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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먼저 문을 열고 싶었다 - <애 아빠는 남사친> 이병헌 감독

애 아빠가 남편이 아닌 ‘남자 사람 친구’가 된 사정은 이렇다.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한 직장인 제아(최효주)는 작가 지망생 친구 구인(김신비)에게 안정적인 월급과 공동육아를 제안한다. 출산 이후 제아는 직장으로 복귀하고, 구인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두 사람의 동거는 순항하나 곧 위기에 봉착한다. 아이의 친부와 그의 아내가 개입하고, 무엇보다 제아와 구인 사이에 사랑이 끼어든다. <애 아빠는 남사친>의 연출자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다. 그의 숏드라마행은 제작사의 제안이었을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 어떠한 가능성을 보고 키다리스튜디오의 레진스낵을 찾았나.

2년 전쯤 휴식기를 가지며 숏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이 매체가 주는 도파민이 기존과는 뭔가 달라 흥미로웠다. 그중 레진스낵의 숏드라마가 장르도 다양하고 서사가 탄탄해서 미팅을 가졌는데 기존 생태계에 긴장과 활력을 줄 만한 새로운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47부작 대본을 쓰는 과정은 어땠나.

처음에는 40부작으로 썼고, 편집을 거치며 47부작이 됐다. 초반 설정은 하루 만에 잡았다. 양극화가 심한 사회에서 서로 다른 극에 있는 인물들을 대치시키고 싶었다. 중반에 들어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더 제한된 예산과 공간, 인물 안에서 사건을 크게 벌일 수가 없었다. 결국 돌파구는 이 모든 걸 해결해줄 단 한명의 재밌는 캐릭터였다.

- 감독 특유의 대사 티키타카와 숏드라마의 빠른 호흡이 맞물리며 코미디 감각이 배가됐다.

세로형 숏드라마라는 형식이 내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세로 화면은 얼굴과 대사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 다만 시나리오를 쓸 때 의도적으로 대사를 더 짧게 줄이거나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속도를 올려달라고 디렉션을 하지 않았다. 내가 쓴 대사는 주고받다 보면 속도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대신 회차가 짧은 만큼 촬영 전에 리허설을 충분히 가졌다. 연극 연습하듯이 치열하게 리허설했다.

- 세로 화면이 불러일으킨 도전 의식도 있었을 것 같다.

두 인물이 마주 앉은 풀숏을 세로로 잡아봤는데, 프레임 안에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가 전에 느껴보지 못한 거라 재밌었다. 화면을 어떻게 분할하고 구성할지에 대한 고민도 달라지면서 시야도 트였다.

- <드림> 때 앞으로 여자주인공 이름은 좋아하는 영화 <길>의 ‘젤소미나’에서 따 ‘소민’을 쓰겠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의 주인공 이름은 ‘제아’다.

작명 방식이 너무 알려져서 못하겠더라. (웃음) 이번에는 별 뜻 없이 지었다. 대본을 한창 쓰던 때에 뮤지컬 <웃는 남자>를 보러 갔는데, 등장인물 이름이 데아와 그윈플렌이었다. 그걸 가져와 제아와 구인으로 정했다. 원래 이름 짓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노동량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