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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쌍끌이 흥행이 더는 불가능하다 - 네 가지 관점으로 보는 2026년➋ 한국영화계의 승자독식 구조의 한계와 마주한 2026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고르게 받을 순 없을까. 2026년 설 연휴 성수기를 노리고 세편의 한국영화가 개봉했다. 2월4일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 한주 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와 김태용 감독의 <넘버원>이 관객을 만났다. 그리고 결과는 누구나 다 알 듯, <왕과 사는 남자> 의 성공이었다. 약 1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왕과 사는 남자>가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오르는 동안 <휴민트>의 관객수는 400만여명에 그쳤다. <넘버원>의 관객수는 27만여명으로 마무리되었다. 격차가 크다.

이는 극장들이 흥행 기조가 엿보이는 <왕과 사는 남자>에 상영 회차를 몰아준 결과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후 2개월간 <왕과 사는 남자>의 상영 점유율은 평균 47.5%였고, 최대 62.1%를 기록했다. 전체 영화 상영 회차에서 해당 영화의 회차가 얼마인지 평균을 낸 상영 점유율은 스크린독과점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지표다. 반면 개봉 2개월간 <휴민트>의 상영 점유율 평균은 9.34%였고, 개봉 한달 후인 3월 중순엔 1%대로까지 떨어졌다.

멀티플렉스의 독과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강력한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급속도로 장한 OTT다. 개봉 초기 스크린 몰아주기의 혜택을 받지 못한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는 극장 수익만으로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하기 어렵기에 OTT 판매를 통해 투자금을 만회하려 한다. 그러면서 OTT 공개 시점이 앞당겨지고, 사정은 더 복잡해진다. 상영 점유율이 개봉 한달 만에 급속도로 하락한 <휴민트>는 개봉 50일 만인 지난 4월1일 넷플릭스에 작품을 공개했다. 이렇게 되면 관객이 <휴민트>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갈 동기가 더 약해진다. 악순환이다.

과거 극장가에는 ‘쌍끌이 흥행’이란 말이 있었다. 두 주체가 어떤 상황이나 분야를 함께 이끄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활용해 두편의 영화가 모두 흥행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2009년 여름 시장에 나란히 개봉했던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와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주일 차이를 두고 개봉한 <해운대>와 <국가대표>는 각각 관객수 1100만여명, 850만여명을 기록하며 나란히 흥행했다. 두 영화의 작품성에 관한 평가는 차치하고 현재 한국영화계는 이와 같은 쌍끌이 흥행이 나올 수 있는 구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한 관람 문화와 OTT라는 변수는 한국영화계의 고질적 문제인 스크린독과점을 가속화한다.

<바비>

<오펜하이머>

2023년 7월21일 북미 극장가에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개봉했다. 전자가 페미니즘을 대중적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라면, 후자는 핵무기를 개발한 과학자의 고뇌를 무겁게 다룬 작품이었다. 두 영화의 색채가 너무나 달라 온라인에는 두 작품의 제목을 섞은 ‘바벤하이머’라는 밈이 탄생했고 어떤 영화를 먼저 관람할 것인가에 관해 논하는 게 일종의 농담이 되었다. 그 결과 <바비>의 북미 시장에서 6억3천만달러(약 9천억원)를 벌어들였고, <오펜하이머>는 3억3천만달러(약 4600억원) 수익을 기록했다. 코로나도 OTT도 모두 한국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지만 미국 극장가가 서로 다른 성격의 영화가 함께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토양과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한국영화계가 분명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