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로 출발해 예능프로그램 <전현무계획>, 드라마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 영화 <클리어>, 다큐멘터리 <안녕, 푸바오>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간 심형준 감독의 숏드라마행은 한통의 전화로 시작되었다. 10년지기 선배 이원석 감독에게 온 전화였다. “이원석 감독님이 ‘숏드라마 하나 하자’라고 하시기에 ‘잘 모르는 세계인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지금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틀 안에 갇혀 있을 때 오히려 선배 감독님이 이끌어주셨다.” 그렇게 이원석 감독, 레진스낵과 손을 잡은 심 감독은 숏드라마로 옮길 레진의 IP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단번에 <하얀 천사에게 날개는 없다>(이하 <하얀 천사>)가 눈에 들어왔다. “백색증을 가진 주인공 연화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바로 그려졌다.”
<하얀 천사>는 미션스쿨 여고에 다니는 주인공 아연(조채윤)이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같은 반 학생 연화(한재인)에게 반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원작 속 이미지에 이끌려 연출을 결심했지만 여성간 사랑을 다루는 GL(Girl’s Love) 장르 특성상 배우의 조합, 즉 캐스팅부터 녹록지 않았다. 크랭크인을 코앞에 두고 연화 역의 배우를 정하지 못해 심 감독은 속이 탔다. “크랭크인을 2주 앞두고 헝가리한국영화제에 가게 됐다. 캐스팅을 완료하고 떠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부다페스트에서 마음이 붕 떠 있었다. 그러고 한국에 오자마자 만난 이가 한재인 배우였다.” 모델 출신에 화려한 외모로 <셀러브리티> <나는 대 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멜로무비>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한 한재인 배우는 “연기가 탄탄하고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는” 데다 “네번 탈색하는 고생”까지 마다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진심이었다. 그렇게 작품의 ‘하얀 천사’가 나타난 2025년 11월. “한창 단풍 들고 날씨가 좋을 때 크랭크인”에 들어가게 되었다. 배우도 날씨도 ‘오케이’였지만, 심형준 감독에게 숏드라마 현장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세로 화면에 적응하는 한편 작은 모바일로 작품을 볼 시청자의 시선을 계속 붙들어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디테일하게 표현한 미술을 보여주기 위해 세로 화면을 가로로 돌리는 ‘트랙아웃’을 시도”했고, “최종 3~4개의 에피소드는 하나의 노래를 깔아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는 과감한 시도가 동원됐다.
조근조근하게 <하얀 천사>의 제작 과정을 회상하던 심형준 감독은 마지막으로 숏드라마를 향한 업계의 분위기도 들려주었다. “숏드라마가 얼마나 발전할지 모르기에 다들 긴장하며 도전하는 분위기다. 과거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나왔을 때 다들 이 정도로 발전할지 아무도 몰랐잖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인정하고 발을 맞추느냐, 자신의 길만 고집하느냐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다들 고민이 많다.” 그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하얀 천사>뿐 아니라 레진스낵에 참여한 모든 연출자, 스태프, 배우들은 변화에 맞추려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