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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화 촬영의 교본 -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가 할리우드와 함께 성장해온 방식

1920년 발행된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 창간호.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는 독특한 위치에서 긴 역사를 유지 중인 영화잡지다. 1919년 할리우드에 설립된 미국촬영감독협회(American Society of Cinematographers, ASC)가 1920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통상적인 산업지나 비평지가 아닌 기술 전문지의 성격을 띤다. 잡지의 이름처럼 영화 촬영 분야를 중심으로 한 영화 제작기, 인터뷰, 정보 전달이 주요 콘텐츠다. 촬영이라는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셈이다. 편집장을 제외한 4명의 출판 사업 담당자, 2명의 전속 편집진이 종이 잡지와 웹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그외 기사 작성은 9명의 프리랜서 에디터와 LA, 뉴욕, 토론토, 런던, 파리 등 세계 각지에 기반한 12명의 외부 필자에게 맡기는 중이다.

처음에는 격주로 발행되는 타블로이드 판형의 4페이지짜리 소식지였다. ASC 회원들의 근황을 전하고 교류를 도모하는 회지 성격이었다. 1년 후에는 판형을 줄이고 페이지 수를 늘렸으며, 1922년 3월부터는 월간지 체제로 전환됐다. 1928년부터는 지금과 비슷한 잡지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고전기 할리우드의 빛나는 역사만큼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의 아카이브 역시 찬란하다. <시민 케인>개봉 당시 관련 기사를 발행했고, 이때 그레그 톨런드 촬영감독이 사용한 ‘미첼 BNC’ 카메라는 ASC 클럽하우스에 전시되어 있다. 1966년 허브 라이트먼 편집장이 부임한 뒤로, 현재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의 핵심 콘텐츠인 촬영 현장 제작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스탠리 큐브릭 인터뷰, <차이나타운> <죠스> <블레이드 러너> <스타워즈> 시리즈 등 할리우드 영화사의 기념비적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뤄왔다.

ASC에서 발행하는 출판물이니만큼 경제적 기반도 ASC와 직결되어 있다. ASC는 올해 제40회를 맞은 ‘ASC 어워드’를 매년 개최해 기업의 후원을 받고, 클럽하우스 건물을 대관하거나 회원들의 강의(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수강료를 얻는 등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1935년에 전문가용 교본인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 매뉴얼>(American Cinematographer Manual)을 초판 발행한 뒤 꾸준히 개정판을 내고 있다. 클럽하우스 컨버세이션(Clubhouse Conversations)이라는 광고 기반의 동영상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주요 개봉작의 촬영감독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형식이며, 주로 ASC 회원이 인터뷰어로 나선다. 참고로 ASC 회원이 되기 위한 절차는 꽤 까다로운 터라, 회원인 사실만으로도 일종의 권위를 가진다. 최근 8년 중 최소 5년 이상의 촬영감독 활동 이력 인증, 전현직 ASC 회원 3명의 추천, 회원들의 최종 투표를 거쳐 회원이 된다.

종이 잡지 외 온라인 콘텐츠도 다양하게 발행 중이다. 과월호 기사의 일부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것을 비롯해 아카이브 섹션에서 과거 종이 잡지의 기사를 조금씩 공개하고 있다. 자체 팟캐스트와 SNS 운영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영화 월드컵 종류의 ‘MOVIE RAPID FIRE’, 창작자들의 조언을 실은 ‘MY BEST ADVICE' 등의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는 중이다. ASC라는 든든한 토대와 할리우드 내 방대한 네트워크, 잡지의 긴 역사를 강점으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지는 스티븐 피젤로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 편집장의 에세이에서도 이 영화잡지의 생존 전략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