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필름마켓인 칸영화제 ‘마르셰 뒤 필름’(Marche du Film)에서 한국 신인감독 3인(양익준, 문신우, 정주원)이 공동제작한 국내 최초 풀 AI 장편영화 <라파엘>이 공개됐다. 지난 5월18일 클링 AI 공식 콘퍼런스 ‘From Creative Possibility to Production Reality: Kling AI in Cinematic Workflows’에 참여한 양익준 감독은 피칭과 더불어 5분여 길이의 <라파엘>푸티지 영상을 선보였다. 감독 3인은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고 MBC C&I가 운영한 ‘뉴미디어 신기술랩’에서 처음 만나, 장기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마테오AI스튜디오를 법인으로 설립했다. 이후 2025년 2월부터 <라파엘>을 처음 기획하고 8월부터 약 9개월간 제작을 이어왔다. 시간 단축이라는 AI의 기능적 장점을 생각할 때 짧지 않은 기간이다. 하지만 이는 비효율이 아니라 내밀한 공들임의 결과다. 칸영화제를 찾은 양익준 감독은 “AI 기술을 통해 단순히 빠르고 쉽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시네마 경험을 줄 수 있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초기 목표를 설명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인물의 일관성이다. 장면마다 안정적인 디테일을 잡기 위해 AI로 작업한 뒤 포토숍을 활용하여 톤 앤드 매너를 일관되게 조정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완성할 수 있는 장면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9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다. 그럼에도 AI 기술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인력을 확실히 효율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과 비주얼을 극영화로 촬영했다면 스태프만 300여명이 필요했을 것이고, 제작비도 700만달러를 훌쩍 넘었을 것이다.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라파엘>의 이야기는 철학적 주제로 출발한다. 머지않은 미래, 독재자의 젊은 시절을 본떠 만든 전쟁용 안드로이드 라파엘은 조금씩 신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적이지 않은 냉혈한 존재가 가장 인간적인 영역으로 발을 들이는 것이다. AI도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죽음이라는 개념이 AI에게도 적용되는 것일까. 이렇듯 라파엘은 철학적이고 첨예한 질문을 관객에게 건넬 예정이다. “<라파엘>은 올해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테오AI스튜디오와 공동제작한 MBC C&I가 배급을 도맡는다. 이번 필름마켓 콘퍼런스에서는 클링과 협업하며 해외 배급사를 모색 중이다. 80분 분량의 AI 100% 장편영화가 이뤄낸 시네마다움을 많은 관객이 직접 경험하길 바란다. AI가 얼마나 디테일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 그 지점을 들여다봐주면 좋겠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사 기반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실성 높은 비주얼의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AI 장르를 특화시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