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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온라인 영화잡지도 진지할 수 있을까 - 대만 영화잡지 <펀스크린>의 여정

2005년에 창간한 <펀스크린>(放映週報, Funscreen Weekly)은 21세기 이후 대만영화를 충실히 기록하는 동시에 전 세계의 영화 흐름을 짚어내는 웹 기반 영화잡지다. 20년 넘게 격주간지로 발행된 이 매체의 여정은 대만국립중앙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시작됐다. 대만영화계가 활기를 띠면서 대학에서 자연스럽게 영화잡지를 발행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다. 2002년 대만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할리우드영화들이 대만영화계로 물밀듯이 밀려왔고, 대만 내 자국 영화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린원치 대만국립중앙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는 이런 세태를 바라보며 “대만영화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펀스크린>을 창간했다. 몇년 사이 대만영화의 상황이 나아져 2008년 웨이더성 감독의 <하이자오 7번지>가 크게 흥행해 <타이타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등극했다.

<펀스크린>이란 제호는 경쾌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실상 이 웹매거진에 실리는 기사들은 하나같이 깊이 있는 기사, 긴 비평문이다. <펀스크린>이란 이름은 영화를 영사한다는 뜻을 지닌 방영(放映)을 대만인들이 팡잉(Fang Ying)이라고 발음하는 데서 왔다. 대만에서는 말소리가 유사한 단어들을 써서 작명하는 게 흔하기에, 즐거움을 뜻하는 영단어 펀(Fun)과 스크린(Screen)을 결합한 것이다.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전략은 이름뿐 아니라 이 잡지의 내적 동기이기도 한데, <펀스크린>은 감독과 제작자 등 대만 영화산업의 플레이어들을 긴 인터뷰로 만나고, 평론 섹션을 통해 신작이 아닌 작품까지 폭넓게 다루는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취한다. 2005년 1월에 발행된 첫호는 허우 샤오시엔의 <카페 뤼미에르>를 전면에 내세웠고, 차이밍량, 저우메이링, 린위셴과 같은 대만 감독들과 장첸, 계륜미 등의 배우들은 <펀스크린>의 단골 인터뷰이가 됐다.

대학 내 독립영화잡지로 출발해 기부와 후원금으로 운영됐던 <펀스크린>은 창간 10년에 이르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12년 제14회 타이베이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하며 대만영화계에서 널리 인정받은 것. 그리고 2012년엔 린원치 교수가 중화민국영화자료관(CTFA) 원장에 취임하면서 공공기관 아래로 들어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2020년엔 잡지의 상위 기관인 CTFA가 영화와 TV, 라디오를 아우르는 대만영화시청각센터(TFAI)로 격상했다. <펀스크린>은 그럼에도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나갔다. 창간 후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펀스크린>은 20년 넘게 격주간지로서의 여정을 멈추지 않고 뉴스레터까지 발행하며 4만여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대만영화 평론가들이 우수 영화·TV·라디오 시상식(Joint Awards Ceremony for Professional Excellence in Film, Television, and Radio)에서 특별공로상을 건네기도 했다. 감히 말하건대, 21세기 대만영화와 아시아영화를 말하기 위해선 <펀스크린>을 경유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