 IP 파급력에 따라 홀드백을 차등 적용했다. 이는 <아바타: 물의 길>의 175일 홀드백을 포함해 <엘리멘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인사이드 아웃2> <썬더볼츠*> 등이 100일 이상의 극장 독점 상영을 유지한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