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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잡지, 안녕하십니까 vol.1 - <카이에 뒤 시네마> <키네마 준보> <사이트 앤드 사운드>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고백하건대 <씨네21>을 정기 구독할 생각은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매혹시키는 이 영화잡지를 직접 사는 것은 특별한 의식이었다. 경남에 살던 어린 시절 <씨네21>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날은 목요일이었다. 그날이 되면 아파트 앞 편의점 신문 가판대에서 잡지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걸어갔고, 문화 소양이 깊은 시민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게 굴었다. 유광 컬러 표지를 일부러 미끌거리면, 표지가 내지와 부드럽게 분리되는 촉감이 좋았다.

훗날 세르주 다네가 <카이에 뒤 시네마>를 사는 의식에 대해 고백한 책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를 읽으며 내 얘기처럼 느껴져 놀랐다. 그는 노란 테두리가 둘러진 잡지를 살 때 “그날만을 기다렸으면서도 마치 관심 없다는 듯이 집어왔다”고 했다. 내 유년 시절보다 겸손했던 다네. 그가 영화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낼 때 <카이에 뒤 시네마>를 소환했듯이 <씨네21>은 영화에 대한 기이한 사랑을 인정하게 만들었던 첫 번째 몽타주이다.

오랜 기억을 끄집어낸 건, 창간월인 4월을 앞두면 <씨네21> 구성원들은 종이로 된 영화잡지의 특별함과 존재 이유를 사유하게 되어서다. 오는 4월 <씨네21>은 창간 31주년을 맞는다. 꽤 긴 시간을 잘 버텨왔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더 오래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잡지들을 떠올려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를테면,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75년간 발행을 이어오고 있고, 일본의 <키네 마 준보>는 창간 107년을 맞았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는 올해 94주년인데, 이 말은 곧 100주년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들보다 역사는 짧지만 <씨네21>은 창간 31주년을 맞아 영화잡지라는 정체성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고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전세계에서 우리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영화에 대한 글을 써온 전통적인 영화잡지들에 진솔한 대화를 청했다. 다정한 응답을 받아 <카이에 뒤 시네마>와는 화상으로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키네마 준보>에는 직접 방문하여 그곳 풍경을 담아올 수 있었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의 편집기자는 한편의 에세이를 통해 영화잡지를 만드는 이의 속마음을 나직이 들려주었다. 이번 창간 특집기사 ‘잡지, 안녕하십니까’는 2주에 걸쳐 이어질 예정이다. 1주차에 <카이에 뒤 시네마> <키네마 준보> <사이트 앤드 사운드>와 같은 전통적인 영화잡지와 대화를 나누었다면 2주차에는 독특한 위상을 가진 잡지와 인물들을 만날 계획이니 독자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어지는 글에서 <카이에 뒤 시네마> <키네마 준보> <사이트 앤드 사운드> 소개와 각 잡지 편집장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