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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욕망과 행운의 사이에서,당신의 선택은? - <타짜: 벨제붑의 노래> 최국희 감독

누군가는 좋은 패를 타고나고, 누군가는 가진 것 없이 승부에 뛰어든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서로 다른 출발선에 놓인 두 친구 장태영(변요한)과 박태영(노재원)의 욕망을 포커판 위에 펼쳐놓는다. 최국희 감독은 원작 만화 <타짜>의 장점을 출발 삼아 홀덤 플레이의 디테일을 현실성 높게 설계하고, 도박판에서 오가는 미세한 심리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장태영의 행운과 박태영의 결핍,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승부는 결국 인간을 바라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두 사람이 다른 속도로 달려나가는 러닝 트랙을 시각화한 영화는 경쾌한 리듬으로 관객이 기분 좋게 영화에 올라탈 수 있도록 돕는다. 승부의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행운과 선택, 질투와 상처를 세공한 최국희 감독과 긴 대화를 나누었다.

-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원작 만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가장 큰 미션으로 삼았다고 했다. 기존 <타짜> 시리즈와 달리 포커를 활용했는데, 이 작품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무엇이었나.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원작 만화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다만 도박의 종류가 달랐다. 홀덤은 최근 세계적으로 멘털 스포츠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해외에는 공격적인 베팅을 하는 사람과 수비적인 베팅을 하는 사람 중 누가 우위에 있는지 논문이 있을 정도로 포커 이론이 많이 축적돼 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판을 프로 포커 선수들과 함께 디자인했고, 베팅 액수뿐 아니라 인물마다 베팅하는 성향까지 하나하나 정했다. 사사키(이하라 쓰요시)는 공격적인 베팅을 하고, 타오 회장(홍다오)은 밸런스 있는 베팅을 하는 식이다. 홀덤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디테일한 재미를 주고, 모르는 사람들도 누가 이기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 홀덤을 모르는 관객까지 고려해 인물의 얼굴을 활용한 연출도 중요했을 것 같다. 특히 ‘멘털 스포츠’인 포커의 특성을 어떻게 화면에 담으려 했나.

포커는 결국 수싸움이고 멘털 스포츠다. 어떤 마음으로 베팅하고 상대를 대하는지 얼굴에 미세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클로즈업을 정말 많이 활용했다. 이 사람이 이겼는지 졌는지, 지금 어떤 갈등을 하고 있는지를 포커를 모르는 사람도 배우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그걸 정말 잘 표현해줬다. 사실 나는 배우들에게 큰 틀로만 이야기하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제약하는 게 싫다. 시나리오라는 합의 안에서 배우들이 자유로워질 때 예상하지 못한 것, 더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모든 도박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었고, 배우들이 준비를 잘해줘서 한두 테이크 만에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집중력과 에너지는 롱테이크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배우에 대한 신뢰가, 특히 박태영과 장태영의 캐스팅에서도 드러난다. 변요한노재원 두 배우 모두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했나.

박태영은 원작 만화의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만화를 보다 보면 박태영 위로 노재원 배우의 얼굴이 슬그머니 겹친다. 물론 박태영 캐릭터의 특성상 연기를 무척 잘하는 배우여야만 했다. 노재원 배우에게는 섭외 이유로 원작 이미지와 겹쳐서라고 알려주진 않았다. 그냥 “네가 연기를 잘하니까”라고만. (웃음) 장태영은 사랑받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어야 했다. 변요한 배우도 원작과 매칭이 잘됐다. 잘생겼지만 소년미도 있고 성숙해 보이기도 하는 등 얼굴의 변화가 많아서 장태영을 표현하기에 맞춤이었다.

- 박태영을 처음부터 악한 인물로 밀어붙이지 않고 청소년기의 결핍과 불행을 보여준 것도 입체적인 맥락으로 읽힌다. 감독이 생각한 박태영은 어떤 빌런인가.

누구나 시기와 질투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물론 박태영은 계속 안 좋은 선택을 하지만, 나는 태어날 때부터 빌런인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빌런’처럼 보이길 원했다. 박태영에게는 엄마라는 불행의 원인이 있고, 그 안에서 억눌린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여러 미술적 장치로 표현했다. 원작에는 박태영의 발 페티시가 나오는데, 여자의 발을 보고 선택한다는 설정이다. 엄마의 코끼리 다리와 연결해서 애정결핍을 표현한 장치다. 단연 그로테스크하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박태영이 안타까운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다.

- 이번 작품에서는 장태영을 행운의 캐릭터로 두고 욕망과 행운을 연결한다. 욕망과 행운. 도박이라는 소재에서 두 단어는 어떤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했나.

장태영은 행운의 캐릭터다. 도박은 실력으로 승부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좋은 패를 받는 건 결국 행운이다. 도박하는 사람들이 행운을 통해 한탕하려는 심리도 강하고. 욕망과 행운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같다.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될 걸 알면서도 산다. 결국 행운이라는 가능성이 욕망을 움직이는 거니까.

- <스플릿> <국가부도의 날> <타짜: 벨제붑의 노래>까지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승부와 선택’이라는 키워드가 반복된다는 인상이다. 이런 소재에 끌리는 이유가 있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영화를 고를 때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 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안 해본 것이 나를 움직이는 편에 가깝다. 영화 한편에 거의 1년을 쏟아붓는데 그렇게 긴 작업을 하면서 전에 했던 것과 비슷한 걸 또 하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영역, 새로운 장르를 찾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 도박을 했으니 이제 도박은 못할 것 같다. (웃음)

- 영화가 장태영과 박태영을 모두 소중히 여긴다. 어떤 인물도 주인공과 빌런으로만 고정시키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편집 과정이 가장 어려웠을 듯하다.

분량을 줄이는 데 상당히 고생했다. 도박판을 디테일하게 설계해서 찍었는데 세판을 두판이나 한판으로 줄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위해 수많은 스태프들이 연결을 맞추고 배우들도 순서에 맞춰 베팅 액수를 전부 외웠다. 그렇게 많은 정성을 쏟은 것들을 편집하면서 덜어내야 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영화는 결국 관객에게 보여주는 작품이니까.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성인용 액션드라마라는 장르적 색깔이 확실한 만큼, <타짜> 시리즈의 흐름을 기대하고 오는 분들의 욕구는 충분히 채워드릴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