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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겁 많은 영웅의 얼굴 - <호프> 배우 황정민

사진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언젠가부터 시골 마을에 곰인지 호랑인지가 나타나 가축들을 해치고 있다. 누구의 소행일까. 호포 출장 소장인 범석(황정민)은 정의감이나 소명의식만으로 괴생명과 싸우기엔 겁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대량 학살의 주인이 있는 어둡고 음습한 곳으로 가기까지 한참을 망설이고, 동네 어르신에게 동행할 의사가 없는지 무구한 얼굴로 묻는다. <호프>가 설정한 난세의 영웅이란 따라서 평범하고 겁 많고, 그럼에도 소총을 두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이다. 심지어 그는 영화에서 계속 인간이 외면해선 안되는 미덕과 윤리를 강조한다. “<호프>에서 내가 가진 가장 큰 숙제가 그거였다. 범석만이 지닌 서사와 삶의 명분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것. 특히 인간의 잘못을 지적하는 장면은 범석에게 가장 중요한 신이었다. <호프>라는 영화가 관객에게 이해되고 살갑게 와닿도록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홍진 감독님은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데…’라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어느 날 편집하던 중에 내게 말하더라. 이제 보니 그 장면이 정말 중요했다고. (웃음)”

사실 범석과 성기(조인성)의 대사 절반 이상은 욕설이다. 칸영화제 최초 공개 이후 현장에서 외신기자들이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범석의 다채로운 감정 그러데이션을 욕설 한마디로 표현해야 했던 황정민은 인물이 지닌 특징적인 의성어, 의태어로 대사를 이해하려 했다. “처음엔 나도 욕설을 줄여야 하지 않나, 한국 관객들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나 감독님은 특수한 상황에 처한 범석과 성기라면 이러한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하더라. 그때 납득이 됐다. 그렇다면 이 지점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지 고민했다. 욕 한마디라도 질리지 않게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대변할 수 있도록 연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이견 없이 욕이지만 오직 욕으로만 들리지 않게 하고 싶었다.”

칸영화제 현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초반 45분. 크리처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황정민이 모든 것을 이끌어나간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 전체가 그만을 위한 무대가 되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컸다. 해남에 위치한 마을로, 실제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 그래서 빨리 끝내고 가겠다고 매번 사과드렸는데, 주민들은 오히려 너무 재미있어 하셨다. 보기 드문 광경을 보시는 듯했다. 그래도 우리가 빨리 마치고 가야 이분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효율적으로 촬영을 해나갔다. 초반에 혼자 장면을 채워나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은 세트와 달랐다. 천지 차이다. 길이며 골목이며, 삶이 있는 곳이었기에 범석으로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곡성> 이후로 나홍진 감독과는 벌써 두 번째 작품. 황정민나홍진의 디테일 집착에 여전히 놀란다. “<곡성>을 찍을 때 종구(곽도원)의 집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신이 있었다. 아주 간단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생각한 새벽녘 하늘 색깔이 있는지 절대 오케이를 안 하더라. <호프>에서도 액션신을 몸소 수행하고, 자연광에 따라 촬영을 진행했다. 더 쉬운 방법을 찾지 않는 나홍진 감독은 극강의 현실성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근사한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