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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화면 밖으로 나온 한국 - 넷플릭스 투어리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서울부터 <폭싹 속았수다> 속 제주도까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투어리즘은 넷플릭스 작품이 실제 여행이나 방문 행동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작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곳을 찾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나 시리즈에 나온 음식을 현지에서 먹어보거나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러 가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 현상은 여러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2025년 6월20일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던 7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6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3월7일부터 28일까지 순차 공개한 <폭싹 속았수다>의 경우 제주 김녕해수욕장의 차량 도착 수가 1~2월 2442대에서 3~4월 4775대로 약 96% 증가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1 방영 기간에 출연자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예약률도 평균 148%가 증가했다. 변화는 특정 장소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방한객은 약 47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가 늘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을 꼽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불러낸 한국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투어리즘에 관한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누적 5억뷰 이상으로 역대 넷플릭스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운 <케이팝 데몬 헌터스>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작품 공개 직후인 6월20일 ‘한국’ 검색량은 이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고, 8월17일부터 일주일간의 검색량은 2022년 말 이후 약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Korea Food’ 검색량 역시 작품 공개 이후 75%가 증가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작품이 다루는 소재와 인물들의 생활상이 해외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국에 시선이 쏠리게 했다. 관심이 실제 방문으로 이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수치도 있다. 여행 사이트 트립닷컴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직후인 6월20일부터 8월31일까지 한국행 항공권 예약률을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스페인발 146%, 독일발 122%, 이탈리아발 107%, 러시아발 94%, 스위스발 75%가 늘었고 유럽 전체로는 79%가 증가했다. 기존 한류 관광 수요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돼왔 다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에는 유럽에 서도 한국행 수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이후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관심은 어디로, 무엇으로 향했을까. 글로벌 교통·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이 2025년 6월20일부터 8월10일까지의 예약을 직전 두달과 비교한 결과, K팝 아이돌 스타일링 체험은 200%, K팝 댄스 클래스는 40%가 증가했다. 수건 모자 등을 활용한 세신 체험도 11% 증가했는데, 극 중 목욕탕 장면이 등장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관광 애플리케이션인 크리에이트 립에서는 같은 해 6월20일부터 7월19일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한복 체험 거래액이 30% 이상 증가했는데, 사자보이즈가 입은 저승사자 스타일의 검은 한복과 갓끈을 찾는 사람이 특히 많았다. 북촌한옥마을, 남산서울타워, 낙산공원, 뚝섬한강공원 등 작품에 등장한 명소의 SNS 언급량도 두배 이상 늘었다. 흥미로운 결과는 작품 속 ‘Han의원’과 외관이 닮은 서울한 방진흥센터를 찾은 외국인이 1월 451명에서 7월 1856명으로 네배 넘게 늘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찾아보고 경험하려는 욕구가 실제 방문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새로운 것, 오래된 것을 깨우다

<폭싹 속았수다>

관심은 전통과 역사로 흘러가고 있다. 티맵모빌리티의 2025년 7~8월 주행 데이터 에서 박물관·기념관·사찰로 향하는 이동 경로 검색량은 전년 대비 2.4배 늘었고, 특히 국립중 앙박물관은 122.7%가 증가했다. 엄채현 국립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7, 8월에 박물관 관람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유물에 대한 관심도가 확실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결과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이 2025년에 처음으로 연간 20만명을 넘어선 것”(엄채현)이다. “이후 2026 년 9월까지 33만명을 돌파해 전년 동기 대비약 93%가 증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복궁이나 국립현대미술관처럼 광화문 일대의 관광 동선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곳이 아니다. 이촌역까지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공간에 외국인 관람객이 늘었다는 건 한국을 알고 싶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까치 호랑이 배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뜻밖의 인기를 얻었다. “배지는 2024년부터 판매했다. 작품 공개 전까지는 한달에 약 30개가 팔리는 정도였는데 공개 이후에는 물량이 들어오는 대로 매진될 만큼 판매량이 늘었다. ‘뮷즈’(박물관(Museum)과 굿즈(Goods)를 결합한 용어)를 목적으로 박물관을 찾은 분들이 전시를 관람하는 선순환도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엄채현)

보는 데서 가는 데까지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투어리즘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와 넷플릭스가 2021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문화적 친밀도와 스크린 관광–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사례’)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장소를 접한 이후, 해당 국가를 최우선 여행지로 고려할 확률은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브라질,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 1만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넷플릭스 조사(‘넷플릭스 이펙트’)에서 한국 콘텐츠 시청자의 72%가 한국 방문 의향을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전 세계 4500개 이상의 도시와 지역에서 시리즈와 영화를 촬영해왔다. 넷플릭스 코리아의 작품에서도 서울, 부산, 제주, 전주, 강릉 등 한국의 다양한 지역을 볼 수 있었다. 10주년을 맞이한 넷플릭스 코리아는 앞으로도 한국의 곳곳을 작품의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전세계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을 화면으로 처음 만난 시청자가 실제 한국을 찾는 일은 더 잦아질 거라 기대한다.

한국을 찾아서

브라질 인플루언서 이키피 미도리.

한국 여행 전문 브라질 인플루언서 이키피 미도리는 2016년에 한국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다가 관광이 아닌 1년간의 한국 생활을 결심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한국이 여행 욕구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브라질의 많은 K드라마 팬에게 K드라마는 한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한국에 관한 매우 친밀한 이미지를 안긴다. 그래서 촬영지를 직접 찾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식 바비큐와 떡볶이, 라면, 치킨, 길거리 음식과 편의점 음식 등 드라마 속의 먹거리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한국에 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경복궁이다. 특정 드라마의 촬영지가 아니더라도 사극 속이미지와 겹쳐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걷는 일 역시 많은 팬이 꿈꾸는 경험이다.”

브라질 인플루언서 카로우 파르지니.

또 다른 브라질 인플루언서 카로우 파르지니는 2016년에 한국 드라마를 처음 접한 뒤드라마뿐 아니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 관심이 생겼다. “작품의 기술적 완성도와 장르의 다양성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회를 작품에 담아내는 방식이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그는 포르투갈어로 된 한국 문화 정보가 많지 않아 직접 관련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예상 밖으로 강한 반응을 얻는 콘텐츠는 드라마에서 다루는 실제 사건이나 사회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 콘텐츠다. “브라질 시청자들은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데그치지 않는다. 작품과 연관된 역사와 문화, 맥락까지 이해하고 싶어 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