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코리아의 개국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킹덤>이다. 2019년 1월25일 공개된 이 6부작 시리즈가 이후 넷플릭스 콘텐츠를 포함해 OTT 기반 시리즈 산업의 초석을 닦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경은 조선시대다. 왕이 쓰러진지 한참이 지났으나, 왕이 있는 궁엔 누구도 들어설 수 없다. 다만 왕세자 이창(주지훈)은 좀비가 된 왕의 정체를 조금씩 파헤치며 전국을 둘러싼 위기를 감지한다. 넷플릭스 코리아 10주년을 기점으로 하여 <킹덤> 시리즈가 어떻게 새 시대의 감각을 일깨우며 우리를 넷플릭스 앞 정주행 좀비로 만들었는지 살필 때다. 몰아보기를 위한 전편 동시 공개, 6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장르의 혼합 등다양한 넷플릭스 시리즈의 토대가 <킹덤>에서 다져졌다.
KEY 1 - 시즌제의 도입, 이야기에 맞춘 러닝타임
<킹덤>은 시즌1 공개 이전부터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기존 영상산업 생태계의 방송드라마 체계에선 어려웠던 일이다. 방송드라마는 매 에피소드의 시청률이 방영 직후 공개되며 콘텐츠에 대한 양적 피드백이 우선시되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 코리아는 단기간의 인기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품의 질을 판단하고 다음 시즌을 계획할 수있는 생태를 조성했다. 이후 <킹덤>은 시즌1과 시즌2 이후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2021)까지 제작하며 IP 확장의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시즌제 도입은 작품의 압축적인 완성도에도 도움을 줬다. 기존 방송드라마는 한 회당 러닝타임이 기본 1시간이었다. 관습화된 방송 편성표와 광고 수익 구조에 맞춘 조건이었다. 방송드라마의 기본적인 대본 양은 A4 45쪽 내외였지만, <킹덤>은 넷플릭스 방침에 따라 27~28쪽 수준으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실제로 <킹덤> 시즌1의 러닝타임은 모두 60분 안쪽으로, 짧게는 43분까지 압축되어 있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는 “사실은 8부작으로 기획했다가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줄였다. 8부씩 두번에 나눠 16부로 기획하기보다는 6부작이 밀도가 높을 거라는 판단”(<씨네21> 1192호 “<킹덤> 김은희 작가-시대에 부합한다면 표현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이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정해진 방송 시간에 맞춰 이야기를 연장하지 않고 이야기의 본질에 맞춰 회차와 러닝타임, 시즌 수를 정하는 방식이 콘텐츠의 재미와도 직결된 것이다.
시즌제 제작과 몰아보기를 권유하는 방식은 소위 말하는 ‘떡밥’, 즉 한 에피소드의 마지막에서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클리프 행어’ 작법과도 잘어울렸다. 에피소드의 마지막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정주행을 하지 않고서는 참기 어려운 이야기를 꾸릴 수 있던 셈이다. 단지 다음 에피소드뿐 아니라 다음 시즌을 궁금하게 만드는 데에도 일조했다.
KEY 2 - 사전제작의 완성도, 영화적 규모의 정착
시즌제와 함께 이야기할 대목은 사전제작 시스템이다. <킹덤> 시리즈는 처음부터 100% 사전제작이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충분한 프리프로덕션(본격적인 촬영 전 작품 대본, 기획, 세트 등을 준비하는 기간)을 거칠 수 있었다. 제작진의 역량과 제작 규모 역시 영화산업과 융합했다. <끝까지 간다> <터널> 등을 만든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제작진에도 <최종병기 활>의 김태성 촬영감독, <터널>의 이후경 미술감독 등 영화 인력들이 대거 참여했다.
<킹덤>은 전체 러닝타임을 4K 화질 이상으로, 특정 시퀀스는 8K 화질로 촬영한 특별 사례로 기록됐다. 김성훈 감독은 “아직 4K TV가 대중화하지 않아서 많은 시청자가 이런 쾌감을 느끼기는 힘들 테고, 스마트폰으로 볼 텐데 왜 굳이 4K로 찍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중략)…10년 후에 이런 TV가 가격이 떨어지고 보다 대중화됐을 즈음 그때 봐도 <킹덤>의 화질은 부끄럽지 않을 것”(<씨네21> 1192호 “<킹덤> 김성훈 감독 - 10년 후에도 <킹덤>의 화질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즉 <킹덤> 시리즈는 단순히 제작비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인력, 연출 의도 측면에서도 기존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든 사례다.
KEY 3 - 장르의 혼용, 생존이라는 핵심
<킹덤>은 완전한 하이브리드 장르다. 시대극에 기반한 좀비물이면서 그 속에는 재난물, 정치극, 로드무비 등 다양한 장르적 기호가 섞여 있다. 왕조와 고관의 무능함과 민중의 생존 노력을 대비하는 일종의 계급적 우화로도 읽힌다. 이후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지옥> 등 넷플릭스 코리아 대표작들은 학원물, 크리처물, 서바이벌 게임, 종교 서사에 기반한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혼합하며 K콘텐츠의 부흥을 이어갔다.
여기서 중핵은 ‘생존’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두드러지는 인물은 궁정의 고관대작들이 아니라, 위기를 직접 마주하고 해결하는 서비(배두나)나 영신(김성규) 등이었다. “좀비나 초자연적인 괴물, 빈부격차, 개인적인 빚 등 무엇을 소재로 다루든 ‘생존 서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윤현선, 이종수, ‘초국가적 텔레비전의 장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사례’, <텔레비전 & 뉴미디어>, 2025)이다. 주어진 어려움 속에서 생의 길을 찾으려는 이들이 작품의 주역으로 자리한 것이 K콘텐츠를 관통하는 핵심이며, 이 경향의 씨앗이 <킹덤>에서 뿌려졌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