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키 몬스터> 이후 오랜만의 촬영이다. 오늘 첫 촬영이었는데 어땠나.
현장은 언제나 긴장된다. 감독으로 촬영장에 나온 게 7년 만이다. 그 사이에 제작사에 들어가서 대본을 준비하기도 하고, 다른 감독님들처럼 작품 준비를 계속 했지만 이렇게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일단 오늘 함께한 스태프들이 같이하고 싶었던 분들이다. <면도>를 보고 정그림 촬영감독님과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이번 작품에 참여해줘서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 <럭키 몬스터>도 그렇고, 전작들을 보면 환경에 영향을 받아 인간이 변곡점을 맞이하는 장면들이 있다. 감독으로서 지향하는 이야기가 있나.
진짜 미스터리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항상 한다. 흥미를 느끼는 작품들을 보면 인물들이 확실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 않고 모호한 미스터리가 있었다. 카프카 소설을 좋아하는데, 예를 들어 휴머니즘이 없는 것들에 오히려 관심이 간다. 인간다움이라고할 때, 꼭 그게 선함을 뜻하는 건 아니다.
- 어떤 풀리지 않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계속 생성되는, 자가발전하는 이야기를 구현하고 싶다. <진공인간>도 그런 미스터리에서 출발한 이야기인가.
책을 읽는데 ‘자유의지는 없다’라는 문장을 보고 자아감에 대해 써보고 싶어서 출발한 시나리오다. 다들 나의 일관된 정체성이 있다고 믿지만 실은 그건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우연적인 사건이나 외부 환경에 따라 정체성도 바뀔 수 있다면 그게 진짜 나였을까. 주인공은 자기가 그냥 지루하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근데 그에게도 어떤 이면이란 게있지 않을까, 그걸 건드려주는 어떤 사건을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신인감독들이 다음 작품 들어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단 얘기가 들린다. 제작 환경이 쉽지 않아지고 있는데 체감하는 부분인가.
어려워지고 있나, 잘 모르겠다. 쉬웠던 적이 없어서. (웃음) 중요한 건 내 시나리오를 잘쓰는 건데 글 쓰는 게 항상 어렵다. 제작사에 작품을 제안하려고 해도 결국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잘 쓴 글이 있어야 하는 것같다. 지금은 다 쓴 장편 2개가 있고 하나는 완성된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멘토링을 받고 있다.
