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은행 강도단의 인질이 된다. 살기 위해서는 악당들의 은신처에서 탈출해야만 한다. 자유를 향한 몸부림으로 세로형 화면을 두드린 이는 영화 <택시운전사><콘크리트 유토피아>각색에 참여한 작가이자 <디바>를 쓰고 연출한 조슬예 감독이다. <절망VS소녀>라는 매치업의 중계자인 그는 최근 제작사를 차려 숏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한다. 물이 샘솟는 곳이자 무언가 말하려는 입 모양을 연상시키는 그 이름은 우물우물스튜디오다.
- 작가로서 터득한 숏폼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전략이 궁금하다.
한 회차가 1분에서 2분 정도로 짧아서 서사가 단선적이고, 인물의 목표와 갈등이 선명해야 좋다. 이때 5화, 10화와 같은 무료 제공 에피소드의 마지막 회차가 굉장히 중요하다. 5화 안에 인물의 명확한 욕망을 제시하되 10화쯤에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의외성을 심어주고자 한다.
- 30화 분량의 원작 웹툰이 숏폼에 어울린다고 판단한 까닭은.
원작자 마사토끼의 팬이다. 그의 단편들에 드러난 독특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좋아한다. <절망VS소녀>의 원작은 공간과 인물이 한정된 채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내 식대로 살을 붙여나가기에도 유리할 것 같았다. 원초적인 로맨스물이 다수를 차지하는 숏폼 플랫폼에서 흔치 않은 장르인 ‘탈출 생존물’로 내 스타일을 찾아가고 싶었다.
- ‘인류 최강의 인간’으로 소개되는 소녀와 그를 납치한 악당들이 나온다.
웹툰 첫화, 감금된 소녀가 사실은 세계 최강이라는 설명이 나오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살고 싶다는 의지와 그것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의 선택지를 찾아나가는 상상력이 그의 매력이다. 그에게 깊이감을 더해주고자 원작에 없는 쌍둥이 동생 캐릭터도 만들었다. 4인의 악당은 감금당한 여성이 마주하는 네 가지 공포를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인물들이다. 소녀가 게임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나가듯 성적인 위협, 힘의 차이, 잔혹성, 그리고 두뇌 싸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
- 영화 <우리들>(2016)에서 보라를 연기한 이서연 배우가 소녀로 나와 반가웠다. 그가 최강으로 보였던 순간이 있다면.
현장 경험이 많고, 얼굴에 사나움과 처연함이 동시에 있는 서연 배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오디션에서도 모두가 만장일치로 그를 소녀로 원했다. 그는 모든 순간에 프로페셔널했지만 내가 제일 반한 순간은 세로 프레임에 맞춰 얼굴 반쪽을 클로즈업해 찍을 때였다. 그때 그가 보여준 섬세한 감정연기에 감탄했다.
- <절망VS소녀>를 완성한 소감은.
목표를 정해두기보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싶어 하는 편이다. 작가로 일하다 보니 연출 기회가 왔고, 다시 대본을 쓰다가 숏폼도 찍게 됐다. AI쪽으로도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