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돈과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 부와 욕망을 연결지어 인간성을 고백했던 기존 작품들을 생각하면, 금괴를 중심에 두고 사투를 벌인다는 <골드랜드>의 기본 골자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욕망과 함께 개인사적 딜레마를 제시한다면 어떨까. 공항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하는 김희주(박보영)는 연인 이도경(이현욱)으로부터 알 수 없는 부탁을 하나 받는다. 검색대에 들어온 관 하나를 그냥 통과시켜 달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에 보관해 달라는 것이다. 도경이 감춘 물건의 정체는 1500억원에 달하는 금괴다. 세상을 떠도는 마약인 줄 알았다던 그의 말과 달리 크고, 무겁고, 중대한 것이 관에 가득 차 있었다. 둘만의 계략을 짜낸 이후 도경은 괴한의 습격을 받고, 희주는 관을 실은 트럭을 몰아 자신의 청소년기가 간직된 지긋지긋한 고향 정산으로 향한다.
지금 가장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향해야만 하는 모순은 <골드랜드>가 희주를 빌려 말하는 딜레마의 출발점이다. 모든 욕망은 필연적으로 무소유에 맞닿아 있다. 금괴를 손에 넣기 위해 끔찍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네에서 지내는 고통을 끊어내는 방법은 단연 금괴를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면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연결한다. 단순히 풍요롭고 사치스러운 삶의 양식을 파생시키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것을 선택하지 않는 자유를, 가족에게 온정을 베풀 수 있는 여유를, 이따금은 어둠의 경로로 문제를 해결하는 간명함까지 많은 것을 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선하고 정직한 얼굴의 희주가 경험하고 만다. 너무나 편리하고 짜릿한 돈의 맛. 자칫하면 목숨 건 게임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계속 갈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까. 독이 든 성배를 손에 쥔 여자는 스스로 자처한 딜레마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해 고민하게 된다. 뒤늦게 욕망에 눈뜨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인가, 사회환경에 영향받지 않는 개인적 욕망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욕망이란 무엇인가. <골드랜드>는 금전에 대한 나이브한 욕심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희주와 주변인을 통해 다양한 모순과 역설을 그리며 궁극적으로 우리를 사유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욕망과 지역적 정서를 뒤섞어 한 인간의 역사를 좇아가는 방식은 거리감 있는 관망이 아닌 내밀한 일체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정말 그곳엔 환상 어린 노다지가 있을까. 탐욕의 절정에 다다라본 자만이 답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