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는 약속한다. 살아서 얻은 고통을 죽어서 멈추기로.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나자는 연(심자윤), 이림(민가린), 인희(조채윤)의 결의는 그렇게 맺어졌다. 계획은 다음과 같다. 고급 펜션에 체크인한다. 이번 생으로부터의 해방을 자축하듯 드레스를 차려입은 채 각자의 방에서 목을 맨다. 숨이 끊기지 않으면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편안히 눈 감고 저승에서 재회한다. 그러나 플랜 A도, 플랜 B도 처참히 실패한다. 그들을 찾아온 건 죽음 자체가 아닌 죽음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자. 그는 아직은 세 여자에게 끝을 허락할 수 없다며 거래를 제안한다. 자신에게서 달아난 이를 잡아오면 자살할 권리를 돌려주겠다고 말이다. 타깃은 살인사건의 용의자 오씨. 죽을힘을 다해서라도 죽고 싶어서, 삼총사는 오씨를 찾아 나선다.
여기까지가 55부작 숏드라마 <사랑하는 죽음>이 5화까지 들려주는 이야기다. 소재는 까다롭고, 주제는 심오해진다. 동명의 원작 웹툰부터 그러하다. “그래서 다들 영상화를 말렸다.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었다.” 드라마 <이혼보험>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이원석 감독이 원한 건 그의 전작 영화 <남자사용설명서><킬링 로맨스>처럼 “장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매력의 작품”이었다. “죽음을 가볍게 다룬다고 욕먹을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가볍게 다뤄서 원작이 좋았다. 원래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말을 참 쉽게 하지 않나.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지점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싶었고, 세 배우가 그 표현의 선을 잘 타줬다. 진지해졌다가 말도 안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걸 즐기는데, <사랑하는 죽음>에서 원 없이 했다.”
이원석 감독은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주연들에 대한 자랑을 이어갔다. 그룹 스테이시의 멤버이자 페이크다큐멘터리 <직장인들>에 얼굴을 비춘 심자윤, 그룹 앨리스 출신으로 연기에 도전 중인 민가린, 드라마 <정년이>에서 진연홍 역을 맡는 등 조·단역으로 경력을 쌓아온 조채윤 배우가 그들이다. “심자윤은 내가 근래에 만난 사람 중 가장 파이팅이 넘친다. 민가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을 가졌다. 조채윤은 사랑스러운 디테일로 극을 풍부하게 해줬다. 이런 친구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세 배우가 시키지도 않은 리허설까지 열심히 하는 걸 보며 나 자신을 돌아봤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창피하지 않은 작품을 완성하고 싶더라. 배우들에게도 전했다. 여러분 덕에 내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고.”
신인들과의 협업을 “터닝 포인트로 삼았다”는 소득 외에도 이원석 감독을 설레게 한 것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캔버스다. 세 친구가 분할된 화면으로 등장하는 컷, 바닥의 패턴이 돋보이는 컷 등도 세로로 긴 프레임 덕에 가능했다. “그러니 영화감독들도 한번쯤 숏폼을 연출해봤으면 한다. 나 또한 기대 이상으로 행복한 경험을 해 또 한편의 숏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