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마고(엘 패닝)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동안, 마고의 부모 역시 따로 또 같이 눈앞의 위기를 헤쳐나간다. 샤이앤(미셸 파이퍼)은 독실한 크리스천인 새 남자 친구와의 재혼에 딸의 출산 소식이 어깃장을 놓을까 전전긍긍한다. 모처럼 딸 곁으로 돌아온 징크스(닉 오퍼먼)는 이제 막 진통제 중독에서 벗어난 퇴물 프로 레슬러다. 언뜻 마고가 철없는 두 부모를 양육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또한 수없이 헤쳐온 삶의 위기로부터 지혜를 총동원하며 마고에게 더 나은 삶을 상속하려 애쓴다.
미셸 파이퍼, 닉 오퍼먼(왼쪽부터). SHUTTERSTOCK
- 두 배우 모두 마고의 엄마나 아빠로만 요약할 수 없는, 입체적 캐릭터를 연기했다.
미셸 파이퍼 나도 샤이앤과 같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출신이다. 작중 배경으로 등장하는 풀러턴에서 유년기를 보낸지라 대본을 읽자마자 샤이앤을 잘 알 것 같았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훌륭한 출연진, 작가진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로스앤젤레스를 떠나지 않고도 촬영할 수 있다니. 샤이앤과 사랑에 빠졌다. 항상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다.
닉 오퍼먼 동의한다. 미셸은 이 작품에서 ‘홈런’을 쳤다. 나 역시 탐나는 제안 앞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화려한 코스 요리를 대접받는 기분이랄까. 더군다나 나는 배역을 위해 외양을 바꾸길 즐기는데, 징크스는 이를 즐길 여지가 많은 남자였다.
- 미셸 파이퍼는 샤이앤의 래미네이트 치아나 네일아트 디자인을 직접 제안했다고. 이 역시 당신이 잘 아는 지역의 여성들로부터 도출한 건지.
미셸 파이퍼 어떤 작품을 하든 의상 피팅이 정말 중요하다. 내겐 캐릭터를 조형하는 첫 단추다. 작품 합류 초기부터 의상감독과 협업하는데, 그들은 나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그 캐릭터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정보와 영감의 엄청난 원천이 된다. 이번에도 의상감독을 만나 첫 하루이틀은 온갖 옷을 다 입어보며 캐릭터에 딱 맞는 아웃핏을 찾아 나섰다. 샤이앤의 75%는 그때 이미 감을 잡았다.
- 닉 오퍼먼은 레슬링 장면을 위해 실제 훈련도 불가피했겠다.
닉 오퍼먼 레슬링 컨설턴트 차보 게레로의 공이 크다. 인터넷으로 뭐든 배울 수 있는 시대지만 문자 그대로 내 손을 이끌어줄 선생님이 곁에 없다면 어설퍼 보일 수밖에 없다. 차보는 저명한 레슬링 가문 출신이다. 덕분에 기본기를 착실히 익힐 수 있었다. 내가 레슬링 의상을 다리 사이로 훑어 올리는 동작도 그가 알려준 쇼맨십이다. 그걸 보자마자 “그 몸짓 하나로 내 캐릭터 전체의 방향을 잡았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 모든 건 대본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경험이었다. 텍스트가 완벽하니 작품 내의 모든 부서가 이를 바탕으로 최고의 예술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게 눈에 보였다. 배우들이 그 혜택을 가장 크게 받았다.
미셸 파이퍼 모두가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었다. 백지상태에서 억지로 지어낼 필요가 없었다. 할리우드는 종종 이 과정을 발레에 비유하곤 한다. 발레 바(Bar)에서 기본기 연습을 다하면 무대에 올라 그저 춤만 추면 된다. 이 작품의 훌륭한 대본이 바로 그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