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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체험이 된 영화, 특수관 쏠림과 밀려나는 ‘보통 관람’ - 네 가지 관점으로 보는 2026년➍ 특수관이 도약한 2026년, 평평한 극장은 종말을 앞두고 있는가

<오디세이> 개봉을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이른바 ‘용아맥’의 명당 좌석을 정가의 5배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회당 624석, 하루 6회차가 예매 가능한 마지막 날짜까지 전석 매진된 결과다. 영화 티켓이 콘서트 티켓처럼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이 풍경은, 2026년 상반기 극장가에서 유일하게 작동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주의, 쌍끌이 흥행, 밈을 통한 상호작용마저 실패한 자리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영화가 아니라 극장이라는 공간의 체험이다. 바야흐로 관람 환경, 그러니까 포맷을 고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아이맥스, 스크린X, 돌비시네마, 4DX로 상징되는 특수관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극장이 찾아낸 생존 공식이지만, 그 공식은 특수관에 최적화되지 않은 대부분의 한국영화를 극장 바깥으로 밀어내는 중이다. 과거 승자독식이 ‘어떤 영화가 스크린을 차지하는가’의 문제였다면, 특수관 쏠림은 ‘어떤 영화가 극장에 갈 이유를 갖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관문이 하나 더 생겼다는 의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상반기 극장 매출은 5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9% 늘어 팬데믹 이전의 94.2% 수준까지 회복했다. 아이맥스, 4DX, 스크린X, 돌비 시네마를 아우르는 특수상영 매출은 457억원으로 그보다 가파른 56.3%의 증가율을 보였고, 아이맥스만 떼어봐도 48.7% 늘어난 195억원이었다. 아직 전체 매출의 7.9%에 불과하지만 극장의 회복에 특수관의 견인효과가 크게 작동한 것은 분명하다. 가령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경우 관객 5명 중 1명이 특수관을 찾았는데, 비슷한 290만명대 관객을 모은 <토이 스토리 5>보다 약 28억원 많은 매출을 남겼다. 같은 수의 관객이 극장에 들어가도 어떤 상영관에 앉느냐에 따라 산업의 성적표가 달라지는 것이다. 천만 영화라는 익숙한 단위, 관객수라는 오랜 흥행 지표가 산업의 실질과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쏠림은 극장 관람 방식의 변화로 연결된다. 7월 말부터 열흘 남짓한 여름 성수기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약 955만명으로 2019년 이후 최고치였는데, 그 열기의 중심에 특수관이 있었다. 특수관 티켓은 일반관보다 30%가량 비싼 2만원대지만, 이 기간 특수관 좌석 점유율은 70~80%에 달했다. <오디세이>는 개봉일의 특수관 좌석 점유율이 80%인 반면 일반관은 40%에 그쳤다. 아낄 때 아끼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경험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심리는 코로나 직후에는 전반적인 관객 감소의 극장의 축소로 이어졌지만, 이에 대한 타개책 중 하나로 특수관이 부각되며 이젠 체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좌석에 등급이 생기고, 회차에 희소성이 붙고, 명당이 리셀되는 곳. 극장은 영화를 보는 곳에서 공연장과 테마파크를 닮은 체험의 공간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관객은 <오디세이>에서 크리스토퍼 놀런의 작가적 세계관이 아니라 ‘172분 전체를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찍은 최초의 장편’이라는 사양을 소비하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아예 ‘숏 포 스크린X’를 정체성으로 내건다. 감독의 인장이 앉아 있던 자리에촬영 포맷의 인장이 들어선 것이다. 작가의 서명이 힘을 잃은 시대,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는 마지막 서명은 스크린의 크기와 좌석의 진동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부의 성공이 극장 산업의 부활이라기보다는 축소에 가까운 변화라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특수 상영은 아직 소수의 시장이다. 전국에 몇 없는 특수관이 극장 체험의 ‘진품’이 되는 순간, 나머지 대다수의 평평한 일반관은 OTT의 대기실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홀드백이 점차 줄어든 시대에 일반관에 걸린 영화는 두달 남짓 기다리면 거실로 오지만 용아맥의 70mm는 아무리 기다려도 집으로 오지 않는다. 극장에 가야 할 이유가 영화에서 좌석으로 옮겨간 것이야말로 특수관 시대의 또 다른 얼굴이다.

<지난 여름>

한때는 모든 극장이 특별했다. 나는 거의 모든 영화가 보는 것보다는 겪는 쪽에 가깝다고 믿는다. 특수관이 아니더라도 극장은 우리에게 관람을 강제하고, 집중시키는 이벤트의 공간이기도 하다. 90분을 견뎌야 10분의 폭발을 만나는 모종의 예술영화들은 극장 관람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극장(만이 주는) 체험’이라는 표현은 좀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좀더 특별한’ 것을 갈구하는 시대 앞에서 극장들은 ‘물리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생존의 돌파구를 모색 중이지만 모든 극장이 롤러코스터만 배치된 테마파크가 될 순 없다. 어떤 곳은 정반대로 미술관 혹은 도서관처럼 고요한 집중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최승우 감독의 <지난 여름>처럼 (기술적으로)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방식으로 시간을 포착한 영화들,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내야만 다가오는 영화들, 이른바 ‘보통 영화’들이 관객과 작가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찾아나갈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