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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07년의 축적 - <키네마 준보>, 종이 잡지에 기반하는 전통

<키네마 준보> 2026년 4월호.

<키네마 준보>는 1919년 7월 창간된 일본의 영화잡지다. 현존하는 주요 영화잡지 중 가장 긴 역사를 지닌다. 가장 최근에 발간한 2026년 4월호가 무려 1943호째 잡지다. 시작은 자그마했다. 도쿄공업고등학교(현재 도쿄과학대학) 재학생인 다나카 사부로 등 4명의 친구가 모여 만든 동인지로 출발한 것이다. 초기엔 자국 영화를 비판하고 해외 영화를 물신화하는 경향이 짙었다. 1910~20년대에 일본에서 일어난, 이른바 ‘순수영화운동’에 가담하는 쪽이었다. 노가쿠나 신파극 등 기존 연기 예술의 연극적 요소를 배제한 영화 매체의 순수한 역량을 발견하자는 운동이었다.

이러한 초기 성질은 1924년 시작된 <키네마 준보>베스트 텐 시상식이 얼마간 해외 영화를 대상으로만 이뤄졌다는 사실에서도 발견된다. 다만 1926년 <키네마 준보>베스트 텐에 일본영화 부문이 도입되고, 일본의 영화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최근엔 자국 영화를 다루는 비중이 훨씬 커졌다. 현재 <키네마 준보> 베스트 텐은 작품상(일본·외국·문화영화 3개 부문의 베스트 텐 1위 작품), 개인상(일본영화 감독·각본상, 외국영화 감독상, 주조연·신인배우상 9개 부문), 독자 선출상(3개 부문)으로 시상 중이다.

<키네마 준보>의 ‘준보’(旬報)는 일본의 전통적 월별 체계인 ‘준’(旬)에서 유래됐다. ‘준’이란 한달을 대략 열흘로 나누어 3개의 기간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이에 잡지도 한달에 세번 발행됐다. 2차 세계대전 무렵 휴간했다가 1946년에 복간하면서 매달 5일과 20일에 두번 발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70년 넘게 이어져오던 전통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변했다. 팬데믹에 의한 경영 사정 악화로 2023년 7월부터는 월간지 체제로 발행 중이다.

<키네마 준보>는 기본적으로 영화비평 잡지이며 무게중심은 비평에 집중되어 있다. 다만 국내외 영화인과의 인터뷰, 영화제 취재, 개봉작 리뷰, 박스오피스 소식, 월드 리포트 등 비평 외 기사도 적지 않게 실린다. 판형이 B5판(약 18.2 × 25.7cm)이고, 한호가 200페이지 안팎으로 구성되기에 꽤 묵직하고 두툼하다. <씨네21>보다 약간 작고 무겁다. 여전히 종이 잡지 중심으로 발행되는 데다 기사 대부분이 온라인에 발행되지 않기에 해외에서의 접근성은 아무래도 낮은 편이다.

<키네마 준보>의 전체 인력은 편집부를 포함해 대략 20명 내외다. <씨네21>과 같은 영화기자 직함의 인력은 없다. 대신 소수(3~4명)로 구성된 편집부가 외부 필자들에게 글을 청탁하는 식으로 잡지가 꾸려진다. 필자는 <키네마 준보>와 오래 연을 이어온 자국 영화평론가나 칼럼니스트가 대부분이다. 종종 독자의 영화평 코너에 영화평을 보내어 프로로 데뷔하는 이들도 있다(<키네마 준보> 권말엔 지금도 여전히 독자 설문 종이와 정기 구독 엽서가 존재한다!).

요컨대 <키네마 준보>는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답게 아주 전통적인 형태의 영화잡지를 100년 넘게 만들어오고 있는 일종의 문화재다. <카이에 뒤 시네마>등 서구권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영화비평 담론의 역사에서 <키네마 준보>의 수행과 의미를 다시금 짚어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