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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지털 홍수에서도 영화만을 위하여 - 차이샤오쑹 <펀스크린> 편집장

차이샤오쑹 <펀스크린> 편집장은 혼자 일한다. <펀스크린>이란 이름으로 상근 고용된 인력은 그가 유일하다. 혼자이기에 기획 회의도 당연히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펀스크린>에는 격주 단위로 깊이 있는 기획기사, 인터뷰, 비평문 등 5편의 긴 글이 늘 업데이트된다. 글을 엮은 뉴스레터도 발송되고 있다. 웹 기반 매체이지만 이렇게 영화를 진지하고 꾸준하게 다루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15일마다 주요 기사 5편을 묶어 발행하기 때문에 보통 1~2호 정도를 미리 기획한다. 적절한 외부 필진을 섭외해 원고를 의뢰하고, 가능한 한 많은 인터뷰에는 내가 직접 참여한다. 새로운 호가 발행될 쯤이면 이미 다음 두 호의 원고를 편집하는 데 깊이 몰두해 있다.” 서면 인터뷰에서 차이샤오쑹 편집장은 그가 일하는 방식을 이처럼 설명했다. 심지어 그는 “편집장 역할부터 인터뷰, SNS 관리, 웹사이트 운영, 행정 및 회계 업무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함께 잡지 만드는 팀은 바깥에 있다

2025년 타이베이영화제 개막작이자 대만의 재난 스릴러 영화 <96분> 인터뷰 당시 차이샤오쑹 편집장. 사진제공 장신.

온전한 의미에서 혼자는 아니다. “<펀스크린>의 높은 완성도는 다양한 기고가와 프리랜서 사진작가들의 기여 덕분이다. 여러 지적 공동체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글의 생동감을 이어주고 있고, 현재 세명의 고정 프리랜서 사진작가와 수십명의 외부 기고가들이 각자의 전문성과 관심 분야를 바탕으로 함께 작업하고 있다.” <펀스크린>이 대만의 공공기관인 대만영화시청각센터(TFAI) 내 연구·출판 부서의 소속이기에 차이샤오쑹 편집장은 부서의 주간 회의에도 참석한다. 하지만 <펀스크린>에 실리는 기사와 인터뷰 등을 결정하는 권한은 차이샤오쑹 편집장이 갖고 있고, TFAI에서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펀스크린>은 신작 대만영화를 리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세계 영화계로 손을 뻗는다. 당장 <펀스크린>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최근 폐막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리포트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 인터뷰가 실려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해 <3670> <여름의 카메라> <귤레귤레> <3학년 2학기> 등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와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실험영화들을 조명하는 기사와 만난다. “<펀스크린>은 영화라는 흐름에 발맞추려 한다. 우리는 여전히 세계 3대 영화제를 비롯해 다양한 실험영화 및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직접 취재한다. 그리고 대만과 아시아, 그리고 세계를 아우르는 시선을 통해 영화산업 관계자와 프로그래머들에게 의미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펀스크린>홈페이지에는 다음달에 열리는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초청작들을 길게 분석한 리뷰와 감독 인터뷰 등이 빼곡하게 올라와 있다.

차이샤오쑹 편집장은 2016년부터 <펀스크린>에 글을 쓰기 시작해 10년간 이 필름 매거진과 동행했다. 매거진의 21년 역사 가운데 절반가량을 함께한 셈이다. 그는 <펀스크린>의 여섯 번째 편집장이다. 첫 편집장은 창립자인 린원치 국립중앙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의 제자였던 아이얼로, 한국의 동서대학교에서 영화제작 학위를 받고 현재는 한국영화를 배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두 번째 편집장은 창립자인 린원치 교수, 세 번째 편집장은 현재 대만영화비평가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훙젠룬이다. 베테랑 기자인 청즈윈이 중간에 훙젠룬 편집장과 공동 편집장을 잠시 맡았으므로 네 번째 편집장에 꼽힐 수 있고, 셰자진짜이 영화평론가가 다섯 번째로 편집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리고 현재 6대 편집장인 차이샤오쑹은 2022년부터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3대 훙젠룬 편집장 시절 외부 필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독자였던 시절, 대만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을 때에도 <펀스크린>에서 대만영화 감독들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 있다. 그 발견의 순간이 정말 인상 깊었다. 디지털 홍수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접근 가능한 플랫폼에서 깊이 있는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펀스크린>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발견의 순간은 그를 <펀스크린>에 꼭 붙들어놓았고 오늘날에 이르게 했다.

대만은 <비정성시>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하나 그리고 둘>을 비롯한 중요한 영화들이 만들어진 곳이지만 영화를 다루는 매체들의 상황은 순탄치 않다. 차이샤오쑹 편집장은 “많은 독립문화 매체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라며 낙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을 들려주었다. “최근 한두달 사이에도 여러 매체가 전환을 하거나 예술 섹션을 폐지했다는 이야기가 대만 시네필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만에서도 예술과 문화 분야 독자만으로 상업적으로 운영되기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영화를 다시 생각하다

2025년 제3회 ‘우수 영화·텔레비전·영상 전문인 공동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

매체의 지속뿐 아니라 영화란 예술 자체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최근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다루는 골든 하베스트 시상식에서 유튜브용으로 제작된 단편영화가 후보 지명을 받은 사건은 대만 시네필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다. 골든 하베스트 시상식은 대만의 신인감독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문이기에 여파가 컸다. 이처럼 영화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할 때에도 차이샤오쑹 편집장은 영화라는 뿌리를 거듭 붙잡으려 한다. “최근 사건으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숏폼, 현대미술, 영상 설치 작업까지 영화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상상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나 역시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지만 다양한 형식에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펀스크린>의 편집장으로서 영화를 핵심 정체성으로 삼는 작업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 매체간 경계가 계속 흐려지는 시대지만 결국 영화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이런 복잡한 질문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유무형의 영화적 우정이 공존한다지만, 이처럼 여러 고민을 떠안고 홀로 일하기란 외롭지 않을까. 차이샤오쑹 편집장은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는 환경에서 종종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다행히 대만의 시네필 커뮤니티의 지지가 큰 힘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때로는 중요한 기사가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할 때, 우리 노력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 오래가지 않는다. 15일 안에 다음 호를 준비해야 하니까!” 외로움을 곱씹을 틈도 없이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호를 준비하고 있다. 5월에 열리는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뷰로 만나는 감독들이 “<펀스크린>이니까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라고 말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2012년, <펀스크린>은 타이베이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시상식 무대에서 상을 받고 있는 편집팀 모습. 왼쪽부터 당시 타이베이 시장 하우룽빈, <펀스크린> 창립자 린원치, 그리고 3대 편집장 훙젠룬이다.

2025년 제3회 ‘우수 영화·텔레비전·영상 전문인 공동 시상식’에서 차이샤오쑹 편집장이 수상 소감을 밝히는 모습. “오늘날의 영화비평은 결코 풍요로운 환경에서 이뤄지는 ‘귀족적’ 활동이 아니다. 심도 있는 비평은 영화에 대한 통찰을 나누고 독자와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지, 단순히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거나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상이 <펀스크린>의 지난 20년의 노력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길 바란다. 글쓰기는 목격하고 기록하는 행위이자, 옹호하고 참여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역사와 조심스럽게 교감하는 일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진지한 분투이기도 하다. 이 길에 헌신해온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차이샤오쑹)

2025년, <펀스크린>은 제3회 ‘우수 영화·텔레비전·영상 전문인 공동 시상식’에서 창간 20주년을 맞아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전체 수상자들의 단체 사진에서 <펀스크린>팀이 뒷줄에 앉아 있다.

사진제공 장신

왼쪽에 앉은 차이샤오쑹 편집장과 공동 인터뷰어 미셸 완이 2025년 개봉한 대만영화 <쌍희>(雙囍)의 조지프 수 감독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 <펀스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