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영화 책 서가의 뉴페이스들이 첫 책을 들고 등장했다. 그중 서둘러 <호프> 비평집을 내놓는 박력을 갖춘 디깅룸, 사명에서부터 영화를 향한 애정이 드러나는 공드리, 서점 품은 출판사로서 지역성까지 고려 중인 이스트씨네 에디션 973에 주목해 각사의 포부와 바람을 들었다.
공통 질문
➀출판사를 시작한 이유와 지향은?
➁현재 대표 도서는?
➂출간 예정 도서는?
백지윤 디깅룸 대표
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모 출판사에서 일하며 드문드문 영화 관련 책을 기획, 편집했다. 영화 관련 텍스트를 본격적으로 찾아 읽기 시작한 건 남다은 평론가의 홍상수 비평을 접한 후부터다. 그때부터 작가·작품 비평뿐 아니라 영화 이론, 영화 문화에 관한 텍스트에 흥미가 생겼고, 영화 감상이라는 일회적 경험 바깥에서 생산되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내고 싶어졌다. 출판뿐 아니라 제작, 배급, 상영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영화 문화를 만들어가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디깅룸의 가능성을 봤다.
➁ 첫 책 <고다르처럼 보기: 열다섯 가지 가르침과 엽서 게임>은 독자에게 이미지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길 권하는 책이다. “20세기 이미지에 대한 고전으로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가 있다면, 21세기에는 <고다르처럼 보기>가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내가 번역한 책이기도 한데, 작업하면서 임재철 선생님 생각을 많이 했다. 선생님과 직접적인 연은 없지만 이모션북스가 없었다면 디깅룸은 시작할 생각조차 못했을 테다.
➂ 8월7일부터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비평집 <호프 끝장> 북펀드를 시작한다. 호평하는 쪽이든 혹평하는 쪽이든 뭔가 말하고 싶게 하는 <호프>의 독특함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탐구할 수 있는 책이다. 멋진 기획진 덕분에 사흘 만에 필진과 테마를 확정하는 기묘한 체험을 했다.
김진겸 공드리 대표
➀ 출판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오래 해왔다.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중 공드리의 첫 책이 된 <퍼펙트 데이즈 다이어리>의 일본어 원서를 접했다.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이 책을 직접 출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출판사를 시작했다. 창작을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든 아닌 사람에게든 좋은 자극을 주는 감독 미셸 공드리의 이름에서 사명을 따왔다. 우리 책도 영화, 책, 음악 등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길 바란다.
➁ <퍼펙트 데이즈 다이어리>는 빔 벤더스 감독이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특정한 작품에 관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협업하는 창작자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퍼펙트 데이즈>로부터 영감을 받은 한국 소설가들의 초단편 앤솔러지 <안도 조각>도 함께 출간했다.
➂ 아직 개봉하지 않은 일본영화를 다룬 책의 판권 계약을 추진 중이다. 국내 개봉 시기에 맞춰 공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퍼펙트 데이즈 다이어리>의 정서와 유사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승희 이스트씨네 에디션 973 대표
➀ 정동진에서 영화 서점 이스트씨네를 운영한 지도 6년차에 접어들었다. 이 공간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손님들이 자주 해와 우리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마침 이미화 작가의 에세이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가 절판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좋아하는 책을 개정판으로 출간하고 싶어 용기를 냈다.
➁ 10년 넘게 영화 치료 작업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두권의 워크북을 준비했다. <Every Morning, Daily Movie>는 365편의 영화 속 대사에서 따온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Notes on a Scene>은 1년간 52편의 영화를 기록할 수 있게 꾸렸다. 이미화 작가의 책은 <그럼에도 삶은 늘 영화 같아서>라는 새 제목으로 복간한다.
➂ 이스트씨네는 ‘영화로운 스테이’를 겸하고 있다. 내가 찍은 사진과 스테이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엮은 에세이집도 기획 중이다. 강릉에서 카라멜서프하우스를 운영 중인 대표님의 서핑 일기도 계획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스트씨네와 협업한 여성감독네트워크 소속 감독님들의 인터뷰집도 만들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