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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람을 가르며 나타난 구원자 - <호프> 배우 정호연

사진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칸영화제에서는 작품 분위기에 따라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에도 박수갈채가 흘러나온다고 하지만 정적이고 차분한 작품이 많은 올해 칸 경쟁부문에서는 도통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장관을 처음 일궈낸 것이 <호프>였고, 그중에서도 첫 박수갈채의 주인공은 정호연이었다.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모든 전투를 무력화하는 실체 앞에서 희망 없음이 수문 열리듯 쏟아질 때, 먼지 휘날리는 드리프트로 낙관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성애. 정호연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순간이었다. “다음 장면에 내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 부끄러운 마음에 온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일순간 숨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박수가 터져나오더라.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던 응원을 받는 느낌이었다. 나, 계속 배우해도 되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출장 소장 범석(황정민)의 후배 순경인 성애는 그를 대신해 자주 운전대를 잡는다(실제로 정호연은 <호프>를 위해 수동 면허를 땄다. 단 한번에 시험에 통과했다고). 이때 주변을 난타하는 많은 소음을 뚫고 정호연은 고성으로 대사를 외친다. 이에 따라 성대 상태를 해치지 않는 높은 음높이를 설정하면서도 명확하게 대사를 전달해야 하는 복잡한 미션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정호연은 리딩 단계에서 나홍진 감독과 여러 음높이를 실험해봤다. 정호연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부터 차례로 한톤씩 내려가면서. “처음에는 목이 많이 쉬었는데 성대도 근육이라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목 관리를 위해 자기 전엔 반드시 수건을 감고 자고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바로 약을 복용했다.” 실제로 정호연은 성애가 되기 위해 다양한 훈련으로 신체적 변화를 더했다. 소총을 난사하는 성애의 파괴적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자 근육량을 4kg 증량했고, 총기 훈련을 거듭했다. “옛날에 어떤 배우가 이런 말을 했다. 할 게 많은 연기가 더 재미있는 거라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호프>를 통해 깨달았다. 준비할 게 너무 많아 두려웠지만 동시에 충만해지는 경험이었다. 촬영장에서 에너지를 쓰고 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충전되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믿음’이다. 작품에 대한 믿음, 동료 배우들에 대한 믿음, 홍경표 촬영감독 등 베테랑 스태프들에 대한 믿음.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을 향한 믿음은 그를 이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그리하여 성애가 제대로 고군분투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편의 시나리오를 10여년 동안 써오셨다. 프리프로덕션에만 2년의 시간을 쏟아부었고. 나는 나홍진 감독님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현장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더 세심하고 섬세하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신다. 이런 촘촘한 틀 안에서 믿음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