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가자고 안 할게.” 오빠 지국(하성국)의 말에도 동생 지현(임유원)은 좀처럼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두 사람이 향하려는 곳은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고향 명안. 지현에게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2026년 2월27일, 영등포구에 자리한 한 병원 앞에서 진행된 <패밀리 바이 블러드>(가제) 1부 <패밀리>의 촬영 현장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남매의 불편한 대화가 한창이다. 간호사로 일하는 지현이 퇴근한 뒤 지국과 만나 함께 길을 떠나는 장면. 짧은 대화지만 오빠의 부탁 앞에서 지현은 복잡한 감정이 오간다.
<패밀리 바이 블러드>는 <미망>의 김태양 감독과 <화란>의 김창훈 감독이 각각 1부 <패밀리>와 2부 <블러드>를 연출하는 장편 앤솔러지 영화다. 배우 고경표와 강태우가 공동 설립한 제작사 필르머의 두 번째 작품으로, 두 감독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펼친다. 1부는 보도국 카메라맨 지국이 고향의 폐공장 사고를 취재하기 위해 간호사인 동생 지현과 함께 길을 떠나는 로드무비다.
이날은 김태양 감독 파트의 첫 촬영날이었다. 배우 하성국은 촬영 전날 동네 뒷산에 올라 머리를 비우고 목욕탕에 다녀왔다. 짧은 머리와 거친 인상으로 나타난 그는 “인물이 조금 야생적이고 날카로운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몇개월 동안 홀로 준비한 인물을 처음 카메라 앞에 세우는 순간인 만큼 기대도 컸다. “머릿속에만 있던 세상을 처음 맞닥뜨리면서 지국이 어떤 말투로 이야기하고 어떤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인지 비로소 정해지는 느낌이다. 지국은 무엇 보다 가족의 화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관객들이 지국을 보면서 자신은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반면 배우 임유원이 바라본 지현에게 가족은 쉽게 돌아갈 수도,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는 존재다. “지현에게 명안은 자신의 근원지이자 버림받은 곳이다. 그렇기에 두 남매에게 명안이라는 공간이 다시 언급되는 것도, 지국이 앞으로는 집에 가자고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도 모두 중요하다. 모든 갈등과 서사의 시작 점이기 때문이다.” 임유원은 촬영 전 예정된 차량 촬영을 위해 운전 연습도 했다.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길에 오른 남매. 두 배우가 첫 촬영에서 맞춰나간 감정의 방향은 가족을 다시 만나는 일이 반드시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서늘하고 슬픈 사실을 예고한다.
김태양 감독의 전작 <미망>을 함께했던 김진형 촬영감독과 <패밀리>의 여정도 이어간다. 이제 막 고향 명안으로 향하는 두 남매의 경로를 보여주는 과정. 칼바람이 불던 2월의 새벽, 월드컵대교 위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다.
한 테이크가 끝나면 주조연은 물론 장면을 조용히 채우는 단역들까지도 모두 감독의 자리로 모여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촬영 장면을 초 단위로 돌려가며 세심한 디렉션을 전달하는 김태양 감독.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공통의 청사진을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한 듯했다(이 과정에서 스태프, 배우 역할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의견이 오가는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고향을 찾아야 하는 지현. 친오빠 지국을 바라보는 불만 가득한 표정이 진짜 친남매 같다.
<패밀리>는 첫 촬영부터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다소 난도 높은 과정을 이어갔다. 그래서일까.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와 달리 촬영이 시작되면 금세 긴장감 높은 공기로 바뀌었다. 이제 막 병원 업무를 마치고 나오는 지현. 이때 보도국 차량이 도착해 지국이 내리고, 전화를 받고, 마침 앰뷸런스가 들어오기까지 많은 동선을 세심하게 맞춰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