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은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을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해당 사건에 관한 공식 발표로 설명되지 않는 역사의 빈틈과 정황을 형사 철구(유해진), 동성일보 기자 재환(박해일)과 영일(이민호)이 감시의 눈을 피해 긴밀히 수사해나가기 시작한다. 사건 현장의 단서는 사라졌고, 관계자들의 증언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며, 권력은 침묵을 강요한다. 그 속에서도 철구와 재환, 영일을 비롯한 시대의 목격자들은 질문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의 질문, 진실을 향한 집념은 결과적으로 무엇을 가리키게 될까. <암살자(들)>을 함께 만들어간 허진호 감독, 배우 박해일·이민호 인터뷰와 리뷰를 전한다.
1974년 8월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이 전국에 생중계된다. 돌연 객석의 한 남자가 단상을 향해 뛰쳐나오며 총구를 겨누고 현장에서 영부인이 저격당한다. 용의자는 문태광(박정민). 재일교포 2세인 그가 일찍이 총을 숨겨 김포국제공항, 광복절 기념식장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문태광의 자백을 기반으로 정부는 사건을 종결하려 한다. 그러나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철구, 경축식에 참가한 동성일보 사회부 기자 영일, 신문사 TV를 통해 경축식을 지켜본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재환은 의문을 표한다. 철구에 따르면 일종의 출입증인 비표 없이도 대통령 경호팀은 문태광을 출입시키라 지시했으며 영일은 문태광이 제압당한 후에도 또 한발의 총성을 들었고, 문태광의 위치에선 저격이 어려운 고등학생 최승화(최유리)의 희생까지 목격했다. 감식계장 현도(박지환) 또한 현장의 증거가 조작됐음을 직감하나 “우리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며 물러난다. 해임될 위기에 처한 철구와 상황을 좌시할 수 없었던 재환, 영일, 그들의 일부 동료 기자들만이 감춰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한다.
중반부까지 추리극의 형식을 차용한 <암살자(들)>은 형사와 기자, 두 루트로 나눠 취재와 수사를 이어간다. 철구가 감식 결과를 확인하는 등 형사의 영역 안에서 사건에 접근한다면 재환과 영일은 취재원을 만나고 외신 보도를 체크하는 등 기자로서의 책무를 다한다. 세 주인공의 구도도 흥미롭다. 형사와 기자의 정석에 가까운 철구, 재환과 달리 영일은 정석의 궤도를 살짝 벗어나 예외성을 띤다. 그는 문태광에 관한 취재를 일본까지 날아가 감행하는 등 무모한 행동대장을 자처한다. 반대로 재환은 상황을 총괄한다. 철구와 영일이 찾은 증거를 취합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고, 기사로 대응하는 식이다. 주로 정보원으로 활용되거나 주변부에 머무르던 기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권력에 날카로운 글과 말로 맞서는 <암살자(들)>의 구도는 특기할 만하다. 더불어 벅차오르는 인물들의 감정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방식은 허진호 감독의 전작들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연출이기도 하다.
<암살자(들)>은 철구, 재환, 영일의 취재를 바탕으로 하나의 가정을 도출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며 정답이라고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의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정의를 수호하고 취재·보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이들에게 끝까지 초점을 맞춘다. 공식적인 기록에 남진 않았을지라도 재환, 철구, 영일처럼 역사의 이면에 주목한 이들이 존재했을지 모른다. 감추려 할지라도 끝내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이들의 태도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주목해야 할 이 장면
<암살자(들)>의 클라이맥스는 저격 사건이 벌어지는 광복절 기념식 신, 자유언론실천선언 신이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수사망을 좁혀가던 철구가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고 앞서간 누군가를 바삐 좇을 때다. 철구와 상대가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 건물 내 한 학원의 수강생들이 타자기 치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섞여든다. “당시 학원에서 타자기를 많이들 배웠다. 그 상황을 과장해 철구의 추격 신을 소리와 이미지로, 영화적으로 찍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허진호) 상대의 신원을 파악하기 직전,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조명 빛이 철구 앞에 쏟아진다. “빛과 함께 ‘조용히 삽시다’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계속 의심만 하던 무언가를 마침내 철구가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허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