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촬영한 <패밀리 바이 블러드> 2부 <블러드> 속 17신은 1부의 주인공 지국(하성국), 지현(임유원)의 이부동생인 주인공 해나(김예원)가 친구 유빈(김유빈), 가영(서지아)과 감정적으로, 또 몸으로 부딪치는 신이다. 가영이 해나에게 먼저 손을 대자 손전등으로 두 친구를 비추던 유빈은 가영을 말리려 더 큰 폭력을 행사한다. 손전등을 바닥에 팽개친 뒤 돌을 집어 들고 빠르게 뛰어오더니 가영을 내려찍는 다. 발목에 못을 박는 장면으로 관객에게 시각을 넘어선 통각을 느끼게 했던 <화란>의 김창훈 감독 작품다운 속도와 충격이었다. 바닥에서 흙먼지가 일어나고 배우의 얼굴엔 붉은 핏물 분장이 생생하게 덧입혀졌다. “컷! 맞고 나서부터 떨림이 시작돼야 해요!” 김창훈 감독이 액션에도 감정이 충분히 표현돼야 한다고 배우들에게 설명하며 말했다. “감정이 계단처럼 쌓이는 거예요.”
잠깐 주어진 쉬는 시간에 배우들에게 다가가 오늘 촬영의 핵심을 묻자 균열, 붕괴, 황폐함 등의 키워드가 흘러나왔다. 김예원 배우는 “가장 친했던 친구들이 균열하고 붕괴하는 데, 그 심리를 황폐한 공장에서의 싸움으로 표현한다”는 해석을, 김유빈 배우는 17신을 기점 으로 “캐릭터간 관계뿐 아니라 영화 전체가 일종의 끈을 끊어버리듯” 뒤바뀐다는 설명을 들려주었다. 데면데면한 사이보다 친밀했던 사이가 틀어지면 더 무서운 법이 아닐까. 더구나 친구 관계가 붕괴한 후에 해나를 중심으로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고, 하드보일드한 장르적 색채가 더 진해질 예정이다. <패밀리 바이 블러드> 1부 <패밀리>가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카메라맨의 로드무비라면, 2부 <블러드>는 김창훈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10대들의 청춘물이자 호러이기도 하고 잔혹극이다”.
김태양 감독의 <패밀리>가 12회차, 2부인 김창훈 감독의 <블러드>도 12회차로 촬영되었다.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한 때는 크랭 크업을 하루 앞둔 11회차였다. 대부분의 장면을 충남에서 촬영했고, 이날 신은 구성상 2부 초중반에 해당하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미뤄둔 장면이었다. 김창훈 감독은 “2부 에서 규모가 큰 촬영이다 보니 모든 스태프들의 합이 완벽하게 맞춰졌을 때 끝내고 싶었다” 라고 귀띔했다. 1부 연출을 마친 김태양 감독은 어두운 폐공장에서 데이터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슬레이트를 치고 있었으며, 1부와 2부 촬영을 모두 도맡은 김진형 촬영감독은 핸드헬드로 세 캐릭터의 혼란을 담아내고 있었다.
서지아 배우는 가영을 “길고양이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친구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고 을의 위치에 있지만 센 척하며 먼저 손을 올린다. 사실은 굉장히 여리고 약한 인물이라 오히려 큰소리를 내는 것이다. 오늘 촬영 장면은 가영의 그런 면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신이다.”
김예원 배우는 해나를 “엄청 새까만 도화지에 찍힌 하얀 점 같은 친구”라고 표현한다. “해나는 새까만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빛을 잃지 않으려 한다. 순수하지만 한편으론 위험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
유빈은 아빠의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사랑을 많이 못 받았다. 해나한테서 사랑을 많이 얻지만, 배운 게 잘못된 사랑이다보니 아빠 같은 행동을 한다.” 김유빈 배우는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캐릭터를 안쓰러워하며 설명했다. 그의 아버지 역은 단편 <댄스 위드 마이 마더>와 <화란>까지 김창훈 감독의 영화에 다수 출연한 홍서백 배우. 홍서백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합리화된 전형적인 인물”이라며 “주폭을 행사해놓고도 다음날 성당에 가 회개 한번으로 끝내는 인물”이라고 표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