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과 낚시를 소일거리 삼아 하루하루를 전전하는 한심한 백수 청년, 성기. 다소 거친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을 한 조인성은 이름 모를 외계 괴물과 싸우는 <호프>에서 맹렬하고 화려한 액션을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특히 이야기 중·후반부, 한쪽 다리는 말에 묶이고 다른 쪽 다리는 자동차에 잡힌 채 앞으로 달려나가는 고난도 액션은 스턴트 배우 없이 조인성이 직접 시연한 것이다. 심지어 실제 그 상황 그대로 현실에 재현하면서. “우리 영화는 더미가 없다. 한쪽 발을 말에 올리고 또 다른 발은 자동차에 붙잡힌 채 양쪽의 속도를 맞춰 전진한다. 말은 상당히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에 속도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했다. 가령 이런 방식이다. 말이 지금 달리는 방식이 몇 킬로미터인지 확인하고 그다음 자동차의 속도를 조율한다.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예민하게 준비하고 대비했던 신이다. 심지어 마지막엔 거의 45여분을 말을 타지 않나. (웃음) 촬영 기간만 해도 쉽지 않았다.”
성기는 동네 패거리의 우두머리로서 어른들이 한심하게 보더라도 스스로는 자기만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장착하고 있다.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이 동네에서 범석(황정민)은 권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성기는 이렇다 할 직업이 없다. 그렇지만 시골 문화에서는 이웃이 도와달라고 하면 가서 도와주고, 농사일을 했다가 어촌 일을 했다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 대도시처럼 특정한 직업이 없어도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데 문제가 전혀 없던 시절이다. 물론 <호프>는 시대 배경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기를 이해하면 좋겠다.”
정면에서 총구를 겨누며 싸우던 이가 마침내 크리처를 일대일로 마주한 순간, 모든 것이 멈추면서 공포심이 흘러나온다. 숲속에서 홀로 괴물을 만난 조인성은 오직 눈으로 현실감 높은 압박감을 생생히 그려낸다. “대상이 등장했을 때의 공포감도 있지만, 오히려 그 대상이 없을 때 분위기와 배우의 얼굴만으로 서스펜스를 이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공포심이 인다. 오직 배우의 몸을 통해 그 두려움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 장면의 테이크를 정말 많이 갔다. 나홍진 감독님의 디렉션도 무척 세밀했다. ‘긴장감을 올려주세요! 긴장감! 긴장감!’ 이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웃음)” 나홍진 감독의 집착적인 디테일 사랑은 배우들을 힘겹게 하면서도 시야를 넓히는 경험이 되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좋다. 끝까지 해본 기분이거든. 그때 비로소 안정감이 온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다는 안정감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타협을 하면 현재는 좋을 수 있지만 불안하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나홍진 감독님의 기본 무드가 이 모든 것을 알려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