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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3, '부산, 감독: 윤종빈' <공작>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부터 부산항대교까지

<군도: 민란의 시대>(2013) 이후 윤종빈 감독은 첩보물 <공작>(2017)을 만든다. 1990년대 안기부 북파 공작원으로 활동했던 암호명 ‘흑금 성’의 이야기가 영화의 출발점. 북한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안보가 요동치던 시기, 베이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공작원 박석영(황정민)과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부장 리명운(이성민)의 이야기가 밀도 있게 펼쳐진다. 경쟁과 비방, 공작이 판치던 시대, 각자의 자리에서 큰뜻을 품은 두 인물의 호연지기는 영화에 비장미를 더한다.

호연지기. 떳떳하고 올바른 마음에서 나오는 크고 굳센 기운. <공작>을 관통하는 네 글자이자, 영화의 제작진이 작품을 완성해간 태도와도 닮았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93~98년, 공간적 배경은 서울, 베이징, 평양. 로케이션과 미술 등을 통해 관객을 그 시대로 안내하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제작 과정은, 윤종빈 감독의 말에 따르면 “큰일 났네, 어떡하지”의 연속이었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공작>에서의 해외 촬영 경험과 난관을 돌파하며 얻은 노하우는 이후 <수리남>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몽타주 신을 중심으로 촬영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부산항대교, 부산환경공단본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공작>의 부산 촬영을 담당한 유춘수 피디의 이야기를 종합해, <공작>의 부산 제작기를 재구성했다.

안기부의 최학성(조진웅)은 북한의 핵 개발을 도운 핵물리학자 김장혁 교수에게 접근해 학술회의를 미끼로 서울에 불러들인다. 영화 속 공항 장면은 실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촬영했다. 카메라는 입국장에서 빠져나오는 최학성의 발을 따라가며 인물과 함께 밖으로 나온다. 짧은 장면이지만 이를 구현하기까지 제작부의 노고가 적지 않았다. “국제공항이나 여객터미널의 게이트 안쪽은 보안구역이라 촬영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감독님이 게이트 안쪽에서부터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나오는 컷을 원하셨다. 결국 항만공사와 국정원의 촬영 허가를 받아야 했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관계자들 앞에서 촬영 계획을 설명했다. 다행히 허가를 받아 영화 속 컷을 구현할 수 있었다.” (유춘수 피디)

북한 영변 원자로 시설을 보여주는 인서트 컷은 부산환경공단 본부에서 촬영했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고 내려오면서 김장혁 교수를 비롯해 흰 가운을 입고 걸어가는 북한의 핵개발자들의 모습을 짧게 보여준다. “북한 핵 시설의 정확한 모습은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커다랗고 둥근 이 탱크들이 그럴싸한 시설 물로 보일 거라 생각했다.” 유춘수 피디의 얘기처럼, 북한군 보초병들까지 세워두니 그럴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부산항대교에선, 박석영의 대북 공작이 시작된 초반, 북한산으로 위장한 농수산물 밀수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 때 등장하는 대교 위를 달리는 트레일러의 모습을 촬영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이 장면 역시 영화에는 짧게 등장하지만 유춘수 피디는 이날도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려야 했다고 비하인드를 들려주었다. “부산항대교 관계자들과 상의해서 촬영 날짜와 시간대를 잡았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엄청 좋았다. 날이 좋아서 나들이 차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촬영으로 교통을 통제할 수밖에 없었고 시민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무슨 명절날처럼 교통정체가 심했다. 평균치보다 웃도는 교통량이 발생해 다들 당황해했다. (웃음)” 그럼에도 유춘수 피디는 “부산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영화 촬영에 굉장히 협조적”이라며 부산에서의 촬영을 기분 좋게 회상했다.

베이징의 스카이라운지 식당에서 박석영과 리명운 등이 만나는 장면,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들과 비밀 회동을 하는 국회의원들을 박석영이 도청 하는 호텔방 장면 등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공작> 역시 전국을 돌며 세트와 로케이션 촬영을 병행한 작품이었다. 제작부 스태프마다 지역 담당이 있었고, 유춘수 피디는 “연고는 없지만 촬영 경험은 있었던” 부산경남 지역 촬영 담당을 맡아 부산의 구석구석을 누볐다. “부산은 다양성을 간직한 도시라 촬영지로서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도 부산은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유일한 도시다.” <공작>은 “지금껏 맡은 작품 중 가장 빡센 작품”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작> 출신이라는 게 하나의 훈장이 되었다고 한다.

사진제공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